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자욱했던 춘천 소양호의 새벽
지금은 달라졌겠지만 내가 군생활하던 80년대 후반만 해도 군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노래는 '소양강 처녀'였다. 아니 그 당시 대한민국의 모든 군인들에게 이 노래가 가장 인기있었는 지 어땠는 지는 가늠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중대 내에서만큼은 가장 인기있는 노래였다. 회식 때마다 항상 휘날레를 장식하는 노래이기도 했고, '노래 일 발 장전'을 명(命) 받은 신병들이 가장 즐겨부르던 노래이기도 했다.
비록 '해 저문' 저녁에 찾진 않았지만 그래도 '소양강'을 아주 오랫만에 찾아왔다. 바깥 기온은 영하 9도. 성그런 추위가 춘천의 새벽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바람이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소양 5교 주변의 강물에선 하늘거리며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보였다. 관건은 상고대였다. 소양호 주변의 상고대를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 새벽길을 달려 이곳까지 달려온 것인데, 춘천 소양호 주변의 상고대는 적어도 영하 15도까지 떨어져야 생성된다는 애길 들은 기억이 났다. 많이 추워지긴 했어도 상고대가 형성되기엔 기온이 조금 모질랐다.
거룩한 네이버 백과사전의 정의를 빌리자면 상고대는 겨울철 날씨가 맑은 밤에 기온이 0도 이하일 때 대기 중에 있는 수증기가 승화되어 차가워진 나무가지에 달라붙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나무서리, 상고대라고 부르는데 서리보다 많은 양으로 지표면보다 약간 높은 곳에 주로 발생한다. 고산지방과 추운 지역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결정형 모양이며 안개가 많은 곳에서는 안개입자와 함께 달라붙기도 한다. 바람이 약하고 맑은 밤이나 이른 새벽녘에 주로 생기는 상고대는 나무에 흰꽃이 피어난 것처럼 아름답기 때문에 겨울사진의 좋은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랬다. 겨울 소양호 주변은 하얗게 피어난 상고대와 함께 물안개, 철새 등을 담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아침빛을 받은 하얀 상고대와 물안개 피어난 이곳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오랫동안 동경했었다. 부산에서 이곳까지는 워낙 먼 거리였기 때문에 왠만큼 마음을 모질게 먹지 않고서는 쉽게 올 수 없는 곳. 영동지방의 폭설과 함께 기온이 급강하한다는 애길 듣고 한 달음에 달려왔던 것이다. 물론.... 고대했던 상고대는 만나질 못했다.
그나마 자욱하게 피어난 물안개가 먼 걸음한 우리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
▲ 물안개 피어나는 소양호 주변의 새벽 풍경
▲ 물안개 피어나는 소양호 주변의 새벽 풍경
▲ 물안개 피어나는 소양호 주변의 새벽 풍경(해뜨기 직전)
▲ 물안개 피어나는 소양호 주변의 새벽 풍경(해뜨기 직전)
▲ 드디어 햇살이 소양강 주변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붉은 햇살을 받은 물안개가 용트림처럼 꿈틀거렸다.
▲ 거친 햇살 때문에 이내 렌즈에선 플레어가 생겼지만
그마저도 아름다웠다.
▲ 일출 직후의 포인트는 바로 저 나무였다.
나무 뒷쪽으로 피어난 붉은 색 물안개를 배경으로...
나목은 그 자체만으로도 독특했다.
▲ 붉게 피어난 물안개와 나무들
▲ 붉게 피어난 물안개와 나무들
▲ 붉게 피어난 물안개와 나무들
▲ 아침빛을 받자 소양강 주변의 물안개는 더욱 꿈틀대며 기승을 부렸다.
▲ 비록 나무가지와 갈대 등에서 하얗게 피어날 상고대는 없었지만,
그나마 붉게 타오르는 물안개를 담을 수 있어서 행복한 아침이었다.
▲ 물안개를 찍고 있는 사진가
▲ 물안개를 찍고 있는 사진가
▲ 말 그대로 자욱한 물안개
▲ 상고대가 피었다면 저 갈대들도 하얗게 변했을 것이다.
▲ 눈에 묻힌 나뭇가지에서 약하게 상고대의 흔적을 볼 수 있었지만,
너무 약해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 물안개 피어난 소양호
▲ 물안개 피어난 소양호
▲ 물안개 피어난 소양호
▲ 물안개 피어난 소양호
▲ 물안개 피어난 소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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