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날씨, 기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여행에서 날씨와 기온만큼 중요한 요소도 드물 것이다.
이번 포스팅에는 그동안 여행 다니면서 겪고 느낀 그리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내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해보았다.
일반적인 관광지보다는 보다 극한적인 상황의 여행지에 대한 경험이 많고, 보통 두 개의 기후가 공존하는 지역에서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 특히 나처럼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여행자라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 지에 대한 생각을 나열했다.








열대지방에서 만난 스콜(소나기)에 대한 기억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여행할 때였다.
하롱베이의 선상투어를 마치고 인근의 깟바섬에서 짧은 트래킹을 하는데 느닷없이 스콜(소나기)이 쏟아졌다.
전날 배 위에서 잠을 잘 때도 천둥과 번개로 하늘이 요동쳤는데 뜻밖에 날이 활짝 개여서 괜찮겠지 싶은 안일한 마음에 가져온 우의마저 두고 트래킹을 나선 참이었다.
울창한 수풀이 앞을 가린 정글을 지날 땐 굽굽한 습기가 금새 온 몸에 달라붙어  끈적끈적한데다 더운 날씨에 땀이 비오듯 쏟아졌으니 오히려 우의를 가져오지 않은 게 다행이지 싶었다.하지만, 그렇게 화창하던 하늘엔 비를 머금은 먹구름이 잔뜩 끼이는가 싶더니 전망대 쪽에 오르기도 전에 빗살이 흩뿌리기 시작했다.

비 앞에 무방비로 놓여진 카메라와 방수 안되는 렌즈 파우치가 은근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스콜이니만큼 한바탕 퍼붓다 말겠지 싶어 전망대 한켠에서 비를 피하는데 이건 도저히 금방 그칠 비가 아니었다.
거기다 빗줄기도 아까보다 훨씬 굵어졌고 번쩍거리는 번개가 연달아 서쪽 하늘에 스크레치를 긋더니 지축이 떠나갈 듯 커다란 천둥소리를 연신 내뱉고 있었다.


덜컹 겁이 났다.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강력한 스콜이 마치 폭포처럼 산꼭대기에 덩그렇게 놓인 녹슨 철제전망대 위로 쏟아졌다.
이건 흡사 비가 아니라 살수차로 물을 뿌리는 것처럼 스콜은 강력했다.
사방으로 트인데다 허술한 전망대의 지붕도 비를 그을만한 곳은 되지 못해서 잠시동안의 스콜에도 옷이며 몸은 다 젖고 말았다.
연방 번쩍이는 번개와 거친 천둥소리, 장엄하다 못해 무서운 기세로 퍼붓는 스콜, 인적없는 산꼭대기에서 느껴지는 음산함.
스멀스멀 피어나는 낮선 두려움으로 인해 도저히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무방비 상태로 스콜에 노출된 카메라가 걱정되긴 했지만 뒷통수에서 연신 번쩍이는 번개의 완력이 오히려 더 두려웠다.


살다 살다 그렇게 쏟아지는 소나기는 또 처음이었다.
한달음에 내려오느라 몇 번이나 진흙탕에 미끄러지는 건 예사였고 나무나 풀잎 등에 긁힌 생채기가 온 몸에 생겼지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극복할 수 없는 빗속을 신속하게 벗어나서 상황을 알 수 없는 카메라부터 점검해야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설마' 하는 안일함이 만들어낸 참사(?)였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카메라가 없는 여행은 그 자체로 의미가 퇴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렸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전력공급원인 밧데리부터 카메라에서 제거했고 마른 수건을 이용해서 외부의 물기를 말끔히 닦아냈다.
방습방진이 안되는 카메라답게 밧데리가 들어있던 공간은 물론이고 렌즈를 빼고 살펴 본 내부까지 축축하게 습기가 침투해 있었다.비록 회로판에 물이 닿긴 했지만 전원을 켜지 않았으니 과부하는 없었을 것이고 건조만 충분히 잘 시키면 무난하게 작동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때서야 번뜻 들었다.
그렇게 퍼붓던 스콜도 한순간에 그쳤고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개이더니 햇살이 퍼붓기 시작했다.
이 날 여행은 그대로 공친 셈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소중한 교훈 하나만큼은 제대로 얻은 셈이었다.
자칫 방심하는 순간에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상황에 맞게 준비물을 챙겨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짐이 된다는 이유 때문에 외면한다면 화를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도 제대로 된 우기雨期를 만난 건 그 때가 처음이었으니 곤욕을 치른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했다.
임시조치를 취해 간신히 말린 카메라는 신기하게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카메라가 비에 젖거나 물에 빠져서 작동이 안될 경우의 응급처치법

