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 그 겨울의 바다








다대포, 그 겨울의 바다



사람이 떠나간 겨울의 다대포는 자연의 흔적만 가득했다.

앙칼진 바람이 만들었을 백사장의 모래톱은 마치 사막의 사구처럼 변해 있었고, 촉촉하게 물기가 젖은 바닷가의 모래들은 고운 저녁 햇살을 받아 거침없는 질감을 토해내고 있었다. 번잡하지 좋았다. 파도는 가늘었고 바람은 멎어 있었다. 요란스럽지 않은 붉은 색으로 서쪽하늘을 서서히 치장하는 낙조가 은근했다. 기대도 않고 찾아간 그 날의 그 겨울바다는 그랬다. 무엇보다 낯설었다. 익숙하지 않은 그 풍경 속에 뭘 찍을까 한참을 고민하며 하이에나처럼 서성였다. 


그렇게 사진을 찍었으면서도 여전히 사진은 타는 목마름이니 이것도 병인가 싶다.

숱하게 컷을 날렸어도 마음에 드는 건 단 한 컷도 없다. 그게 나를 슬프게 했다.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지만 마음은 괜한 조바심만 불러모았다. 세상의 풍경을 마음으로만 담아보라고 누군가 조언했지만 한번 달궈진 욕심의 고리를 끊는 건 불가능에 가까왔다.  끝내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황량한 그 겨울바다의 풍경을 그렇게 몇 컷 담았다.


다대포 바다는 변하고 있었다. 무분별한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토사가 밀려들어와 해변 앞에 느닷없이 모래톱이 쌓였고, 주변 풍광은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꾸며지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은 무시되고, 덕지덕지 붙은 욕망같은 조형물들로 흉물스럽게 채워지고 있었다. 쉽게 카메라를 들 수 없었던 건 어쩌면 그런 요란한 난개발에 대한 반동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가슴 한 켠이 서늘해졌다. 위정자들이 내세우는 치적이라는 게 고작 이 정도다. 돈을 처발라 눈속임 식으로 꾸며놓고는 위대한 업적처럼 선전해대는 꼴이라니... 


낯설게 변해가는 다대포 바다에서 의무감처럼 몇 컷의 사진을 남기지만 내내 아쉬움이 떠나질 않았다. 

내가 찍은 몇 컷의 사진들은 어쩌면 형질 변경된 다대포 해변의 외형만 지나치게 아름다움으로 포장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내 사진이 안타깝다.  내면은 무시한 채  심미주의로만 젖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변화를 추구해야 할 때인가 보다. 

또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을테지만, 그래도 변화는 내게 주어진 절실한 과제다. 

씁쓸한 우리들의 초상같은 다대포 겨울바다에서 그렇게 화두(話頭) 하나를 툭 던져놓고 왔다. 





▲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