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봄날의 아침이 찾아오면
웅크리고 있던 섬진강 주변의 속살이 거침없이 드러난다.
하얀 매화가 노란 아침 햇살에 물들고,
찬란한 역광이 점령군처럼 당당하게 땅 위를 비치니
밤새 신산했던 고민들도 흔적없이 사라진다.
바람이 서걱일때마다 하얀 꽃잎이 하늘 속으로 부유한다.
봄날답지 않게 맑고 청명한 하늘이다.
아름다운 자연 앞에 삶에 대한 물음들은
참 빈약하고 속절없는 표현일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계절은 돌고 돌아 어김없이 그 자리로 돌아왔지만,
삶에 대한 고민들도 늘 그 자리를 맴돌고 있으니
어쩌면 그게 삶의 원죄가 아닐까.
- 광양 청매실 농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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