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배낭여행 같이 가면 안되는 이유?




 

 


'친한 사람과는 절대 해외 배낭여행 함께 가지 마라'는 말이 있다..

 

 

연인과 같이 떠났다가 헤어져서 따로 돌아오고 절친한 친구와 같이 떠났다가 원수처럼 다투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수긍이 가는 말이다.

여행사가 모든 것을 알아서 챙겨주는 패키지여행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하나에서 열까지 자신들이  준비하고 계획하고 결정해야 하는 배낭여행에서는 그만큼 동행과의 관계를 서먹하게 만드는 악재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사실 제목을 연인이라고 짓긴 했지만, 연인을 포함한  친한 사람(친구나 부부)과 떠났을 때 닥치게 되는 불안한 조짐들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1. 여행에도 '코드'라는 것이 있다.

 


 

코드라는 말은 정치권에서만 적용되는 말이 결코 아니다.

코드, 즉 자신의 생각과 지향점이 같거나 유사한 사람을 일컫는 이 말은 배낭여행만큼 절실하게 와닿는 상황도 흔치 않을 것이다.

동행과 코드가 맞지 않을 경우 겪게 되는 불편함과 불쾌함은 그야말로 여행을 치명적이고 끔찍한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년을 살을 맞대고 산 부부라고 할지라도, 일반적인 패키지 여행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배낭여행에서는 코드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코드라는 말이 외래어라서 그런지 몰라도 어떻게 들으면 아주 거창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발단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여행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하는 커플들도 있다.

예를 들기 쉽게 하기 위해서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을 '여자'라고 하고, 준비를 덜 한 사람을 '남자'라고 하겠다.

'여자'는 열심히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며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여행정보를 상세하게 정리하는데 반해,

'남자'는 '여자'만 믿고 준비를 소홀히 하고 방관했다면 그로인해 '여자'는 은근히 '남자'에 대해 마음앓이를 하거나 빈정 상할 수 있다.

이때부터 갈등의 서곡이 알게 모르게 서서히 싹트기 시작한다.

 

 

그렇게 여행을 가게 되면 '여자'는 당연히 자신이 공부했던  것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닐 것은 불보듯 뻔한 일.

하지만, '여자'의 이런 태도에 식상한 남자가 자꾸 태클을 걸게 될 경우 간극은 더 벌어지게 된다.

이런 일이 쌓이다 보면 그때까지 서로를 가리고 있던 콩꺼풀이 낱낱이 벗겨지면서 막연히 가지고 있던 연인에 대한 신비감마저 사라진다.

지금까지 예쁘게 봐왔던 작은 행동까지도 눈에 그슬리게 되고 눈빛도 마주칠 정도로 끔찍해질 정도가 되면,

묵시적으로 유지되던 평화의 시대는 그제야 막을 내리고 반목과 질시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암흑의 시대가 도래한다.

물론 사귀는 과정에서 몇 번씩은 겪는다는 통과의례의 일종으로 의식하고 곧 화해하고 이해한다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서서히 본 모습을 드러낸 채 칼날을 세워 싸움의 골을 키워 나간다면 서로에게 가졌던 굳건한 믿음은 급기야 깨어지고 만다.

 

 

그들이 유럽여행을 하고 있고 유레일 패스를 세이버로 끊은 경우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세이버 패스는, 2~5명이 항상 동행하여 같은 기차를 탄다는 조건으로 한 티켓 안에 동행자의 이름이 나란히 기재되어 있는 티켓이다.

가격이 저렴해서 비교적 경제적인데 반해  어떤 이유로든 동행이 항상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은 이 커플에게 이제부터의 여행은 그야말로 악몽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번 틀어진 관계는 인위적으로 붙인다고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름난 관광지에 들러 기념사진을 찍고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근사한 호텔에서 숙박을 하는

패키지 여행에 익숙한 어느 중년의 부부가 생애 처음으로 불볕더위로 극성인 여름의 동남아로 배낭여행을 떠나왔다.

귀빈 모시듯이 모든 것을 알아서 척척해주는 패키지여행과는 달리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급격한 혼란에 휩쌓이기 시작한 부부는 벌써부터 의견이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명색이 배낭여행인데 '배낭'을 가져가야 하지 않겠냐는 남편의 의견에 따라 막상 무거운 배낭을 들고 떠나오긴 했지만,

그 더운 날씨에 범상치 않은 무게의 배낭까지 양 어깨에 더해지니 아내의 입장에서는 이건 여행이 아니라 숫제 고행이라며 남편을 원망했다.

