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퀘벡여행] 몬트리올 가는 도로에서 찍은 풍경들





마치 여름 한 낮의 소나기처럼 비가 퍼붓더니, 우리가 막상 몬트리올로 떠나려는 날 아침부터 개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머피의 법칙은 어디에서나 통하더니 캐나다 퀘벡에서도 어김없이 들어맞고 있었습니다.
날씨를 핑계삼아 제대로 사진도 찍지 못했으니 그 벌을 달게 받는 모양입니다.
늘 입버릇처럼 사진은 날씨에 맞춰서 찍으면 되리라 생각은 하지만  밝고 투명한 햇살 아래 찍는 사진만큼 멋진 사진은 없다며 푸념만  늘어놓았으니 하늘도 도와주질 않나 봅니다.

 

비가 내리고 난 뒤라서 청명한 가을하늘을 연상하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느새 달궈진 대기 때문인지 퀘벡인근은 뿌연 헤이즈에 휘감겨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예쁜 풍경을 찍어야겠다는 의무감은 이내 말끔히 사라집니다.
시원한 베트남 국물로 해장을 하고 나서니 촘촘한 햇살이 거리 곳곳에 탱글탱글하게 영글어 있습니다.
퀘벡시티에서의 또다른 추억만들기 이벤트... '자전거로 돌아보는 퀘벡시티 여행'이 바로 그것입니다.

 

좁은 퀘벡시티를 다닐만큼 다녔고, 찍을만큼 찍었으니 선선한 초가을의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달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자전거 도로도 잘 꾸며놓았기 때문에 다니는데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단풍이 알룩달룩하게 물든 퀘벡시티를 자전거로 달린다면 기분은 배가되겠지만, 아직 단풍이 물들기엔 조금 이른 계절이다 보니 그런 기대 따윈 접어야 합니다.

 

부두를 따라 달리면서 걸어서는 가기 힘든 구석구석까지 들어갑니다.
가끔 내려서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사진보다는 그저 눈으로 담는 풍광이 더 낭만적일 것 같아 느린 속도로 달리는 걸 멈추지 않습니다.
어딜 가나 눈에 띄는 샤또 프롱뜨낙 호텔이 마치 길잡이처럼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으니 길 잃을 염려도 없습니다.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느긋하게 달리면서 그저 퀘벡을 느끼기만 하면 됩니다.




▲ 어퍼타운(Upper town)에 마치 길잡이처럼 서 있는 샤또 프롱뜨낙 호텔

▲ 샹플랭이 처음 아랫동네(Lower town)에 마을을 건설하다보니, 이곳에 당시의 많은 유적지들이 몰려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꽤 많은 단체관광객들이 유적지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 잠시 부둣가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자전거를 세웠습니다.

걸어서 돌아다닐때는 꽤 멀다고 느꼈는데, 자전거로 한바퀴 도는데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바로 앞에 보이는 것이 부둣가에 있는 시장(Marche)이고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샤또 프롱뜨낙호텔...



▲ 샤또 프롱뜨낙이 보이는 곳이 바로 윗동네(Upper town)이고, 도로가의 건물들이 바로 아랫동네(Lower town)입니다.

저 건물 뒤로는 퀘벡시티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쁘띠 샹플랭거리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 하늘이 다시 개이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올지 몰라, 우비까지 3달러(3,000원)에 구입했는데 말입니다.

저 너머 자전거가 보이는 곳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습니다.



▲ 독특한 모양의 여객선, 루이 줄리엣 호

루이 줄리엣은 앞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미시시피강을 처음 발견한 탐험가의 이름입니다.

프레스코 벽화에도 그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니 퀘벡시티를 가실 분은 잘 확인해보십시오.



▲ 이제는 익숙해진 지명의 이정표들...

▲ 어느 박물관 앞에서...
이제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다가오겠죠.

▲ TOP퀘벡원정대원들을 몬트리올까지 실고 갈 버스.

그 독특한 모양과 엠블렘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벤츠...^^



▲ 그렇게 지랄같던 날이 어느새 개이고 고속도로 앞은 입체적인 구름들이 사정없이 유혹합니다.

원치 않지만 늘 찰거머리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머피의 법칙'이라는 녀석은 어김없이 제 곁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 달리는 차 안에서 담는 파란 하늘...

▲ 하늘과 구름과 햇볕과 초원의 푸른빛이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것은 끊임없는 설레임의 연속성 상에 있는 작은 점과 같은 것들이겠죠.

▲ 날씨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그 와중에도 몇 번씩 변덕을 부리길 반복합니다.

활짝 개이고 무지개가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앞도 보이질 않을만큼 자욱한 소나기를 내려붓기도 합니다.

퀘벡주의 날씨는 여우처럼 요상하며 변덕스럽습니다.



▲ 첫번째 정차한 휴게소에 세워져 있던 스포츠카.

슬며시 다가가 내부를 살피고 있는데 그 앞의 작은 커피매대의 한 아줌마와 수다를 나누던 남자가 제게 뭐라고 떠듭니다.

커피매대 주인인 아줌마 차라고 하는 말인 것 같아서 아줌마에게 자연스럽게 눈길이 갑니다.

50대 아줌마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쿠페이긴 해도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


폰티악과 벤츠지만 차이에서 느껴지는 어색한 동거...



▲ 한바탕 소나기가 퍼붓더니 이내 햇볕이 납니다.

자욱하게 도로에 깔린 빗물들이 튀어오르며, 햇볕에 반사되어 제법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 시시각각 모양을 달리하는 하늘과 구름...

이런 하늘이 사진 찍기엔 그만인데 달리는 버스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렇게 가끔 셔터를 누르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저런 풍경을 볼때마다 가슴이 타들어갑니다.





▲ 이렇게나마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다행입니다.

만약 이런 풍경을 보지 못했다면, 내내 가슴앓이를 해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렇게 버스는 달리고, 세상의 많은 것들도 스쳐지나갑니다.

인생이 그렇듯이, 여행도 그런 스침의 연속선상에 놓여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