위구르인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던 카스의 아침





아침은 낯선 카쉬카르의 오래된 골목에도 어김없이 찾아들었다.
채 어둠의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그 골목의 한적함이 마음에 들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하늘은 구름으로 뒤덮혀 스산했지만
용트림을 하는 아침의 여명은 어느새 골목 뒷켠에 아름다운 문양 하나를 남기고 있었다.

 

 

 

 

 

 

 

 낭(위구르인들의 주식인 빵)을 파는 가게 앞을 지나면서 아침 대용으로 낭을 하나 사서 입에 덥썩 물었다.

느닷없이 카메라를 매고 찾아온 이방인이 낯설어서인지 낭을 굽는 청년은 어색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버릇처럼 '약시스무시스'라는 인삿말을 내뱉고는 들어가서 구경할 있냐는 모션을 취하니,

청년은 거절없이 안으로 들어오라면서 나를 이끌었다.

 

흔들리는 백열등이 어두운 실내를 흐릿하게 비추고 있는...

문지르면 금새라도 어둑한 습기가 배여나올 수 것 같은 음습한 작업공간이었지만,

달콤한 빵냄새만큼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익숙한 손놀림이 분주했다.

반죽한 밀가루를 곱게 잘라내어 다듬고 빗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끊임없는 일과처럼 조용히 반복되는 곳.

 

낭을 만드는 빵집의 아침 풍경이었다.

채도가 낮은 백열등 때문에 찍는 사진마다 흔들려서 아쉬웠지만,

그들의 삶의 단상을 인접해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운이라 여겼다.

 

 

 

 

 

 

 

 

 

 

 곱게 빚어 상품으로 내놓은 낭과

낯선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돌린 위구르인 점원.

 비록 이른 새벽시간이라 아직까지는 많은 손님은 찾지 않지만,

머지 않아 아침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로 이곳은 발디딜 틈없이 붐빌 것이다.

 

신선한 빵 냄새로 가득한 이곳에서

나는 희망의 향기를 음미했다.

 

 

 

 

 

 

 

 

 

 

 우유장수에게 우유를 사는 아이와 여인.









 




 

 

 

정갈하게 옷을 차려 입으신 한 영감님이 차를 타고 계시는 모습.

실내는 너무 어둡고 바깥은 너무 밝아서 노출 맞추기가 쉽지 않다.

포커스를 자동으로 맞춰놓고 반셔터를 누르는데도 노출차이가 커서 그런지

렌즈는 윙윙거리는 소리만 연거푸 내뱉을 뿐 도통 포커스를 잡지 못했다.

 그 덕분에 꽤 오랜 시간을 영감님을 향해 카메라를 겨눴는데도 영감님은 눈길 한 번 주는 법이 없다.

 

정제된 의식을 거행하듯 엄숙하게 차를 만드는 영감님의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내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집중해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의 내 모습이 문득 궁금해졌다.

숭고한 의식을 치르듯 내 눈빛은 열정으로 초롱초롱 빛나기나 할까.






 

 '뒤를 돌아봐~ 낯선 아저씨가 우리를 찍고 있어.'

친구가 손짓으로 뒤를 가르키자 한 아이가 얼른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나는 순간을 놓칠 세라 셔터를 눌렀다.
마치 잘 짜여진 각본처럼 한 명 쯤은 꼭  뒤를 돌아보게 되어 있는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다.
이번에도 예상은 여지없이 적중하고 말았다.
 기회가 언제쯤 올지 몰라 한참이나 카메라를 들고 쫓아가던 중이었으니,
순간을 포착했다는 기쁨은 아이처럼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시간이 흐르자 골목안은 학교 가는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검은색 스트라이프 문양의 교복을 입고, 붉은색 스카프를 목에 두른 여자들이 앞서 가고 있었다.
무작정 아이들을 따라나섰다.







 

 

 구시가에 있는 어느 위구르 소학교의 등교 모습

참새처럼 재잘거리며 등교하는 여자아이들이 막 교문을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골목을 에워싸고 있는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의 분주한 발놀림은 골목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운동장마저 제대로 없는 작은 소학교였지만 붉은 스카프를 두른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곱게 미끌어져 갔다.
카쉬카르의 오래된 골목은 그렇게 긴 밤을 털어내고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합판으로 엉성하게 잘라 만든 탁구채를 들고 열심히 대항전을 치르고 있는 사내아이들이 보였다.
손바닥만한 운동장에서 가장 유용한 운동시설로 보이는 탁구대가 유난히 눈길을 끈 건,
사내아이들의 힘찬 함성소리 덕분이었다.
이길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풀이 죽어 다른 친구에 탁구채를 건내는 아이도 있었다.
탁구 재미에 흠뻑 빠진 아이들은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몸에 에너지가 꿈틀대며 넘쳐나는 나이대인 그 또래의 아이들은
동무와 함께 하는 놀이는 무엇이던지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비록 능력이 미치지 못해 그 날의 게임에는 지고 말았지만,
그것조차도 행복으로 받아들일 아이들을 생각하면 내가 다 흐뭇해졌다.
  좁은 공간이긴 하지만 동무들과 뛰어놀 공간이 있는데다
건강하게 뛰어놀 놀이가 있으니 어떻게 유쾌하지 않겠는가.

꿈을 잊지 말아라.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라.










