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 마이코를 만날 수 있는 교토 기온의 하나미코지거리






일본에서 가장 일본스러운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는 도시를 꼽으라면 단연 교토京都를 으뜸으로 칠 것이다.
794년 헤이안 시대를 개창한 간무천황이 나라에서 교토(당시 지명은 헤이안코平安京)로 수도를 옮기면서 교토는 일본의 수도가 되었다. 
도쿠카와 막부시절, 막부의 중심이 에도로 이동하면서 정치적인 수도로서의 역할은 상실했지만 여전히 일본의 3경(교토,에도,오사카)으로 자리를 굳혔다. 도쿠가와 막부를 완전히 몰아낸 메이지 천황이 1868년에 유신을 단행하면서 수도를  에도(지금의 도쿄)로 이전하게 되는데 그때까지 교토는 거의 1000년동안 일본의 공식적인 수도였다. 일본 천황의 정식 즉위식이 교토에서 열리는 것만 봐도 교토의 막강한 위상을 새삼 실감나게 한다.  

 

2차대전 말에 미국은 교토에 원자폭탄 투하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유서깊은 고대도시의 파괴를 반대한 헨리 스팀슨에 의해 공격목표는 나가사키로 수정되고 교토는 엄청난 화마의 위기를 간신히 모면하게 된다. 그 덕분에 일본의 전통가옥인 마치야
町屋가 가장 풍부하게 남아있고 2,000개가 넘는 절과 신사, 황궁, 정원, 건축물들이 손상되지 않은 채 보존될 수 있었다.  
이런 탓에 교토사람들은 문화적인 자긍심이 상당히 강하다. 우스개 소리로 3대가 교토에 살지 않았다면 교토토박이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말까지 돈다고 한다.

 

그런 교토 중에서도 가장 일본스러움이 남아있는 거리를 기온祇園이라고 해도 누구 하나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기온 중에서 게이샤나 마이꼬를 쉽게 볼 수 있는 하나미코지花見小路 는 단연 최고다.
 
 
하나미코지는 꽃으로 은유된 게이샤나 마이코를  볼 수 있는, 교토에서는 몇 안되는 작은 골목이다. 하나미코지 일대를 기온 코부라는 이름으로도 부르는데, 기온 코부는 교토 하나마치花街 5개 거리 중 하나다.
하나마치花街라는 곳은 게이코 또는 마이코(게이코 견습생)와 여흥을 즐길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기온 코부를 비롯해, 기온 히가시, 본토초, 미야가와초, 가미시치켄 등 하나마치로 일컫는데 이중에서 본토초는 하나마치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교토사람들이 간단한 식사와 술을 즐기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사실 교토에서는 게이샤芸者라는 말보다는 게이코芸子라고 불리운다.
다른 곳의 게이샤와는 달리 교토의 게이코는 무려 5년동안의 수련과정과 엄격한 승격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게이코芸子라는 명칭은 타지역의 게이샤와 차별화하려는 자부심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실제로 교토에서는 게이코를 게이샤라고 부르면 상당한 결례라고 한다.




 


얼마 전에 위의 마이코舞妓사진을 플리커에 올려놓았더니 누군가 댓글을 달아놓았다.
무서운 플리커의 세계에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표하면서 찬찬히 영문의 댓글을 읽었다. 아마도 아래에 대충 번역해놓은 그런 뜻일 것이다.
 

Her name is Mamemaru, a maiko of Gion Kobu.

She wears the white collar of senior maiko but a junior maiko kanzashi, that's strange, it's maybe a stage before turning to a 'true' senior maiko with ofuku's hairstyle...

 

그녀의 이름은 마메마루, 기온 코부의 마이코입니다. 

그녀는 수석 마이코이지만 주니어 마이코의 하얀색 칸자시(kanzashi)를 하고 있습니다.
그게 이상한데요
. 아마도 오푸쿠 머리스타일을 하는 진짜 수석마이코가 되기 전 단계라서 그런게 아닐까요.

 

칸자시kanzashi는 비녀나 머리 장신구를 의미하는데 마이코의 머리 위를 장식한 꽃 등의 장신구를 의미하는 것 같고, 오푸쿠 헤어스타일은 수석 마이코들이 주로 하는 헤어스타일인 모양이다. 그리고 보니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하고 오비라는 화려한 허리띠(?)를 두르고, 소매가 긴 후리소데를 입고, 10센티 정도 되는 오코보를 신은 채 총총걸음으로 사라지는 그녀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며 사진을 찍긴 했지만 그녀들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마이코들에게도 각 단계가 나뉘어져 있고, 그들이 착용해야 하는 칸자시나 해야 하는 머리스타일이 다 다른 모양이다.