여행 중에 카메라가 물에 빠졌거나, 나처럼 소나기에 흠뻑 젖어서 카메라의 작동이 멈췄을 경우에는 서두르지 말고 카메라의 밧데리부터 먼저 분리시킨다. 작동이 되지 않는다고 전원이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자꾸 on/off를 누르면 자칫 기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밧데리를 분리시킨 상태에서 마른 걸레나 헝겊으로 카메라 외관과 밧데리가 연결된 내부까지 샅샅이 닦아주고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곳에 몇 시간이고 말린다. 그리고 나서, 다시 밧데리를 끼워서 전원을 연결시키면 거짓말처럼 정상적으로 작동이 된다.
(물론 가까운 곳에 A/S 센터가 있으면 먼저 A/S센터를 찾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응급처치법이니만큼 나중에라도 반드시 A/S선터에 가서 카메라를 점검받는 게 좋다.
단, 카메라가 바닷물에 빠지거나 심하게 흠뻑 젖었을 경우에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염분으로 인해 내부의 회로가 다 망가지기 때문이라는데, 혹시 모르니 이때도 밧데리를 제거해놓고 말리도록 하자.






 


















 

고산지역을 여행할 때의 쓰라린 경험



날씨 때문에 낭패를 당한 건 인도여행 때도 마찬가지였다.
5, 6월의 인도는 건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강수량이 적은데다 가장 더운 시기이기도 하다.
단지 더울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샌들만 털레털레 신고 갔는데 인도 여행의 첫 목적지가 레가 있는 라다크 지역이었다.
이곳은 해발 3,600m이상의 높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낮과 밤의 기온차가 꽤 심한 곳이기도 했다.
한 낮에는 반팔만 입고 다녀도 충분했지만 밤이면 기온이 급강하하기 때문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숙소에서는 가져간 옷을 다 껴입고 자도 너무 추워서 입이 돌아갈 정도였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염호인 '판공초'를 가기 위해서는 해발 5,620m의 창라 고개를 넘어야 했는데 전날 눈이 많이 와서 차가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비록 인도 군인들이 제설작업을 해놓은 탓에 전날 내린 눈은 말끔하게 치워졌다고는 하지만 지난 밤의 혹독한 추위로 바닥에 깔린 잔설이 얼어서 그걸  치우며 이동하느라 차량은 거북이처럼 느릴 수밖에 없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창라 고개에 도착해서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려고 밖을 나서는데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섬뜩한 추위가 훅 끼쳐왔다.

고어텍스로 된 오버트라우저를 입긴 했지만 춘추복인 탓에 바람만 간신히 막을 뿐 추위를 막는 기능은 전혀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했다.
맨발이 훤하게 드러난 샌들 사이로 눈 녹은 물이 날카롭게 비집고 들어왔을 때는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까지 동반됐다.
이빨이 떨릴 정도로 추웠다.
그나마 오버트라우저라도 가져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추위에 노출되어 거의 반송장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한 지역에 대한 준비가 너무나 부족했던 탓이다.
단순히 인도의 5~6월은 아주 덥다라는 선입견만 가진 탓에 라다크 지역에 대한 정보는 아예 무시해 버린 결과였다.
물론 그 기간의  인도의 내륙지방은 아주 덥다.
얼마나 덥던지 해 뜨고 한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도 폭염은 이내 대지를 달궈서 숨통을 조여왔고 급기야 통행마저 방해했다.
정수리에 고스란히 꽂히는 폭염의 기억은 가혹하다 못해 끔찍한 수준이었다.
태국이나 싱가폴,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 한 여름을 잠시 보내긴 했지만 인도의 한여름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심했다.


