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번] 드라마속 배경으로 유명해진 멜번의 미사거리





멜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한 군데 있습니다. 


KBS의 인기드라마였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배경화면으로 등장해서 그 유명세를 톡톡히 드날렸던 일명 '미사거리', 호시어 레인(Hosier Lane)이 바로 그곳입니다. 그 드라마를 본 적이 없어서 정황에 대해서는 소상하게 설명드릴 순 없지만, 언뜻 눈여겨 본 몇 장의 스틸사진만으로도 '미사거리'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끌림을 느꼈던 게 사실입니다. 아무튼 그 짧은 시간 멜번에 체류하면서도 이곳만 3번을 들락거렸으니 제 관심도도 나름대로 꽤 지긋한 편이죠?^^;

호시어(Hosier)라는 말보다는 '호저' 또는 '호지어'라고 발음하는 게 더 정확한 이 골목은 예전에 양말이나 메리야스를 파는 골목이었나 봅니다.  

거리라기보다는 작은 뒷골목 정도로 분류할 수 있는 '미사거리'가 유달리 인상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것은 다름아닌 눈길을 자극하는 화려한 그래피티(Graffiti) 때문이었습니다. 이 작은 골목의 곳곳에 빼곡하게 그려진 다양한 그래피티는 이국적이며 자극적인 색감과 더불어 상상력을 자극하는 묘한 그림틀 때문에 이방인에게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요즘은 세계 어느 지역의 뒷골목을 가더라도 이런 류의 그래피티를 보는 일이 흔해진 게 사실이지만, 멜번 미사거리의 그래피티는 TV드라마로부터 시작된 공감대를 현지에서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습니다.

 

미사거리는 멜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플린더스 스트릿역과 페더레이션 광장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서 교통편이 좋을 뿐만 아니라 찾기도 아주 수월한 편입니다. 한국인에게만 유명해서 다른 여행자들은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제가 간 날은 수학여행을 온 현지 학생들과 서양여행자들의 모습이 간헐적으로 보이는 걸로 봐서는 현지에서도 꽤 알려진 여행지였던 모양입니다.

 

사실 이곳의 첫 느낌은 여행지라기 보다는 음험하고 습기찬 뒷골목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껌 좀 씹고 침 좀 뱉는 언니 오빠들이 없어서 그렇지 전체적인 분위기는 헐리우드 영화의 험악한 뒷골목을 연상시키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워낙 좁고 작은 골목이다 보니 아침, 저녁에는 빛이 완전 차단되어 어둑컴컴한데다 함부로 내놓은 쓰레기통과 어김없이 그 위를 항칠하듯 그려진 그래피티, 지난 밤 누군가 마신듯한 맥주병과 버려진 담배꽁초들이 그런 음험한 분위기를 조장했던 모양입니다. 비약적인 생각일 지 모르지만 '미사거리'는 그런 느낌들 때문에 오히려 낭만스럽고 열정적으로 다가왔던 게 아닐까 하는 조심스런 추측을 내려봅니다. 어찌됐건 이곳은 낭만과 함께 묘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신비로운 재주를 가진 곳입니다. 수많은 거리예술가들의 열정에 의해 완성된 '미사거리'는 낯선 한국인 여행사진가에게 좋은 소재거리와 함께 어떤 깨달음을 선사해주고 있었습니다. 비록 빛이 없어 삼각대를 펼치고 사진을 찍어야 했...그래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흔들리게(blur) 표현되긴 했지만 나름의 의미를 추구하는데는 전혀 손색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멜번을 방문하신다면 아름다운 미사거리, 호시어 레인을 꼭 방문해보십시오.

극렬한 에너지를 지닌 속도감있는 그래피티들로 인해 잊어버린 감성이 문득 자극을 받을테니 말입니다.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다정한 연인들.
앞쪽에 보이는 건물이 국립 미술관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골목풍경



근처에서 꽤 유명한 식당으로 알려진 모비다(Movida).
모비다 앞에는 늘 상징처럼 하얀색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습니다. 




비교적 이른 아침에 찾아서 그런지 지난 밤엔 보이지 않던 차 한대가 턱하니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이곳에서 사람의 모습을 담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기다리다 지쳐서 어쩔 수 없이 거리의 곳곳의 정물을 담담하게 스케치합니다.



