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안개가 자욱한
날에 꼭 한 번 극락암의 솔밭을 찾고 싶었는데요, 오늘에야 비로소 소원을 성취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엉망이니 기대하지
마시길.... 하필, 우리가 올라가는 시간에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화각에 맞는 렌즈를 갈아끼울 여유도 없이 대충 찍고
말았습니다.
수령이 짧은 홍매화 나무들이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다음 주말이면 아름다운 산수유 꽃들이 저 곳에 가득할 겁니다.
단, 담벼락 쪽에 몇 그루가 심어져 있으니 너무 많은 기대는 마십시오.
우산 위에 토닥토닥거리며 떨어지는 빗소리만이 정적을 깨웁니다.
창연한 고찰의 뒷산인만큼 때론 영험함마저 깃들어 있는 듯 합니다.
마치 나를 돌아보는 거울과도 같은 안개숲...
그 속에서 오랫동안 누군가를 그리워 합니다.
여전히 비는 소리없이 내리고,
솔밭과 대숲이 있는 그 길을 따라 조용히 걷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내 모습을 가린 안개만...
그곳에 있습니다.
나는 언제나 뒷태 전문 사진가...
35mm f1.4만 달랑 끼운 내 카메라는 저런 앵글밖에 만들지 못하더군요.
다양함의 결여,
궁핍한 앵글...
특히,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걸어오면 좋은 그림이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도...
내 머릿속에 그려놓은 이미지의 여인은 결코 나타나지 않았고...
저는 지나가는 차만 찍어야 했습니다.
훌쩍~!
솔밭 사이로 뚫려있는 극락암 초입의 도로
다리 위에 걸터서서는 누군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는데...
운좋게도 스님이 지나가십니다.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않으니 속상하더군요.
내리는 비와 가지 끝에 매달린 빗방울...
공양시간이 다 되어 다시 내려온 통도사에서...
비에 젖은 홍매화의 영롱한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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