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카나스 호수



원래 계획대로라면 우루무치에서 마지막 며칠을 보내면서 전에 가보지 못했던 '천산' 일대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우루무치 사태가 터졌고, 뒤늦게 입성한 우루무치 시내엔 곳곳에 군경들이 배치되어 날카로운 시선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사뭇 험악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으니 느긋하게 여행을 즐긴다는 게 죄책감처럼 착찹하게 느껴졌다. 

사태이후, 며칠동안 고립되었다던 서양여행자들은 서둘러 우루무치를 떠나기 시작했는데, 마침 우루무치 역에서 만났던 서양인 여행자 두 명이 일정을 변경해서 신장성의 북부에 위치한 카나스로 떠난다고 했다.


카나스, 카나스... 많이 들어본 지명이긴 한데 한국의 가이드북에는 그 내용이 전혀 없었다.  인터넷이나 국제전화도 중국정부에 의해 이미 끊긴 상태라 정보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길동무들이 들고 있는  '론리 플래닛'을 잠시 빌려서 읽긴 했지만 마음이 뒤숭숭해서 그런지 활자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결국, 촉박하고 빡빡한 일정 속에서 카나스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무대뽀로 결행한 여행이었다.

사실 여행이라기보다는 휴식의 개념이 강했다. 한 달 동안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거의 휴식없이 강행군하고 있었고 중국여행의 특성상 이동거리도 만만치 않아서 휴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던 시기였다. 거기다 두 명의 길동무까지 생겼으니 내가 신경쓸 일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았다.

 

우루무치에서 뿌얼친까지 침대버스로 12시간을 이동해야 했다. 

우루무치 사태 직후라서 그런 지 중국군경들의 검문은 철저하게 치밀하게 이루어졌는데, 우리가 탄 침대버스 역시 우루무치를 벗어나고도 몇 번이나 까다로운 검문을 거쳐야 했다. 그렇게 밤 새도록 달려서 도착한 뿌얼친. 이곳에서 카나스 호수 입구로 가기 위해서는 택시를 타고 또 몇 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카나스 호수의 입장료는 무려 230위안(한화 약 43,000원대)이나 했고 우리가 타고 왔던 택시는 이곳까지밖에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카나스 공원에서 전기로 운행하는 대형투어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자연보호의 목적이 강하겠지만, 중국정부는 카나스 지구 일대를 얼마전부터 외국인들에게 개방하면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려는 의도로 서둘러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무튼 진득한 피곤에 밤새 절여진 채, 어떤 여행정보도 없이 진행된 카나스 여행은 그야말로 처음부터 좌충우돌이었다.

 

알타이산에서 발원한 물길은 빙하를 침식시켜 깊은 U자형 협곡을 만들었다.

물길은 수천킬로미터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데 푸얼친강, 이얼치스 강으로 합류하고 러시아를 통해 북극해로 빠지게 된다. 깊은 계곡의 영향으로 뜨거운 사막의 열풍마저도 주눅이 들었는지 공기는 시원하다 못해 선선하기까지 했다. 갖다 붙이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그래서 그런지,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일컬어 중국의 스위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오지 쯤으로 여길 수 있겠지만, 사실 중국인들에겐 꽤나 유명한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카나스 호수 일대는 중국의 신장성 최북단에 위치해 있는데, 호수를 경계로 러시아와 나뉘어져 있다. 북쪽에서 호수를 감싸고 있는 아얼태산을 기준으로 북쪽은 러시아, 왼쪽은 카자흐스탄, 오른쪽은  몽골이 나란히 국경을 맞대고 있다.

카나스라는 어원은 몽골어로 '아름답고 신비롭다'에서 비롯되었는데, 실제로 이곳은 몽골인의 한 부족인 투와족이 인접한 카자크인들과 서로 어울려 평화롭게 살고 있다. 카나스 호수는 해발 1,374m에 위치하는데 남북길이가 무려 24km에 달하며 평균수심은 90m,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188.5m에 이른다고 한다. 얼마전, 카나스 호수에서 '괴물'이 발견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었는데 아름다움에 신비로움이 곁들어져 카나스 호수에 대한 잠재적인 관광객들의 유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와룡만




 월량만

 



 자작나무로 둘러쌓인 카나스 호수 가는 길

 




 아름다운 에메랄드 물빛을 보여주는 카나스 계곡


 


많은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로 들끓는 신선만 

카나스 지구 일대는 카자크족과 몽골족 등 고래로부터 이어져오는 유목민들의 땅.