하지만, 판공초에 이르자 궂게 가라앉은 하늘에선 이내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고 찬바람은 거침없이 맨살을 할퀴고 지나갔다.
그래서 판공초에 대한 사진은 거의 없다.
사진에 대한 열정도 차갑게 불어오는 날까로운 바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어서 발만 동동 구르다 인근의 식당으로 대피해야 했다.
5월 말, 기대조차 않던 곳에서 만난 눈은 생각보다 감성적이진 않았다.

 


 


 





















 

특정지역의 날씨에 대한 적절한 준비법

 


 

극단적인 두 가지의 예를 들기는 했지만 비교적 여행준비에는 만전을 기하는 편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여행도 날씨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만약 특정 도시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아래 링크된 다음의 '세계의 날씨'라는 코너에서 미리 갈 도시의 기후에 대해 살펴보는 게 좋다.

다음 미디어의 '세계의 날씨'(클릭)


도시지역을 여행 중이라면 비나 눈, 추위, 더위, 햇볕 등 자연적인 조건을 유쾌하게 극복할 방안이 상당히 많겠지만 농촌이나 산악, 초원 등을 여행할 때는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의 폭이 그다지 크지 않다.

그래서 어느 지역을 여행하더라도 오버트라우저나 방수커버(카메라, 배낭), 작은 우산 등은 빠뜨리지 않고 챙겨간다.
방수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카메라 가방이나 배낭 등에 방수 스프레이까지 미리 뿌려놓는 정성도 아끼지 않는다.
몸이나 옷 정도야 조금 젖는다고 크게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각종 전자제품(노트북,카메라,mp3 등)이 젖을 경우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시간 젖은 몸을 추위에 노출시키면 하이포서미아(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있으니 이런 것도 염두에 두는 게 좋다.)

기온차가 심한 초원지역이나 트래킹이 포함된 산악지역을 여행할 때는 종류별로 옷을 가져가는 것은 물론이고,
부피가 많이 나가는 게 흠이긴 하지만 취침할 때 최고의 방한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 거위털 침낭도 반드시 챙겨가는 게 좋다.
짐이 늘어날 수록 무게도 늘어나기 때문에 자칫 고행에 가까운 여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없는 것보다는 마음은 편하다.
추운 곳에서 오돌오돌 떨면서 자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시리라 생각한다.
몽골은 9월임에도 밤이면 기온이 급강하해서 게르 안에 난로를 켜놓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춥다.
트래킹을 해야 하는 네팔도 마찬가지다.
고도를 높이면 높힐수록 기온이 하강하기 때문에 트래킹을 계획하는 사람이면 산행 장비 뿐만 아니라 추위에 대한 대책도 미리 마련하는 게 좋다.

이번에 다녀온 카라코람 하이웨이 지역도 신강의 다른 지역보다 고도가 높기 때문에 기온차가 많이 나는 편이었다.
고도가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을 동시에 여행할 때는 가벼운 운동화(또는 트래킹화)를 신고가고 샌들같은 것은 현지에서 싸게 구매한다.
실크로드 지역은 사막과 초원 뿐만 아니라 산악지대가 공존하는 곳이기 때문에 두 가지 신발을 가져가면 편리하다.
그것은 인도도 마찬가지여서 특히 라다크지역과 델리나 바라나시 등의 지역을 동시에 여행하는 사람이면 한 번 생각해볼만 하지 않을까.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건들은 거의 가져가지 않는데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사서 쓰면 되니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다.
어딜 가더라도 가게나 식당이 없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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