작은 의사결정이 있을 때마다 서로 상충되는 의견으로 인해 다퉈야 했던 그들은 코드가 맞지 않아 생기는 갈등들이 고리처럼 이어졌다.

급기야는 언성을 높혀 싸웠고 '이혼'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극한적인 대립까지 간 경우를 봤다.

다른 코드를 가진 동행과의 여행은,  부부라도 그 예외를 빗겨가지는 못했다.

물론, 조금 다혈질인 저 부부만의 문제일 뿐인데 왜 그렇게 확대해석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꼭 저 부부만의 문제라고 축소하기엔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위의 두 경우에서 보듯이, 저 두 남자의 성향은 약간 무대뽀적이다.

물론 남자들이 저런 무대뽀적인 성향을 가졌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코드, 즉 취향이 맞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일례를 든 것에 불과하다.

설령 여자가 저런 성격을 가졌더라도 서로 부딪혀 파산날 확률은 90%이상에 달할 것이다.

 

배낭여행은 인생의 가장 극적인 단면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리 부부라고 할 지라도 하루 24시간을 그것도 몇 날 며칠을 함께 붙어다니며 행동하는 경우는 한국에서는 아주 드물다.

집에서 뒹굴며 노는 것이 아니라 이동을 밥먹듯이 수시로 해야 하고 새로운 환경과 맞닥뜨려야 하며,

한 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배낭여행이라는 독특한 상황은 감춰졌거나 숨겨진 본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나와야 할 말은 바로 '이해'와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취향만 고집하고 내 입에 맞는 것만 찾다보면 결국 얇게 벌어진 틈으로 바닷물이 봇물처럼 터져나와 겉잡을 수없는 형국까지 가게 된다.
합일점을 찾는 노력은 대화로 풀어나가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그런 대화를 듣기싫은 잔소리 쯤으로 치부한 채 실타래처럼 꼬인 갈등을 풀어나가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은가 싶다.
너무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특히 가까운 내 아내나 남편, 연인을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마음의 상처를 덧씌우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2. 너무나 한국적인 식성을 가진 당신...

 

 

 

'외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 빠다 발린 느끼한 서양음식에는 김치나 깻잎이 최고야~!'

' 풀풀 날리는 동남아 안남미보다는 우리의 끈적한 쌀로 만든 햇반이 최고야'

'나는 된장만 먹고 자란 토종 한국인이니까...'

 

 

한국사람들처럼 비상식량을 바리바리 챙겨들고 외국여행을 떠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막 도착한 사람들의 배낭을 살펴보면 '고추장'은 기본이고 '김', '김치', '라면(또는 라면스프만)','햇반','깻잎','장조림' 등

그야말로 다양한 종류의  비상식량을 싸들고 오는 바람에 그렇찮아도 빵빵한 배낭이 미어터질 정도다.
이렇듯 한국적인 입맛을 가진 동행과 여행하는 것도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때가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 음식에 많이 들어가는 재료 중에 독특한 향기가 나는 '고수'라는 풀이 있다.
중국에서는 '샹차이', 태국에서는 '팍치', 인도에서는 '단이야', 영어로는 '커리엔더', 스페인어로는 '실란트로'라고 불리는 이 풀은
음식의 토핑이나 장식용으로 많이 쓰이는데, 매운 듯한 역한 비누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사찰에서 쓰이기는 하지만 보편화된 식재료는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고수가 들어간  음식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태국 뿐 아니라 인근 캄보디아나 베트남 등지에서 쌀국수를 주문하면 그야말로 고수 반, 국수 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북히 쌓아준다.

역하고 토 나올 것 같은 맛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마이싸이 팍치(고수 빼주세요)'나 '노 팍치'를 태국식당에서 외치는 게 일상화되었다.

방콕 카오산 로드의 식당에서 열심히  고수를 발라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이라 보면 된다.