 



 눈부신 7월의 카나스 계곡

 



 파란 하늘 아래 들꽃이 피어있는 카나스

 



트레일 도중 담았던 웅덩이에 고인 하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시원하게 뻗은 자작나무들이 지친 나그네를 위로하고 있다.


 


' Hot shower'를 원했으나 샤워시설이 없어 결국 하루밖에 묵지 못했던 카나스에서의 숙소에서...

 



 전날 밤, 밤버스에서 쌓인 피로 때문에 짧은 트레일을 마치는 것으로 그 날의 여정은 끝이었다.

대신, 숙소에 앉아서 숙소의 주인(카자크인들)들의 사진을 담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집의 귀염둥이 아가와 젊은 카자크족 아빠.



 


유목민의 후예답게 말은 이들의 일상이었다.

카자크인들의 숙소에 머물다 보니 그들의 인삿말부터 배웠다.

  작스 : 인사말

  라크메트 : 위구르어와 똑같이 고맙다는 뜻

  호씨 – 작별인사

 




소젖을 짜기 위해서 안주인은 송아지를 어미소로부터 떼어내는 것으로 저녁일과를 서둘렀다.

이 장면을 보니, 동티벳에서 봤던 야크젖짜는 장면이 떠올랐다.

야크젖을 짜기 위해서는 어린 야크들을 일일히 어미야크들에게서 떼어내어 묶어두곤 했었는데...

 


 


 송아지를 한쪽 기둥에 묶어두고는 여주인은 냉정하게 어미소의 젖을 짜고 있다.

이렇게 짠 젖을 이용해서 발효해서 요구르트나 치즈 등을 만드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둘러볼 것 없는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인상적인 저녁빛 때문에 한 컷...

원래는 아래의 사진처럼 비스듬한 저녁빛을 받은 빨래 그림자를 담을 생각으로 카메라를 든 것인데,

마침 한 남자가 지나가길래...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사진 찍는 일조차도 귀찮았다.

찍을거리는 꽤 많았는데, 한달 여행의 막바지라 그런지 어느듯 매너리즘에 젖어버린 듯 했다. 

 




셀카보다는, 내 모습이 들어간 그림자 사진이 은근히 마음에 든다.

셀카는... 셀카는 왠지 부끄럽잖아. 



 


다음날 아침, 간단하게 밥을 먹은 뒤에 짐을 챙겼다.

샤워시설만 제대로 갖췄어도 더 오래 머물렀을 텐데, 

까탈스럽지 않은 영국여자 아밀리아조차도 뜨거운 샤워가 그리워

이 집을 나가는데 동의를 할 정도였다.

 

밤버스에서 피곤에 찌들고 어젯밤에는 온 사방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싸워야 했으니...

핫샤워가 그리울만도 했다.

 


 


 다양한 포즈로 내 카메라를 장식했던 이 집의 아들래미.



 


 공기는 깨끗했고, 하늘은 더없이 맑았으며 수풀은 푸르렀다.

지난 밤 오돌오돌 떨며 잤던 몸이 그제서야 스르르 풀리기 시작한다.

지랄같이 좋은 날...

 



 떠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아...고질적인 여행중독.


 


 이 집의 귀염둥이들



 


 화장실에 가는 앤서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 집의 여인들.

 




집의 기둥에 둥지를 튼 새집에 부쩍 관심을 보이는 아이 

가만히 살펴보니 새끼들이 입을 벌린 채 먹이를 달라며 아우성 중이다.

 




 막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빠를 향해 쪼르르 달려가

내가 뽑아준 사진을 건내며 자랑을 하는 아이.

 


 


 내가 들고 간 즉석 사진 프린터 때문에 이 집의 아침은 다들 한 포즈 잡느라고 난리가 났다.

 




숙소의 가족들과 길동무였던 미국인 앤써니와 영국인 아밀리아와 함께 한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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