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에 혼자 서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대관령 왕따나무... 그 대관령 왕따나무를 대관령 양떼목장에 가기 전에 잠시 들렀습니다. 대관령 양떼목장의 공식적인 입장시간이 오전 9시이기 때문에 적당히 아침빛이 들어오는 시간대에 찾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법 운량이 많긴 했지만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우리 일행들을 위해 일출은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자욱하게 깔린 구름 때문에 아침빛은 강하지 않았고, 일출과 함께 번져가는 노란 색의 스펙트럼이 고운 입자처럼 부드럽게 산 능선 위로 퍼져갔습니다. 찬란한 일출의 영향 때문인지 지난 밤 내린 하얀 눈을 덮어쓴 대관령 왕따나무는 현란한 빛의 축제 속에서 마치 주인공이라도 되는 양 당당하게 서 있었습니다. 숱한 계절이 돌고 돌아, 샐 수 없는 낮밤이 또 그렇게 무심하게 왕따나무 위로 흘렀을 테고, 칼바람 불고 자욱하게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나지막한 언덕 위의 저 왕따나무는 그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했을테지요. 물론, 외롭거나 고통스럽다는 건... 인간의 감정이 저 나무에 그대로 이입된 탓이겠지만, 편견이나 왜곡으로 사물을 보는 것 또한 사람의 몫. 그래서, 그 외로움이 더욱 애절하게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둔덕 위에 나무 한 그루만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대관령 왕따나무는 많은 사진가들이 즐겨찾는 피사체이기도 합니다. 물론 다소 단순한 프레임으로밖에 촬영할 수 없는 한계는 있지만요...
하지만, 어느 계절에 이곳을 찾느냐 또는 어느 시간대에 이곳을 찾느냐에 따라 보여지는 느낌은 확연하게 다를 겁니다. 혼자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간대에 찾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빛의 방향에 따라서 다양한 모티브를 제공하는 것 또한 대관령 왕따나무의 매력입니다. 아침녘에 이곳을 찾은 탓에 역광과 역사광 등으로 다양하게 촬영할 수 있었고, 빛 뿐만 아니라 색 또한 첨가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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