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의 DSLR 망원렌즈 활용법


 



 

망원렌즈, 여행갈 때 가져갈 것인가?

 

여행을 갈 때마다 항상 갖고 가기를 망설이는 렌즈가 하나 있다. 바로 망원렌즈다.
사용빈도나 활용도는 다른 광각이나 표준렌즈에 비해 떨어지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렌즈라는 사실만큼은 인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늘 걸리는 게 그 만만찮은 무게 때문이다.

여행 내내 지니고 다녀야 하는 망원렌즈의 가볍지 않은 무게는 편두통처럼 나를 괴롭히는 주적이기에 늘 망설일 수밖에 없다.

내가 사용하는 망원렌즈는 Canon 100-400mm f4.5-5.6 L  IS USM이라는 렌즈다. 

다른 제원은 다 제쳐두고, 단순하게 1.38kg이나 하는 무게로만 따졌을 때 이 렌즈는 분명 여행과는 전혀 무관해 보인다.

무게는 곧 배낭여행 최대의 적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공식에서 너무 벗어나 있다.

무거운 망원렌즈를 들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찌 보면  무모하고 우둔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행에서 망원렌즈의 필요성은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가져간다.

어깨가 으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주체할 수 없는 사진에 대한 열망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챙겨간다.

원하는 화각대의 렌즈가 없어서 사진을 못찍는 그런 아쉬움은 더 이상 겪고 싶지 않다.

비록 단 한 컷을 찍더라도 마음 편하게 내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육체적인 무거움보다는 정신적인 갈증이 더 무섭기 때문이다.

 

 

 

 

 

[ 캐논코리아 컨슈머이미징(주)에서 이미지 발췌 ]

 

내가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명 [백사]라고 불리우는 슈퍼 망원줌렌즈.

정식 명칭으로는 EF 100-400mm f/4.5-5.6 L IS USM이라는 복잡한 명칭으로 불린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영어단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EF라는 말은 캐논의 35mm 필름카메라에 맞게 설계된 렌즈군의 총칭을 의미한다.

100-400mm은 그야말로 화각,  f는 조리개값을 말한다.

f/4.5-5.6이라는 말은 조리개값으로 화각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가변조리개값의 수치를 알려주는 것이다.

L은 Luxury의 줄임말로 다른 뜻으로는 '캐논에서 제일 좋은 렌즈군에 속한다'라는 뜻이다.

IS는 이미지 흔들림 방지 (Image Stabilizer)의 약자로 다른 말로 '손떨림 방지장치'쯤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USM이라는 말은, 울트라 소닉모터(Ultra sonic motor)의 약자로 '초음파 모터'를 말하는데,

USM이 달린 렌즈는 소음도 거의 없을 뿐더러 반응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한 마디로 축약하자면 '좋고 비싼 렌즈'라는 뜻인데, 사실 값어치에 비해서 성능이 조금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활용성 면에서는 상당히 뛰어난 렌즈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오래 전에 출시된 렌즈답게 기계적인 성능은 약간 떨어진다.

무엇보다 IS기능이 2-stop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최대화각에서 손으로 들고 찍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다.

IS를 켠다고 해도 보는 범위가 워낙 좁다보니 화창한 날이 아니면 손으로 들고 찍을 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전히 이 렌즈를 고수하는 것은 극강의 화질 때문이다.


 

 

 

 














 




 

망원렌즈의 특성 살펴보기

 

일반적으로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초점거리가 50mm라고 한다.

그래서 50mm(약 46도)를 표준화각이라고 하고 이를 포함하는 카메라 렌즈를 표준렌즈라고 한다.

이보다 초점거리가 짧으면 비교적 넓은 범위를 볼 수 있다고 해서 광각렌즈라고 부르며,

초점거리가 길고 좁은 범위(약 30도)를 지니지만 망원경처럼 멀리까지 볼 수 있다고 해서 망원렌즈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50mm 이상의 화각을 지닌 렌즈를 망원렌즈라고 보면 된다.

 

망원렌즈는 이처럼 초점거리가 길고 보는 범위가 좁아지기 때문에 공간을 인위적으로 압축하게 되는데,

이로인해 원근감(또는 거리감)이 없어지고 심도가 얕아져서 피사체를 제외한 주변 환경이 흔히 말하는 아웃포커싱으로 흐릿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화각이 좁기 때문에 비교적 독특한 구성을 할 수도 있다.

포트레이트portrait(인물 초상)을 클로즈업해서 꽉 차게 구성하거나, 배경정리를 통해 선이나 색, 패턴 등을 단순하게 묘사할 때도 꽤 유용하게 쓰인다. 때론 육안으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박진감 있는 사진을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물리적인 자연환경을 쉽게 담아낼 때도 빼놓을 수 없이 훌륭한 역할을 담당한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초점거리가 길고 보는 시야 범위가 워낙 좁다보니 항상 흔들림에 대비해야 한다.

적어도 300mm이상의 중망원에서는 반드시 삼각대와 함께 사용해야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만약 급하게 찍어야 할 경우엔 어느 정도 셔터스피드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iso를 올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망원렌즈는 자연스러운 장면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주변 배경이 흐리거나 생략되기도 하며 때론 피사체를 지나치게  부각시킴으로서 생기는 촬영지에 대한 정보 누락은 분명 여행사진에서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다분히 작위적인 화각으로 인한 몰인간화와 몰카를 찍는다는 다분한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다는 점만큼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어쩌면 여행사진을 찍을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가갈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관찰자로서 한 걸음 떨어져서 지켜만 볼 것이냐 하는 문제는 여행 내내 나를 괴롭히는 핸디캡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답은 의외로 명쾌하게 해결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행동하면서 다양한 렌즈의 화각도 제대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현지인들과 충분히 교감을 나눠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가끔 소설의 전지적 시점처럼 관찰하듯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행동과 모습을 담는 상황도 생기기 마련이다. 사진에서는 '다음'이라고 하는 말은 없다. 이번에 못 찍었으니 다음에 찍으면 되겠지 하는 순간, 그 다음은 영원히 기약할 수 없는 과거로 밀려나고 만다. 이럴 때 망원렌즈가 있으면 굉장히 유용하게 쓰인다. 특히 인물이 포함된 사진을 찍을 때는 더욱 그렇다.

사람의 행동과 패턴과 빛의 방향 등을 나름대로 예측하고 기다렸다가 그 '제대로 된, 자연스러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망원렌즈의 필요성이 그만큼 대두될 수밖에 없다.

 

비록 후자일 경우에라도 나중에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인지상정이다.

 


예제사진에서처럼 망원렌즈는 풍경 사진 뿐 아니라 인물사진 등 다양한 형태의 사진을 두루 찍을 수 있는 만능렌즈다.
공간을 적절하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여백의 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즐거움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기막힌 타이밍을 이용해 아주 자연스러운 사진을 카메라에 담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망원렌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남이 찍을 수 없는 화각대의 사진도 찍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물론 여행에서 사용빈도는 가장 떨어지는 렌즈일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가장 사진다운 사진을 선사해주는 렌즈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