 


현지음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국 나가서도 한국 음식 또는 국적불명의 서양음식만을 고집하는 동행 특히 그 사람이 연인이라면 상당히 피곤해진다.
인도의 델리나 바라나시나 네팔의 카트만두나 포카라 등지엔 늘린 게 한국 식당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행한 일행 때문에 삼시세끼 비싼 한국음식만 먹는 경우도 있다.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한국식당은 한국음식 비스무리한 맛이 나긴 하지만 재료나 맛에서 왠지 2%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머나 먼 인도땅에서 이런 음식이 어디냐며 후루룩 소리까지 내며 먹는 사람에게 타박도 주지 못한다.
'먹을 땐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물론 먹는 개 건드렸다가는 물린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이 부분은 비단 식성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의 배낭여행자들은 작은 돈으로 여행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교통비, 숙박비, 식비 등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승패(?)가 갈린다.
한식은 현지식의 몇 배 가격에 해당하는 아주 비싼 음식이다 보니 한식에만 매진하다가는 금새 비용이 적색경보를 보내는 건 시간문제다.

이렇다 보니 동행(또는 연인)의 입장에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고 이런 작은 알력들이 점점 불화의 불씨를 지피는 셈이 된다.
이거..이거...은근히 피곤하다.


너무나 한국적인 입맛을 가진 당신, 잠시 한국음식은 접고 현지식에 도전해보세요.
현지 음식에 적응도 하고, 돈도 굳고, 사랑과 우정도 굳는답니다.

 

 

 

 

 

 

 

 

 

 

3. 돌고 찍고 또 돌고...

 

 


배낭여행은 그야말로 체력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임없이 걷고 또 걷는 게 일상이 된다.

이런 현상은 여행초반에 많이 나타나는데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지도 위에 빼곡하게 그은 동선을 따라 관광지를 끊임없이 떠돈다.

여행 초반이니만큼 외국에 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한데 사진으로만 봐왔던 유명 관광지를 실제로 바라보는 기쁨은  거의 감격에 가깝다 .

너무 기뻐서 어디 내놓고 자랑하고 싶을 정도다.

당장은 못하겠지만 사진으로라도 남겨서 내 발자취를 전국 방방곡곡에 알리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카메라 셔터가 닳도록 누르고 또 누른다.

그렇게 1~2주가 흘러가면서 가슴 속의 벅찬 감동은 어느새 희석되어 무뎌지고 여행 자체가 일상처럼 고착화되어 버리면  열정도 점점 식는다.

 

초반엔 시간이 아까워서,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서, 낯설고 희안한 외국의 풍광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  끊임없이 걸어다녔어도 한동안 힘들 줄 몰랐는데 어느새 비축된 체력이 고갈난 모양이다.

여행 오기 전에 미리 운동 좀 해놓을 걸....후회도 하지만 이미 물건넌 간 후회는 그저 푸념처럼 쓸쓸하다.

몇 군데의 박물관을 이미 돌아본 터라 이제는 그 박물관이 그 박물관 같고, 몇 군데의 성당을 돌아본 터라 그 성당이 그 성당같다.

박물관에 가도  나름 유명한 몇 개의 작품만 휠끗 쳐다보고 나오고, 성당에 가면 잠시 앉아서 고개를 숙여 기도를 드리는 게 게 예사가 된다.

누군가 툭 건드려서 게슴츠레 올려다보니 함께 온 남자친구다.

아직 볼 곳이 많이 남았다면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자꾸 재촉한다.

 

'이 시키는 마치 산소탱크 박지성처럼 그렇게 걸어다녀도 지치지도 않아.'

 

 


이럴 땐 비록 동행이라고 할 지라도 한동안 따로 떨어져서 여행을 하는 게 상책이다.

체력은 워낙 개인차가 심하기 때문에 체력이 좋은 사람의 입장에서야 '그 정도갖고 힘들어 하느냐'라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지만
체력이 약한 사람에겐 여간 곤욕이 아닐 수 없다.
몸이 힘들면 마음마저 약해져서 여행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되고 소극적인 경향까지 보이게 되는데...
옆에서 자꾸 닥달하게 되면 심신이 피곤해서 결국 싸움으로 번지고 때아닌 파경으로까지 치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신의 패턴에 맞는 여행법을 찾아낸다면 서로의 관계도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가끔 거리가 환히 보이는 카페의 테라스에서 앉아서 마치 현지인처럼 찐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걸치면서 사색에 잠겨보자.
여행은, 많이 보는 것보다 많이 느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친한 사람과 함께 여행하시는 분들,
                   조금만 배려하고 이해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이라도 더 살펴본다면...

                   분명히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남기실 겁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사진은 내용과 전혀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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