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벳여행] 황하구곡제일만이 바라보이는 탕케에서

 

 

 

광활한 루얼까이초원이 달리는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졌다.

초원을 수놓은 이름모를 들꽃들의 행렬이 비로소 여름임을 실감나게 했지만 초원의 바람은 여전히 선들했다. 
어느새 서쪽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던 잿빛 먹구름들이 파란 하늘을 덮는가 싶더니 이내 우리가 달리던 루얼까이 초원까지 점령해가고 있었다. 
예기치 못한 구름의 행렬들로 인해 머릿속은 원인모를 불안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렇게 한참 차를 달려간 곳은 탕케(唐克)라는 작은 마을. 이곳은 황하강의 한 지류로 아홉번을 굽이친다고 해서 황하구곡 제일만이라고 불린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황하강은 오히려 지독하게 푸른빛을 띄고 있다. 란저우에서 봤던 누런빛의 황하강과는 그 느낌부터 사뭇 남달랐다. 

 

한국인들에겐 낯선 관광지일지 모르지만 중국인들에겐 너무 알려진 곳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어딘지 모르게 티벳 암도의 깊숙한 곳까지 밀려들어온 자본주의의 독한 상혼으로 얼룩져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차에서 막 내린 우리를 향해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티벳 마부들의 격정적인 호객행위를 살짝 외면한 채 황하구곡 제일만이 한 눈에 보인다는 전망대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나무계단을 따라 손 닿으면 금새 도착할 것 같은 전망대인데 고산지대라서 그런지 오르막을 향하는 발걸음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한 자락 미풍이 불어줘서 다행이었다. 미풍 속에는 눅눅한 습기가 잔뜩 배인 탓에 몸은 금새 땀으로 범벅되고 말았지만 이마저도 없었다면 꽤나 절망했을 것이다.

 

시나브로 고도를 높여가자 어느새 황하구곡 제일만(黃河九曲第一灣)이 한 눈에 들어왔다.

장쾌한 풍광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곳. 비록 장엄한 해넘이 풍경 대신에 자욱한 소나기 구름이 앞을 가로막긴 했지만 심장이 뻥 뚫리는 청량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콧끝을 자극했다.

 

어쩌다 보니 세상의 끝을 돌아 이곳까지 오고 말았다.

실크로드 여행을 떠나올 때까지만 해도 이곳에 대한 정보나 지식은 백지처럼 전무한 상태였다.

기껏 란조우에서 랑무스까지 이동하는 차 안에서 읽은 론릿플래닛의 짧은 정보가 전부였다.

샤허의 랑무스를 돌아 라블랑스까지 이르는 짧은 일주일간의 여정이었지만  유쾌한 길동무들을 많이 만난 탓에 여정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특히 전망대를 저만치 앞장 서서 오르는 미국인 여행자 에디와의 인연은  남달랐다.

란조우의 남부터미널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인 여행자 에디. 외국인에게는 여전히 샤허로의 입경이 허락되지 않았다는 터미널측의 터무니없는 주장 때문에 비싼 택시를 이용해서 함께 샤허까지 오긴 했지만, 그 만남으로 인해 여행은 풍족해질 수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이틀동안 랑무스를 함께 여행하며 두 외국인의 통역을 기꺼이 자청했던 중국인 여자 여행자 샤칭과 함께 보낸 시간은 즐거움과 기대의 연속이었다. 웃음에는 인색했지만 외국인인 나를 위해 온 정성을 기울이던 라블랑스 화교빈관의 젊은 티벳인 매니저, 나와 함께 라블랑스의 코라를 돌며 살뜰하게 챙겨주신 라마스님, 그렇게 만난 티벳인들의 화사한 웃음들이 여전히 기억 속에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난간에 기대어 선 채 짧은 일주일을 그렇게 회상하고 있었다.

실크로드여행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여행이 주어진 것은 분명히 행운이었다.

여행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어떻게든 웃고 소통하며 즐겼다.

