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을 끼고 달리는 기찻길이 연변에 있어서 독특한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 이만큼 이상적인 곳도 없는 듯 합니다.
올해는 봄꽃여행을 위해 유명한 곳은 빠짐없이 다녀온다고 다짐했는데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아 조바심만 태우다가, 매화가 떨어질 무렵에야 겨우 찾은 것입니다. 그래도 낙담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바람이 불때마다 하얀 꽃잎이 나풀거리며 날리긴 했어도, 원동 순매원의 매화는 여전히 고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국민포인트에서 찍은 2대의 KTX 교차장면입니다.
언급했다시피 2년전 사진이고, 남들과 다르게 찍어보겠다는 일념으로...
구름이 낀 한낮에 ND필터를 끼워 장노출로 KTX의 궤적을 담은 것입니다.
막 절정기를 지나긴 했어도, 여전히 매화꽃은 풍만한 편입니다.
생각보다 한적해서 여유롭게 매화밭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좁은 공간에 주말에만 몇 천 명이 다녀갔다고 하니...
그야말로 매화 반 사람 반의 풍경이었을 겁니다.
한적한 순매원을 거닐며, 예쁜 추억을 쌓고 있는 사람들...
불과 몇 년 사이에 순매원은 부산 인근지역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는 장소로 거듭났죠.
매화가 가득한 길을 함께 걷는 연인(?) 또는 친구(?)...
장독대가 놓여있고...
약간 촌스럽긴 해도 매화꽃밭에서 시화전을 열기도 하더군요.
한적한 매화밭을 거닐고 있는 여인
한적한 매화밭을 거닐고 있는 여인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순매원 인근에 원동역이 있습니다.
어릴 땐 완행열차를 타고 방학 때면 MT를 오곤 했던 곳이라,
나름대로 이곳에 추억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절정기가 지난 매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팝콘같습니다.
하늘에서 팝콘이 떨어진다면...
작은 다리가 있는 오솔길 옆에도 어김없이 매화가 피어있습니다.
매화가 피어난 그 밭에선 젊은날의 추억처럼 잔디가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 파릇파릇함이 부럽기만 한 나이가 되다보니...
괜시리 눈물이 납니다.
절정의 매화밭 사이를 거닐다.
매향에 취한 순돌이는 짖는 것도 지쳤는지...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다른 녀석은 여전히 그 향기에 도취되어 고개를 숙이지 못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강아지)
왠지 매화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장독대...
따뜻한 햇살을 흠뻑 머금은 장독 안에는 매실차가 잘 익어가겠죠.
익어가는 소리가 톡톡거리며 들려오는 듯 합니다.
기찻길 옆으로 풍성하게 피어난 매화.
땅 위에 뒹구는 봄 햇살이 느껴지시나요?
원동 순매원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물레방아 앞에서...
매화 향에 취한 모녀가 각자의 포즈로 봄을 찬양합니다.
올해도 매실차를 마실 요량으로 매실이나 좀 담궈야겠습니다.
내 몸 속까지 매화향을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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