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여행, 아날로그적인 향수가 남아있는 일본의 기차역






이번 교토여행에서 녹차의 고장 우지(宇治)와 천개의 주황색 도리이가 나열되어 있는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伏見稲荷大社)를 다녀오면서 교토의 교외선을 이용했었습니다. 여행이라고 하면 늘 기차와 연계하는 습관 때문인지 교토 교외선을 탑승하는 그 자체가 설렘이었습니다.

게다가 정제되지 않은 일본 그대로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도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비록 낡고 오래되긴 했지만, 지저분하지 않으면서도 묘한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일본의 기차역은 마치 애니메이션 속의 풍경들을 연상시켰습니다.  

 

선로 너머의 풍경들, 어지럽게 흩날리는 각종 사인표시들, 다닥다닥 붙은 철탑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 정확하게 하나하나 점검하는 역무원. 300km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고속열차의 시대에 오히려 이런 풍경들이 더 와닿는 건 비단 여행자이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숨가쁘게 질주하는 도시와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옛 것에 대한 그리움'들을 잊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은 끊임없이 이런 그리움들을 재생시켜주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그래서 익숙해 보이면서도 낯선 풍경 앞에선 왠지 모를 끌림이 불현듯 생기나 봅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일본의 기차역, 또는 기찻길에서 오랜 전에 상실한 향수를 떠올렸습니다.

끌림에 이끌려 쉼없이 셔터를 누르고, 다시는 잊지 않을 욕심으로 기억 속에 빼곡히 저장합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시공을 초월할 능력은 없지만, 이렇게나마 시공 속을 거닐어 봅니다.





 교토 외곽의 어느 기차역



 교토외곽을 달리는 기차 앞에서



 교토 외곽의 어느 기차역



 프레임 속의 기차 선로



 교차했던 기차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기차 뒷편에 있던 부차장은 고개를 내밀어 정확하게 기차가 도착하는 지 확인하고 있다.



 교토 외곽의 어느 기차역



 교토 외곽의 어느 기차역



 교토 외곽의 어느 기차역



 후시미 이나리역에서



 기차 안의 풍경



 정차 중에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차장과 부차장



 끊임없이 기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교토 교외선



 햇살만 무성한 철로..



 교토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타야 하는 교외선이지만,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듯해서 오히려 교토여행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