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지 추천] 백양사, 눈 내린 고요한 산사의 풍경
그리고 보니 소복하게 눈이 쌓인 겨울 백양사는 또 처음이었다. 늘 수려한 붉은 단풍이 백양사를 뒤덮는 가을에만 찾았는데, 인적 끊긴 겨울 백양사는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설들거리며 바람이 불 때마다 풍경소리가 일렁였다. 쌍계루 앞의 연못은 얼은데다 눈이 쌓여서 뒤늦게 따라온 오후의 햇살에 나목(裸木)의 그림자만 앙상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쌍계루 뒷편으로 뒷짐을 지고 서 있는 듯한 백양산의 산머리 맡에도 성성한 백모(白毛)가 수북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비록 깊은 산사는 아니었어도 겨울 체취는 꽤 차가웠다.
눈을 들어 좁은 하늘을 보니 발가벗은 가지 너머로 언뜻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나뭇가지들은 마치 갈망하는 실핏줄처럼 하늘 속으로 파고들었다. 눈쌓인 감나무들은 여전히 말라비틀어진 주홍빛의 감을 매달고 있었는데, 푸른 하늘과 묘한 대비를 이뤘다. 주홍빛이 너무 선연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파고드는 한기는 없었어도 콧끝이 찡했다. 나이가 들면서 감정이 무디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자주 울컥하는 걸 보니 꼭 그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카메라를 들고 산책하듯 백양사 경내로 들어섰다. 셔터를 누를만큼 자극하는 풍경은 없었지만 눈쌓인 산사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기분은 넉넉했다. 하긴 백양사의 겨울을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애기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에야 번질나게 드나들테지만 사람마저 간헐적으로 보이는 겨울의 백양사는 굳이 시간내지 않으면 찾아오기 힘들 것이다. 느릿하게 거닐며 맑아진 시선으로 그곳을 담았다. 돌담이며 지붕마다 수북하게 쌓인 눈들이 소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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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양사, 눈 내린 고요한 산사의 풍경
▲ 백양사, 눈 내린 고요한 산사의 풍경
▲ 백양사, 눈 내린 고요한 산사의 풍경
▲ 백양사, 눈 내린 고요한 산사의 풍경
▲ 백양사, 눈 내린 고요한 산사의 풍경
▲ 백양사, 눈 내린 고요한 산사의 풍경
▲ 백양사, 눈 내린 고요한 산사의 풍경
▲ 백양사, 눈 내린 고요한 산사의 풍경
▲ 백양사, 눈 내린 고요한 산사의 풍경
▲ 백양사, 눈 내린 고요한 산사의 풍경
▲ 백양사, 눈 내린 고요한 산사의 풍경
▲ 백양사, 눈 내린 고요한 산사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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