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티베트 유목민



초원지대를 달리다 보면 사람구경하기가 힘이 들 때가 많습니다.

각종 가축들이 풀을 뜯고 있는 그 넓디 넓은 초원을 아무리 달려도 사람의 흔적조차 보이질 않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몽골여행 때도 그랬고, 중국의 동티벳 여행 때도 그랬습니다. 늘 입버릇처럼 내 여행은 '사람여행'이라고 중얼거리다 보니 사람구경조차 힘든 초원에서는 내내 무료해 했고 힘들어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유목민들이라도 마주치기라도 하면 자연스럽게 '스탑'을 외치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게 버릇처럼 되었습니다. 그게 초원에서의 여행법입니다.




6월에서 7월로 넘어가는 계절, 칭하이성 기련산맥 일대에 사는 티벳유목민들은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서 야크와 양, 말과 염소떼를 몰고 끊임없이 이동을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잘 닦여진 아스팔트길을 가다보면 어느새 도로를 점령한 채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는 한 무리의 가축떼들과 만나게 됩니다.  바로 이 행렬이 목초지를 찾아 떠나는 티벳 유목민들의 행렬입니다. 이삿짐은 대개 힘좋은 야크 몇 마리가 매고 그 뒤를 사람들과 가축, 티벳개가 함께 가게 됩니다. 행렬은 대개 가족단위로 이루어지는 지 단촐한 편입니다. 클락션을 울리면 깜짝 놀란 가축들이 순식간에 길가로 흩어지면서 길이 만들어지는데요, 특히 아래 위로 엉덩이를 들썩이는 양들의 모양새가 아주 재밌습니다.

 

아무튼, 칭하이(靑海)성으로 넘어가는 길에 만난 티벳 유목민들의 살이(生)를 피상적으로나마 지켜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어느 가족은 짐을 싸고 있었고, 어느 가족은 이동 중에 있었으며, 또 어느 가족은 잠시 그곳에 머무는 지 아름다운 들꽃이 핀 그곳에 작은 텐트를 치며 살고 있었습니다. 말을 몰고 염소몰이를 하는 여인이 있는가 하면, 따사로운 햇살 아래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듯 느긋하게 목초지를 관리하는 일가도 있었습니다.

 

항상 이들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면서 '살아간다'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꼬인 매듭처럼 빡빡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과는 달리 유목민들의 삶에는 왠지 모를 여유가 넘쳐 흐릅니다. 퍼붓는 햇살을 고스란히 받고 거친 바람으로 인해 그들의 피부는 벌겋게 상기되긴 했어도,  음식은 투박하고  단촐했으며, 옷은 헤어지고 낡은데다, 얼마되지 않은 세간살이는 세월의 흔적이 켜켜히 쌓여  때론 가슴을 아프게 했지만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의 풍경 속에 그대로 녹아든 그들의 삶이야 말로 어쩌면 우리가 추구하고 싶은 가장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들의 삶은 철저하게 '아날로그'적이었고, 삶이 곧 여행인 '노마드'적인 삶을 지금도 여전히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길들여지지 않은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참 삶의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언젠가부터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들의 아름다운 삶을 내 시각으로, 내 방식대로 함부로 짜집기해서 해석하지 않으면서 생긴 생각들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진정한 노마드(유목민)입니다. 여행 좀 다닌다고 함부로 노마드를 들먹이는 제 짧은 어휘력이 이 때처럼 부끄러울 때가 없었습니다.


 


 

 전날 밤, 이곳에 한 티벳유목민 가족이 텐트를 쳤나 봅니다.

부지런히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떠날 준비를 하거나 말거나 가축들은 아침에 돋아난 새순을 먹기에 바쁩니다.

 


다섯 마리의 야크에게 각각 실려지는 티벳인들의 이삿짐.

고산지대에 사는 야크들은 워낙 힘이 좋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전담으로 들고 다닙니다. 

 




냇가가 흐르고 비옥한 목초지가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명당자리인가 봅니다.

아무리 이곳이 명당자리라고 해도 아무나 저렇게 텐트를 치고 오랫동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초원에도 각기 자기 땅이 나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비옥한 명당자리에서 하룻밤을 유숙한 가족들은 또 자신의 땅을 향해 길을 나서야 합니다.

거의 준비가 끝난 모양입니다.

이젠 곳곳에 흩어진 가축들을 모아 서둘러 출발하기만 하면 됩니다. 


 


 좀 더 부지런한 유목민들은 이미 출발을 시작했습니다.

 



 횡대로 길게 늘어선 유목민과 가축들의 행렬.



 

좀 전에 경운기가 지나가더니, 이제는 맞은 편에서 소형트럭이 달려옵니다.
묘한 대조감이 들지만
이 길가의 일상적인 풍경일 겁니다.

 

 

산비탈까지 염소떼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출발 준비를 마친 여인이 산비탈에 흩어진 염소떼들을 몰기 위해 올라가고 있습니다.

티벳여인의 놀라운 염소몰이를 생생하게 지켜보시겠습니다.^^



 

 풀을 뜯는 염소들이 그녀를 보고 흠칫 놀라긴 하지만 그다지 신경쓰는 기색은 없어 보입니다.


 


 그녀의 활약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줄을 돌려 염소를 한쪽으로 몰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산비탈에서 쫓겨내려온 염소들이 얌전히 길가로 이동하는 게 보입니다.

염소몰이에는 여인의 역할도 컸지만 사납기로 소문난 티벳개의 역할도 아주 컸습니다.




 

티벳여인의 염소몰이는 아주 노련하고 침착해 보입니다. 



 

그저 몇 바퀴 돌고 내려왔을 뿐인데도 염소들은 훈련받은 것처럼 앞서서 걸어갑니다.

염소나 양같은 가축들은 그 우두머리의 역할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우두머리만 잘 조절해도

이동시킨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어느새 도로까지 내려간 염소떼와 티벳여인.

그런데, 이때였습니다.

제 존재를 눈치챈 티벳개 두 마리가 컹컹거리며 제 쪽으로 달려오는 게 아닙니까.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갈기를 휘날리며 사정없이 달려드는 사나운 티벳개로 인해

오금이 지릴 정도로 정신이 번듯 들었습니다.

돌맹이를 들어 던지는 시늉을 하자, 다행스럽게 순순히 발길을 돌리긴 했어도,

머리칼이 쭈빗서는 공포를 체험해 보는 짜릿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작은 티벳인의 텐트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나무가 귀한 이곳에서는 말린 가축의 변을 이용해서 뗄감으로 쓰고 있습니다.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야크들입니다. 


 


 노란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언덕에 자리잡은 텐트...

아마도 저곳의 안주인은 심미안을 지니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키낮은 초목이 있는 언덕, 또다른 가족이 방목을 하고 있습니다. 





 노란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고, 소녀로 보이는 여자가 아주 느리게 양떼를 몰고 갑니다.

그들이 있어서 황량한 이곳이 아름다운 풍경이 됩니다.




  

노란 꽃들로 치장한 초목의 숲에서 풀을 뜯는 양떼들


 





어딘가로 시선을 던지고 있는, 분위기있는 티벳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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