그래서 여행은 더욱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새로운 흥분과 기대감으로 들떠는 게 아닐까.

오지여행은 아름다운 풍광에도 많은 기대를 걸게 되지만 그것보다도 척박하고 황폐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적응해 가며 살아가는 현지인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 나는 사람들을 본다.

 

사람들의 웃음을 보고, 사람들의 눈물을 보며, 사람들의 살이를 본다.

그곳엔 언제나 사람을 끄는 마력같은 끈전한 삶의 체취가 묻어있기 때문인지 유달리 내 마음은 그런 곳을 향해 자꾸 끌린다.

 

을씨년스럽던 하늘은 마침내 굵은 빗줄기를 점점이 토해내고 있었다.

초원으로 떨어지는 비가 왠지 낯설게 느껴졌지만 오랜만에 촉촉하게 내 몸을 젖시는 비가 상쾌함을 추가했다

여독으로 쌓인 정신의 때가 빗물에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그 낯선 곳으로 향하는 한 걸음 걸음마다 그렇게 비가 흩날렸다.

초원 위에 자욱하게 깔린 안개가 순식간에 걷히는가 싶더니 시계가 금새 뚜렷해졌다.

 

낯선 땅에서 만나는 비. 그 새로운 정점...

버릇처럼 셔터를 날리기 시작했다.

 

  

 

 

 

  

 

루얼까이 초원을 달릴 때만 해도 듬성듬성 피어난 구름은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멀리 구비치는 황하구곡 제일만이 시야에 들어온다


서쪽 하늘을 가득 채운 먹구름들




맑은 날의 저녁무렵엔 황하구곡제일만 너머로는 장엄한 해넘이가 펼쳐진다.
노을을 받아 금빛으로 빛날 황하구곡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설랜다

 


지천에 피어난 들꽃들...
꽃사진 좋아하는 분들에겐 이곳이야 말로 명당자리.
유감스럽게도 나는 꽃 사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ㅠㅠ



 형형색색의 들꽃들이 그야말로 지천에 늘려있다.


내 앞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미국인 여행자 에디와 타르쵸.



햇빛 잘 받는 구릉쪽에는 저마다 들꽃들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티벳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타르쵸


금빛지붕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티벳사찰이 있는 탕케가 왼쪽에 있고,
전망대로 향하는 나무계단이 능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이어져 있다.
멀리 구비쳐 흐르는 황하구곡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작은 마을 탕케의 전경



탕케의 곰파(티벳불교 사찰)을 망원렌즈로 담았다


전망대를 향해 오르다 문득 돌아보면 저렇게 장쾌한 풍경이 펼쳐진다.


황하구곡 일대는 금새 안개가 자욱해져서 시계가 좋지 않았다.


금새 비를 뿌릴 듯이 뿌옇게 변해버린 일대.


느리게 오르면서 두 대의 카메라로 낱낱의 풍경을 담았다.
조금씩 오를때마다 변해가는 각도가 풍경마저 달라보이게 한다.


나부끼는 룽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중국인 여행자들.


오르다 보니 호들갑스럽게 떠들던 그 많던 중국인 관광객들도 드문드문 줄어들었다.
금새라도 빗줄기가 그을듯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전망대 근처에서 만난 작은 개 한 마리.
녀석은 한참동안 미동도 않은 채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멀리 점점히 흩어져 있는 하얀 점은 양떼들...


양떼와의 거리나 생긴 모습으로 추측해서는 분명 양떼를 지키는 개는 아닌 듯 한데...
녀석은 우수에 가득 찬 뒷모습을 기꺼이 내게 양보하며 그렇게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막 자리를 떠나기 전에 힐끗 나를 돌아보며 포즈를 취하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쓸데없이 샷을 남발하긴 했지만, 왠지 낯선 개의 뒷모습에서 측은지심이 느껴졌다.


비를 맞으며 새로(오후) 2시의 신작로를 달리고 있는 오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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