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향이 가득한 광양매화마을의 청매실농원





매년 빠뜨리지 않고 한 두 번씩 가곤 했던 광양 매화마을의 '청매실농원'에 올해도 어김없이 봄꽃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대표적인 '봄여행지 추천'장소인 청매실 농원을 한 번이라도 빠뜨리면 봄을 제대로 맞이한 것 같지 않은 찝찝함에 연례행사처럼 찾아가곤 한답니다. 광양 매화축제는 구제역과 A.I의 영향으로 취소되었다고 들었는데, 웬걸 텐트와 요란한 음악소리는 예년과 별다를 게 없었고 이른 봄을 즐기기 위한 상춘객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습니다.
봄꽃축제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게 아닌...어쩌면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작은 미덕같은 게 아닐까요.
 
영화세트장으로 활용했던 초가집이 예년과 달리  너무 반듯해서 살펴보니 지붕을 새로 단장을 했더군요.
찾을 때마다 점점 인위적인 조형물이 들어서서 지나치게 관광지처럼 되는 게 아쉬웠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아쉬움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초가집이니만큼 짚으로 만든 지붕색깔이야 한 두 해가 지나면 바래겠지만 말입니다.
 
개화상태도 인터넷에서 확인한 것처럼 70%정도 수준(3/29 기준). 
거기다
전날 일기예보를 보니 오전에는 흐리고 오후가 되어야 맑아진다고 했는데, 며칠 전부터 계획했던 여행인지라 변경도 불가능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출발했습니다. 이런 개화상태와 일기예보에선 오히려 봄꽃여행을 떠나는 게 마이너스라는 걸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
 
사진여행이란 게 늘 그렇듯이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벽 일찍 출발하는 이유만 해도 그렇습니다.
초가집과 매화꽃잎 끝에 제대로 매달린 아침 빛을 꼭 찍고 싶다는 단순한 일념으로 새벽잠까지 설쳐가며 달려갔던 겁니다.
흔한 여행지에서 뭐 대단한 사진을 찍겠냐고 핀잔하시는 분들이 계실테지만, 그래도 아침빛을 받은 매화만큼은 꼭 찍고 싶었습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사진이야 어떻게든 찍겠죠. 좋은 사진을 찍느냐, 평범한 사진을 찍느냐의 차이겠지만...
 
헤이즈가 잔뜩 낀 동쪽하늘로 태양이 뜨긴 뜨는데 희멀건하게 윤곽만 겨우 보일 뿐입니다. 
그나마 그 태양마저도 잔뜩 낀 구름에 가려져버리니 세상이 무채색으로 변한 느낌입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런 제길슨'하며 하늘을 향해 무턱대고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전망대로 힘겹게 오르니 벌써 좋은 자리는 사진가들이  꿰차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풍경사진가들의 부지런함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이른 새벽의 드넓은 청매실 농원을 몇 명의 사진가들이 완전히 차지한 느낌입니다. 
삼각대와 카메라,렌즈 등 각종 첨단장비(?)로 무장한 점령군처럼 대범하게 새벽의 청매실 농원을 접수한 사진가들은 마치 난사하듯이 샷을 날리고 있었던 겁니다.
 
'찰칵'거리는 셔터음이 조용한 새벽 매화밭 사이로 연이어 울려퍼집니다.
비록 빛이 없어 아쉽긴 했지만,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셔터를 누르는 사진가들. 
 
그들의 눈빛에서 뿜어져나오는 열정이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어렵사리 대열에 합류한 저도 아직 덜 핀 청매실 농원의 매화밭 풍경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봄꽃사진을 마구 찍어댑니다.
달콤한 매화향이 코끝을 자극하는 청매실농원에서 나름의 구도와 순간포착의 능력으로 찍긴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미덥지 못한 사진만 수두룩하게 나옵니다. 





언제나 그렇듯 초가집이 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부터 올랐습니다.

청매실농원에 왔다는 신고식을 대충 이런 구도의 사진으로 남깁니다.




초가집 주변의 개화상태는 70%정도 수준, 어쩌면 그 이하일 것 같습니다.

이곳은 청매실 농원 중에서도 가장 늦게 매화가 피기 때문에 늘 많은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웁니다.

그래도 봄여행지 추천지로 이만한 곳도 없을 겁니다.



구름을 뚫고 나온 햇살이 간간히 비치긴 했지만,

빛의 세기는 만족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대단한 작품사진을 찍을 게 아니라면, 이 정도의 날씨에도 감지덕지해야죠.

섬진강을 끼고 광양 매화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봄꽃여행을 왔다는 게 비로소 실감나기 시작합니다.





나무데크 계단이 놓여있는 반대편 언덕에 올랐습니다.

반대편 언덕에 오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저 길일 겁니다.

많은 분들이 저 길을 주제로 사진을 찍으시는데요 저도 살짝 몸을 담궈 셔터를 눌렀습니다.

 




부지런한 사진가는 좋은 찍을거리를 찾아서 새벽부터 분주하게 돌아다닙니다.



데크 언덕에 서면 초가집 주변의 환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점점이 흩어진 사람들이 보이시죠? 대부분 사진가들입니다.

풍경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한다는 걸 이날도 새삼 깨닫게 합니다.





매화



흰매화와 홍매화가 어우러진 대밭풍경




노란 산수유꽃



대밭과 매화밭 사이로 난 길을 걷고 있는 아저씨.




산수유꽃




장독대가 놓여있는 매화밭 풍경




현란한 꽃들의 향연을 보고 있자니, 괜시리 눅진한 피곤이 밀려옵니다.

들뜬 가슴을 잠시나마 침잠시키기 위해서라도, 대밭 사이로 숨어듭니다.

또다른 은밀한 풍경이 있는 그곳...



또다른 느낌을 주는 이런 길이 참 좋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흔들리는 대밭을 장노출로 한 번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꽃샘추위 탓에 미리 핀 홍매화는 어느새 색을 잃어가고... 




여전히 그 한적한 길을 사색하듯 거니는 연인의 발걸음은 가볍고...

 



활짝 핀 매화에 사진가의 눈길은 바쁘기만 합니다.

 



사람이 붐비는 봄철이면 더 분주해지는 이 곳의 일하는 아낙들...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핀 초가집의 툇마루에 걸터앉은 나그네들은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매화처럼 아름답던 중년의 여성사진가.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청매실 농원은 사진가들이 아닌 일반 상춘객들로 채워집니다.

이제는 잠시 떠나야 할 때...




매화가 있는 장독대의 풍경이 잠시 내 발목을 잡습니다.

장독대와 매화...이 은근한 매치가 매번 제 마음을 끕니다.

 



구례 산수유마을을 한 바퀴 돌고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습니다.

햇볕은 서산으로 뉘엿뉘엿 지는데도 일하는 아낙들의 손길을 여전히 바쁩니다.



다 떠나고 얼마남지 않은 일반 상춘객들은 늦은 하오의 매화마을을 추억으로 남깁니다.

아쉬움이 어둠처럼 자작자작 밀려옵니다.







▲ 광양 매화마을, 청매실 농원의 야경.

초가집에 하나 둘 불이 켜지고, 어둠이 안개처럼 청매실 농원을 덮을 때면...

이곳의 야경을 찍기 위해 다시 사진가들이 모이고,

그 틈에 끼여 또 몇 장의 사진을 형식처럼 찍습니다.

 

그렇게 봄날은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