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새벽의 운치있는 부산 송정바다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을 때마다 찾는 곳이 있습니다.
집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송정바닷가가 바로 그곳입니다. 잠기운이 가시지 않은 몽롱한 눈으로 한 걸음에 달려가면 그곳엔 상상이상의 푸근함이 펼쳐져 있습니다. 여전히 짙은 구름과 윽수로 밀려오는 파도, 수많은 인파에 내내 시달렸을 백사장은 새벽의 고요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희안하게도 이곳에 오면 무겁던 마음마저 깨끗히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 부산 송정 / EOS 5D 17-40mm f/4.0

▲ 부산 송정 / EOS 5D 17-40mm f/4.0

▲ 부산 송정 / EOS 5D 17-40mm f/4.0

▲ 부산 송정 / EOS 5D 17-40mm f/4.0

▲ 부산 송정 / EOS 5D 17-40mm f/4.0

▲ 부산 송정 / EOS 5D 17-40mm f/4.0

▲ 부산 송정 / EOS 5D 17-40mm f/4.0

▲ 부산 송정 / EOS 5D 17-40mm f/4.0

▲ 부산 송정 / EOS 5D 17-40mm f/4.0



오랫동안 미뤄왔던 여행기를 정리중입니다.

폐허처럼 버려져 있던 여행사진에 뼈와 살을 붙이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서 여행의 궤적을 다시금 훑어보는 과정은 그야말로 흥미롭습니다.
잊고 있었던 여행에서의 추억과 감정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기도 하고, 여행이 주는 은근하고 묘한 매력을 상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글쓰는 작업은 쉽지 않습니다.

쓰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몇 번을 교정하고 또 교정해야 직성이 풀리는데다, 급한 성격 탓에 중간중간 해야 할 내용을 빼먹어서 몇 번이나 스스로 혼선을 야기시키기도 합니다. 쓰다가 막히면 펜을 놓아버리는 탓에 글쓰기 작업은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까지 합니다. 이래저래, 글쓰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은 늘 내 안에 자리잡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능력의 부재로 인한 혼란스러움이 가장 우선이라면,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 아예 포기해 버리는 일종의 방치도 한 몫 하는데다 터무니없는 미사어구의 사용을 위한, 부사와 형용사의 난립, 문장과 문장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해서 오는 어설픔, 그리고 가장 짧은 생각들로 인해 글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결점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글쓰기는 늘 조화롭지 못한 혼란의 연속이며 끊어진 교각처럼 늘 위태롭습니다.
성격적 결함에서 오는 부산물이라고 변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연속성을 유지하려면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할 것이고, 성격적 결함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합니다.
혼란스러운 모순과 정체성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이들의 글을 들여다 보면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필요도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모양입니다.

근래 들어 지나치게 사진에만  의존하려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해봅니다. 어쩌면 여행기도 그런 맥락에서 한동안 씌여지지 않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사진만 믿고, 사진의 그 느낌만 믿고, 내 생각과 감정과 경험들을 그렇게 내팽개쳐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제외한 여행기록은 그저 몇 줄의 형식적인 설명 외에는 없는 셈입니다. 조금 더 뼈대를 갖추고 살을 붙여야 하는 작업이 남아있는데, 너무 아득해서 요원하기만 합니다. 사진과 그림이라는 시각적인 요인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그다지 득이 되지 못하는 가 봅니다.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느껴지고 씌여져야 하는데 우선순위에 올라와 잇는 시각적 이미지가 마음의 길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사진은 그저 참고자료일 뿐, 본연의 마음이 아닐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걸 이제서야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어쩌면, 사진보다 글을 적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과 감성이 풍부하게 담긴 그런 글...그런 글을 적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