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산사에 가본 적 있나요?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가끔 산사山寺로 향하는 내 걸음을 볼 수 있습니다.
바람이 불때마다 부대끼며 소리를 내는 풍경소리가 자욱하게 깔린  산사에서 나는 숨마저 삼킨 채 장엄하게 낙하하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생각 쯤은... 오랫동안 치밀하게 파고드는 상념 따위는 그대로 접어두더라도, 빗속에 파묻힌 채 그대로 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나직한 독경소리...
바람이 서걱일 때마다 흔들리는 풀잎의 노래.
굵은 빗방울이 떨어질 때면 제풀에 꺽인 꽃들이 하염없이 낙화를 하고
땅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빗물은 금새 작은 도랑이 되어 낮은 곳으로 밀려납니다.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장대비.
세상은 빗소리에 젖어들고 있습니다.
젖어있는 건 비단 빗소리뿐만 아닙니다.
센치해진 제 가슴도 그 속으로 이내 묻히고 맙니다.
젖어있는 가슴은 그대로 굳어버린 채 한 폭의 풍경 속으로 녹아들었습니다.

- 부산 기장 장안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