 

 

좁은 소학교의 이곳저곳을 돌며 스케치하듯 사진을 찍다가 문득 한 소년을 발견했다.
 두 손을 턱에 괴고 앉아있는 소년의 표정이 꽤나 익살스러워서 흥미를 가지고 촬영을 했다.
탁구놀이에 합류하지 못한 저학년인 듯한 소년은 한참이나 교문 쪽을 바라보며 또래의 동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을 향하는 있는 내 카메라를 의식한 소년이 부리나케 교실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다시 나온 소년의 계면쩍어 하는 표정이 또 재밌다.







 

 공기 놀이를 한참 하고 있는 두 소녀에게 바짝 다가앉아 광각렌즈를 들이밀었다.
보자기를 둘러쓴 여자아이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여버렸다.
가만히 살펴보니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맨머리였다.

맨머리가 이방인에게 여과없이 드러나는 게 꽤나 부끄럽고 싫었던지,
소녀는 몇 번이나 보자기를 맨만지고 또 만졌다.
홍조로 가득한 얼굴빛이 꽤나 귀여웠던 소녀.

부끄러움을 잘 타는 전형적인 여자아이였다.


















총총걸음으로 바쁘게  등교하는 아이들...
바쁘게 스쳐가는 아이들을 역동적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그 중에는 한국어로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아이도 있었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나도 모르게 한국말로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낼 정도였다.







 

 

 낡고 오래된 골목은 여전히 사람들의 체취로 가득했다.
아이들의 발놀림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오래된 구시가지에서 절망보다 희망의 꿈이 싹트고 있음을 보았다면
담장을 보수하는 영감님의 익숙한 손길에서는 위구르인들의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졌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구시지지였지만, 결코 전통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영감님의 결연한  의지는
허물어진 담을 쌓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적어도 그렇게 느껴졌다.

정신이 살아있는 한, 민족의 영속성은 끊임없이 이어질 게 분명했다.
 등교하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등 뒤에서 희망의 깃발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아침시간은 골목의 어디에서나 분주했다.
 그 골목의 끝자락에 위치한 노상 정육점의 영감님도 분주한 일상의 아침을 바쁘게 움직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커다랗게 걸려있는 양고기가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 걸 보면 아침시간이 꽤나 바쁘셨던 모양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카메라를 든 내게 포즈를 취하시는 걸 보면 마음만은 여유로워 보이셨다.

'이런 포즈면 되겠어?'

카메라를 태연하게 응시하시는 자연스런 모습이 마치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처럼 편하게 느껴졌다.

 

 




 

 

 

 






 밤새 말라버린 야채에 물을 뿌리고 있는 식료품점 주인.

 

 

 

 

 









 


잡화점 주인도 일찍부터 가게를 열고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침내내 밀가루를 반죽해서 빚고 굽던 낭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또 한 쪽에서는 반죽한 낭을 화덕에 굽기 위해 화덕의 한 켠에 붙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날, 카쉬카르 구시가지의 아침풍경은 이랬다.
비록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면서 단언하듯 이것이 삶이라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나마 삶이 꿈틀대는 진정한 공간이 이곳이라는 사실만큼은 부언할 수 있을 것 같다.
끊어질 듯 이어가고, 단절된 듯 소통하는 공간...

무수한 삶의 흔적들이 있고 수많은 군상들이 서로 연결되어 생활하는 집약체적인 공간...

언제나 그렇듯이...
그래서 이런 공간이 더 아름답게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 

 

 

 

 

 

 

 

 

"할배예~
일이 우예 잘 안풀리시능교?
궂은 날 있으면 좋은 날도 있을 낍니더.
너무 힘들어 하지 마이소."

 

 

 

 

 

 

 



 







 

 

호텔로 돌아오는 길...
인근의 이드가 모스크에 들렀다.
위구르인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인근 이슬람교의 총본산이기도 한 이 곳.
예전만큼 이슬람교의 영향력이 위구르인들에게 강하게 어필되지는 못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곳은 인근에서는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다고 한다.
예배가 없는 날이라 조용했고 하늘마저 낮게 깔려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여행 중에 지친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해 열심히 마당을 쓸고 있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빗질하는 그 장면을 담는 것만으로도 혼탁해진 내 정신이 맑게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어떤 종교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려는 종교의 기본적인 정신은 비슷할 것이니....

 

 

 

 

 

 

 

 

 

중국이면서도 전혀 중국적인 모습을 볼 수 없는 카쉬카르의 오래된 구시가지.
이곳에 오면 중앙아시아의 어느 도시를 배회하는 기분이 든다.
양꼬치를 굽는 매캐한 공기가 시장을 뒤덮고 있고 위구르 모자를 쓴 남자들이 거리를 가득 매운 이곳은
도저히 중국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중앙아시아적인 풍경과 사람들로 인해 더 매력적인 곳이다.
그다지 중국스럽지 않은 독특한 분위기에 이끌려 오래된 골목으로 스펀지처럼 스며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곳이 좋다.

 

 

 

 

 

 

 

 

동투르키스탄에도 희망의 빛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동투르키스탄 : 현재의 중국 신강성 지역으로 위구르인들이 이 지역을 일컫는 명칭이기도 하며,
위구르인들이 신강지역에 새롭게 건설하려는 이슬람국가의 명칭이기도 하다.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그들의 독립국가를 세우기 위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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