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번] 사진가들에게 인기있는 멜번의 브라이튼 비치



오늘 소개해 드릴 곳은 사진인들에게 잘 알려진 브라이튼 비치라는 곳입니다.


멜본의 포토제닉한 곳으로 이미 소개해드린 브라이튼 비치는, 
세계적인 사진가 브라이튼 피터슨의 사진책에 잠시 인용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는데요  원색적인 색감의 오두막이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부라노섬처럼 시선을 끄는 원색의 화려한 색감과 오두막의 일정한 패턴은 굳이 사진가가 아니더라도 카메라를 들게 했을 겁니다. 희안하게 색은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질감, 바람, 빛, 그림자, 독특한 시선, 안개 등 사진을 찍게 만드는 요소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겠지만 색감은 첫사랑의 연인처럼 즉흥적인 설렘을 이끌어냅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렇습니다.



멜번도심에서 가깝고 인근지역이 워낙 한가닥 하는 부촌이라서 접근성이 아주 뛰어난 편입니다.
물론, 이 접근성은 차량을 이용했을 때 가능한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플린더스역에서 브라이튼 비치역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한 다음 15분 정도 걸어야 이곳에 올 수 있다고 합니다.
여름철엔 더위를 피해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갔을 때는 늦가을이라 그런지 무성한 햇살만 따갑게 해변에 드러누워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허름한 오두막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요,(실제로 보면 조금 허름한 편입니다.^^) 우리를 안내한 솜다리님의 말씀에 의하면 저 허름한 오두막 한 채가 무려 수십만불을 호가한다고 합니다.  이 오두막은 Beach Huts라고 불리는데, 대부분 서핑보드나 카누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만 사용되는데도 말입니다. 돈 좀 있는 사람들의 허세의 공간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습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에서 접한 해변들은 한결같이 거센 파도로 인해 위압감을 받았었는데 의외로 이곳은 마치 호수처럼 잔잔했습니다.
바람도 없는데다 햇살도 상당히 따갑게 느껴졌습니다. 비교적 움푹 들어간 만에 속해있는 지역이라서 그런지 다른 곳보다는 파도의 영향을 적게 받는 듯 했지만, 무엇보다 그 날의 날씨가 많이 좌우되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브라이튼 해변은 비교적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걸음은 느렸으며 ,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날카로운 디지털 생활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다보니 이런 한가로움이 때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브라이튼 해변과 인접해 있는 예쁜 공원




브라이튼 해변과 멜번의 스카이라인이 빤히 바라보이는 작은 언덕, 그 언덕엔 예쁜 벤치가 하나 있습니다.

누군가 앉아 있기만 해도 '그림'이 될텐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모래사장으로 향했습니다.




멀리, 누군가 걸어오는 게 보였습니다.


 

 

질하는 블랙스완 한 쌍과 희미하게 바라보이는 멜번의 스카이라인.

뭔가 느끼는 게 없으세요?^^



 


 마음껏 자신의 남성스러움을 과시하는 수컷이지만,

왠지 허장성세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개를 데리고 나온 여성슈터(Shooter).

사진가의 성지라서 그런지 곳곳에 dslr 카메라로 무장한 사진가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꾼은 꾼을 알아본다고,우리는 서로를 알아보고(?) 짧게라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예쁘게 나열해 있는 브라이튼 비치의 명물 오두막들(Beach Huts).



 


해바라기를 하며 오후의 한때를 즐기는 남자. 



 


늦가을이다 보니 대부분의 오도막은 사진처럼 굳게 열쇠로 잠겨있습니다. 



 


갈매기 문양이 그려진 오두막 앞을 갈매기 2 마리가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설마 자기 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한적한 브라이튼 해변,

한 청년이 고개를 돌려 뭔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 너머 보이는 스카이라인이 멜번의 중심지.



 


브라이튼 비치의 전형적인 사진.

저 사진 한 장을 얻기위해 짧은 오후 시간을 쪼개 이곳으로 왔습니다.

다행히 화창한 날씨( Sunny day) 와 적절한 각도 때문에 조화를 이룬 원색의 오두막과 하늘색이 환상적입니다.



 


마치 군인들의 열병식처럼 바다를 향해 나란히 도열해있는 오두막들. 




 

이곳의 오두막을 촬영할 때는 최대한 몸을 숙이는 게 좋습니다.

몸을 숙이지 않고 찍을 경우 지붕 위로 드러난 적나라한 나무들까지 함께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변에서 서스럼없이 염장질을 일삼고 있는 커플.

커플 셀카를 찍으려는지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자신들의 놀이에만 몰두해 있었습니다.

아마 솔로부대원이 이곳을 찾았다면 꽤나 속이 탔을 겁니다.



 


 커플의 염장질 따위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묵묵히 앞서 걸어가는 유부남들.

(솜다리님과 우쓰라님)

 

 



 염장 커플과 개를 데리고 나온 여성슈터의 어색한 마주침.



 


인적이 드문 이곳은 견공들의 천국이었습니다. 



 


 해변 바위에서 멈춰서서 갈매기들을 촬영하고 있는 아가씨.

아무래도 한국의 무적 솔로부대원들을 대거투입해야 할 곳이 바로 브라이트 비치가 아닐까 합니다.

오후의 한가로운 낭만을 즐기려는 듯 혼자 이곳을 찾는 아가씨들의 모습이 간간히 보입니다.

의외로...



 


 그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바다, 그리고 멜번의 스카이라인.

작은 바위에 걸터앉은 한 쌍의 갈매기와 외로운 뒷모습의 호주 아가씨가 왠지 대조적입니다.

문득 고구려 2대 유리왕이 지었다는 황조가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편편황조(翩翩黃鳥), 자웅상의(雌雄相依), 염아지독(念我之獨), 수기여귀(誰其與歸)

펄펄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

외로워라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아까까지만 해도 텅 비어 있던 벤치였었는데, 

벤치 위에 지팡이를 비스듬히 걸쳐두고 한 노인이 신문을 읽고 있습니다.

누군가 앉아있으면 정말 '그림'이 됐을 그런 풍경이 마치 거짓말처럼 만들어졌습니다.

지리산 일출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속설이 있던데...

이런 뜻하지 행운이 느닷없이 주어진 걸 보면 나도 그동안 덕이 제법 쌓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