 

사실 알고 싶어도 그녀들은 철저하게 베일에 쌓인 비밀의 여인들이다. 그래서 더 궁금한 지도 모르겠다. 그 베일을 걷어내고 싶은 욕망(?)은 끓어오르지만, 그게 어디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인가. 러시아의 전대통령이었던 고르바쵸프의 방문조차 뜬금없다고 거절했던 그녀들이고 보면, 얼마나 당당한 자부심을 지녔을까 자뭇 궁금해졌다.


마이코는 게이코가 되기 위한 견습생이다. 대부분 중학교를 갓 마친 어린 나이에 오키야에 입주해서 5~6년동안의 수련기간을 거치고 승격심사를 마쳐야 게이코가 될 수 있다. 마이코는 오네상(선배언니)으로부터 전통적인 무용인 가치가타와 샤미센 등의 악기연주, 작시 등을 수련하게 되며 전통 기예인으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들을 차근차근 배워나간다. 실제로 마이코들은 게이코가 주관하는 연회장(오자시키)에 나가 단골손님을 위해 공연과 여흥을 베푼다.

 

실제로 우리가 하나미코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게이코보다는 마이코일 가능성이 많다. 마이코는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하며 비교적 화려한 옷을 입고 다닌다.  그녀들은 주로 어둠이 하나미코지를 덮는 시간이면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진짜 마이코를 만나려면 저녁시간에 이곳을 찾아야 한다. 혹시 그녀를 촬영하고 싶다면 가능한 한 노이즈억제력이 좋은 최신 카메라가 좋다. 물론 렌즈는 밝은 단렌즈가 위력을 발휘한다. 



▲ 교토의 기온 코너에서 만난 두 마이코, 마모토미(왼쪽)와 카츠토모(오른쪽)

그녀들의 춤사위는 절제되고 간결했다.
 


 17살의 마이코, 카츠토모

아직 앳띤 인상의 그녀는 인터뷰 도중에도 곧잘 화사한 웃음을 머금곤 했다.

 


 바깥에서는 10cm가 넘는 나막신 오코보를 신는데 반해...

실내에서는 이런 신발을 신고 단아하게 앉아있었다.



 머지않아 정식 게이코가 된다는 마모토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마이코와의 인터뷰는 그야말로 행운이나 다름없었다.

앳띤 그녀들은 무작정 찾아간 우리들에게 솔직한 심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고,

함께 웃으며 즐거워했다.

그녀들의 소망대로 훌륭한 게이코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기온 하나미코지는 빨간 등롱이 불을 켜는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열린다.



 낮시간동안의 분잡스러움을 떨쳐버리고자 물을 뿌리면...

시나브로 찾아오는 어둠이 기온 코부를 덮는다.



 교토시내 곳곳에 볼 수 있는 젊은 인력거꾼.

손님과의 흥정이 꽤나 진척되는 모양이다.



▲ 비교적 한적한 일요일의 하나미코지의 저녁.


 카메라의 iso값은 400~800으로 놓고, 85mm렌즈를 최대개방인 f1.2로 해놓고 마냥 누군가를 기다렸다.

골목이라 그런지 어둠은 금새 찾아왔고 셔터스피드는 극심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총총걸음으로 걸어가는 오네상을 찍어보지만...

그녀의 빠른 걸음걸이 때문에 초점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기모노를 입은 젊은 부부를 테스트 삼아 그 자리에서 찍었다.

젊은 부부가 나란히 기모노를 입고 지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문득 남자가 돌아보며 나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화들짝 놀라 

가볍게 목례하며 '아리가토'를 날렸다.

씨익 웃으며 지나가는 젊은 부부...




▲ 오랜 잠복끝에 만나게 된 마이코, 마메마루

막상 모퉁이를 도는데 우연히 맞딱뜨리게 된 그녀, 하마트면 부딪힐 뻔 했다.

작고 여린 그녀의 발걸음이 어찌나 빠르던지...

숱하게 샷을 날렸지만 겨우 건진 사진은 2~3장.

그나마도 흔들려서 차마 포스팅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 이후에도 2~3명의 마이코들과 조우하는 행운을 가졌다.

하지만,  너무 어두운데다 워낙 빠른 그녀들의 걸음 때문에 대부분의 사진이 흔들리고 말았다.

당분간 어두운 곳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피사체를 제대로 촬영하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기온 하나미코지에 비해 저녁하늘은 빨간 석양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아쉬움의 또다른 표현~!
 


▲ 오차야 앞을 환하게 비춘 등롱들을 바라보면서 기모노 입은 여자가 기온 코부를 말없이 걷고 있었다.
 

 오차야를 방문하기 위해서 가는 택시일까.

어두운 하나미코지를 미끄러지듯 달려가던 택시.
 


 한적한 일요일 밤의 하나미코지라서 그런지. 비어있는 가게들이 꽤 보였다.


 드러내지 않는 것의 미학.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 하나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