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송정해수욕장 뒷편의 오래된 골목





부산 송정 해수욕장.

해변을 따라 도로가 난 유일한 부산의 해수욕장으로, 해수욕장이 개장하는 7~8월 여름 두 달을 제외하면 해변의 어디서나 주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바다를 편안하게 감상하고 싶은 분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금, 토요일같은 주말에는 이 작은 해변도로가 극심한 정체현상과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기도 하는데요, 주변에 저렴한 길까페가 있어서 연인과 함께 느긋하게 밤바다를 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 대부분의 해수욕장이 그렇듯이 송정 해수욕장도 개발과 변화의 물결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짧은 시간, 부산 변두리의 한적한 해변이었던 이곳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건물과 가게, 그리고 도로들로 인해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송정은 여전히 삶의 체취가 강하게 묻어나는 곳입니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바다로 나가는 어부들을 볼 수 있는 송정포구가 주변에 있고요, 그들만의 삶의 공간이 세월의 변화에도 끄덕없이 옛모습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송정해변 뒷편의 오래된 골목은 7~80년대 어촌마을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 송정의 뒷골목

@ 송정의 뒷골목

@ 송정의 뒷골목

@ 송정의 뒷골목

@ 송정의 뒷골목


오후의 늦은 햇살이 소복히 쌓인 낯선 골목을 걷는다.

익숙할 줄 알았던 송정 바닷가였는데, 이 골목은 왠지 낯설고 생경하다.

해변을 따라 난 기분좋은 도로엔 사람들의 행렬의 끊임없이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낮은 담벼락이 이어진 오래된 이 골목엔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기 힘들다.

꼬리를 눕힌 햇살에 놀란 강아지만 멀뚱하게 이방인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장미라도 화사하게 피어있어서 다행이다.

장미마저 없었으면 쓸쓸한 오후의 햇살 때문에 그대로 숨이 막혀버렸으리라.

 

 

몇 컷의 사진을 찍기 위해 한참동안 사람을 기다리다 구세주처럼 나타난 행인行人이

애써 앵글을 피해서 총총 걸음으로 걷기라도 하면 그걸 놓칠세로 그림자라도 찍기 위해 재빨리 셔터를 누른다.

이런 낯선 골목길에선 사람의 그림자마저 없으면 앵글이 너무 심심해서 

 제대로 된 그림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압박감이 내내 머리를 짓누른다.
쇠락한 송정의 뒷골목엔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

몇 발짝 떨어진 해변과 낯선 이 골목이 주는 풍경의 괴리감은 곧 안타까움으로 이어진다.

햇살이 멀겋게 살아서 꿈틀대는 이곳은 그래서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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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락한 송정해변의 뒷골목과는 달리 송정의 일출은 여전히 부산 대표급이라 불릴만큼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