좀 전에 찍었던 자전거도 앵글을 다시 해서 한 컷.
찍고 나니 나름 마음에 듭니다.^^




어두운 골목, 낯선 그래피티...
그래도 불빛이 새어나오는 창문이 있어서 안도감이 듭니다.
왠지 가슴까지 따뜻해지는 살아있다는 느낌... 




 오후 5시면 해가 지는 멜번의 늦가을...
6시 조금 넘었을 뿐인데 이미 사방은 깜깜해져 버리고, 미사거리는 더욱 어둠에 휘감겨 있었습니다.
어둠을 가르며 걷고 있는 중년의 다정한 연인(?)들이 문득 부러워졌다는...
하나보다는 둘이 있어서 보다 조화로워 보입니다.




교복을 입은 한 무더기의 여학생들이 요란한 웃음소리를 내며 골목을 빠져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풋풋한 젊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옥구슬처럼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골목을 풋풋하게 데워갔습니다.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던 소년들...



(엉덩이...LOVE)
다양한 그림들이 있는데, 제 눈에는 그것만 보입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ㅠㅠ 



모비다 식당에서 만찬을 즐기는 사람들... 



힌두교의 가네쉬 신이 멜번까지 왕림하셨습니다.
참고로 호주엔 인도인들이 아주 많이 살고 있습니다.
인도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 베트남인 인도네시아인 등 수많은 아시아계 인종이 어울러 살아가는
다문화, 다민족국가인 호주에서 가네쉬신을 만나는 건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닙니다.



현란한 색감과 에너지 넘치는 그래피티의 축제의 장인, 미사거리.
더 정확하게는 호시어 레인...



대단하게도 쓰레기통까지 그래피티로 칠해져 있습니다.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하얀차가 주차된 골목까지 다시 내려왔습니다.

워낙 작은 골목이라서 생각없이 한 바퀴 돌면 5분도 채 안걸릴 것 같습니다.




아까보다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였습니다.

이렇게 모델까지 해주러 오신 아저씨도 계시고... 



그냥 말없이 스쳐가는 분들도 계시고...



그게 끝입니다. 또 인적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좀 전에 찍었던 부분을 앵글만 바꿔서 다시 찍습니다.

'역시 이곳은 불빛이 있어서 외롭지 않군'

혼자서 자위하듯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조용하던 미사거리가 시끄러워졌습니다.

수학여행 온 여학생들의 한 무리가 다시 이 좁은 골목을 점령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내 앞으로 겁없이 진입하던 여학생들은, 자신들의 카메라를 내게 건내며 단체사진을 부탁합니다.

 

'오빠, 부탁해요'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습니다.
오키도키, 돈 워리~!








좀 전까지만 해도 젊은 여자 2명이 문 앞에 쪼그려 앉아 담소를 나누며 맛있게 담배를 태우고 있었는데,

그녀들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찍어보려고 애써 돌아왔더니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저 문 앞에 쪼그려 앉아서 담배 피우는 그녀들의 모습... 꽤 괜찮은 사진이 나왔을텐데...

아쉬움이 먹구름떼처럼 가슴 속을 까맣게 후벼팝니다.




멀리서 중년의 남자가 담배에 막 불을 붙이며 걸어오고 있습니다.

문 앞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나눠피던 아가씨들보다는 못한 그림이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 앵글을 잡고 준비하고 있는데 미스티(Misty) 간판이 있는 문으로 쏙 들어가버리고 맙니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또 한 번의 배신감...아니 허탈감.

눈물이 찔끔나려고 합니다.






그래서...
보이실 진 모르겠지만 독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모습을 잘 남기지 않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가끔  숨은그림찾기처럼 흔적을 남겨놓기도 합니다.


 

가야겠습니다.
화려함을 가슴 속에 묻어두고 다시 떠나라고 하네요.
길은 언제나 그렇듯 일방통행... 



호주 멜번 빅토리아주 관광청
www.visitmelbourne.com/kr
www.backpackmelbourne.co.kr
www.greatoceanwalk.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