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퀘벡여행] 퀘벡의 역사가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





비가 오면 거리의 아무 까페에나 들어가 커피를 주문했다.

그렇찮아도 쌀쌀한 날씨였는데, 비가 오니 온도가 더 떨어졌는지 으슬으슬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음미하듯 마시면서 여행자가 아닌 관광객으로써 누리고 있는 이 호사가 마치 사치처럼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래도 진한 커피의 향취와 비로 인해 가라앉은 퀘벡시티의 분위기는 꽤나 고즈넉했다.

아주 오래전, 아내와 함께 떠난 파리여행에서도 이렇게 자주 비가 내렸는데...

긋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독백하듯 그렇게 나즉이고는 어느새 식어버린 커피를 홀짝였다.

 

캐나다 속의 프랑스, 퀘벡시티는 어쩌면 비가 와서 더욱 프랑스다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제법 머리카락이 젖을 정도로 비가 쏟아져도 우산조차 쓰지 않은 채 걷는 사람들... 어깨라도 살짝 부딪히기라도 하면 '빠르동'이라는 말과 눈빛으로 미안해 하는 사람들, 걷다가 길을 물을 때면 알아듣기 힘든 불어로 열심히 뭔가를 설명해주는 친절한 사람들, 마치 프랑스 빠리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여행...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단지 여행 자체를 즐기기에도 바쁜데, 내 여행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 수없이 곱씹기를 반복한다.

한 때는 단지 떠나왔다는 작은 이유만으로도 가슴이 들뜨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왠만한 걸 봐도 감동이 일지 않아서 더욱 그런 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메말라버린 감정,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렇게 좋은 것만도 아닌가 보다.

비와 커피 한 잔 그리고 알 수 없는 이 쓸쓸함이 더하여 그저 빗줄기 긋는 창밖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 비와 커피, 그리고 그 쓸쓸함에 대하여...

▲ 퀘벡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있는 샤또 프롱뜨낙 호텔


▲ 샤또 프롱뜨낙이 있는 윗동네(Upper town)에서  아랫동네(Lower town)으로 내려오는 길...

▲ 노틀담성당 인근에는 퀘벡의 대표적인 프레스코화가 그려진 건물이 나옵니다.

실제 사람들과 그림 속의 사람들이 구분되시나요?



▲ 왼쪽에 보이는 성당이 바로 퀘벡시티의 노틀담 성당입니다.

▲  누구나 다 따라해보는 벽화속 계단 오르기 놀이.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퀘벡의 겨울이 워낙 춥고 길다보니 북쪽으로는 창문을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비어있는 벽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런 벽화의 시초입니다.

퀘벡시내를 걷다보면 곧잘 벽화를 보게 되는데, 사람들의 일상을 그려놓은 것이라서 마치 실제로 사람들이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교하게 그려져 있는 게 이곳 벽화의 특징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퀘벡의 프레스코 벽화는 '퀘벡의 프레스코 La fresque des Quebecois'입니다. 

진으로 보고 계시는 바로 저 벽화입니다. 이 벽화는 400년이 된 작품들로, 5층 건물의 한 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캐나다와 프랑스 출신의 화가 12명이 참가해서 그렸는데, 당시의 생활상과 더불어 퀘벡에 처음 상륙한 프랑스의 탐험가 쟈크 카르티에, 퀘벡의 촌락을 건설한 샹블랭, 퀘벡최초의 주교 라발, 미시시피강을 발견한 항해자 루이 줄리엣 등 퀘벡과 캐나다 역사상 아주 중요한 16명의 인물도 함께 그려져 있습니다.






▲ 걷다가 바라본 어느 상점의 진열장...

■ 메이플 시럽으로 만든 엿...

달콤함의 강렬한 유혹을 이기지 못한 벌 한 마리가 그 위에 앉았습니다.

워낙 달기 때문에 한 입만 넣어도 달콤함이 찡하게 머릿속에 여운을 남깁니다.



▲ 아랫동네(Lower town)의 대표거리 쁘띠 샹플랭거리

위의 벽화설명에서도 잠시 나왔지만, 샹플랭은 퀘벡시티에 최초로 마을을 만든 사람의 이름입니다.



▲ 퀘벡시티의 또다른 관문, 기차역





▲ 퀘벡시티역은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깔끔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유럽이나 인도, 중국 등에서 보던 커다란 역과는 전혀 다른 느낌인데다,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Via'라는 간판이 없었다면 역인 줄도 몰랐을 겁니다.




역사를 빠져나와도 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내립니다.

비와 여행, 그 불가분의 관계...

하지만, 제법 호젓한 감상에 잠길 수 있으니,

그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