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사진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다면,




가끔 사진을 찍다보면 문득 내 사진을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을 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스스로에게 만족못하는 자신의 사진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비록 내 스스로를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진이라 할 지라도 다른 사람들, 특히 사진전문가의 눈에 비친 내 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인가 봅니다.


작년(2009년)에는 간헐적으로 네이버 포토갤러리에 사진을 한 장씩 포스팅하곤 했었습니다.

목적은 위에 열거한 내용처럼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꽤 많은 사진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긴 했지만, 재미 이상의 다른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재미로 사진을 찍었고, 재미로 공모전에 응모했으며 운이 좋아 공모전의 입상 리스트에 등극하는 재미도 톡톡히 경험해봤습니다. 재미의 일환으로 시작된 공모전 응모이다 보니 누군가로부터 사진을 평가받는다는 자체가 처음에는 어색하게 다가왔습니다. 공모전 입상이라는 허울좋은 경력이 만들어낸 허상, 즉 어설픈 자존심이 심각할 정도로 훼방을 놓은 것도 사실입니다.그러나, 모전이라는 어정쩡한 틀 속에 내 자신을 마냥 묶어둘 수 없다는 치기어린 용기가 서서히 생겨났습니다.

 

 

재미삼아 네이버 포토갤러리에 하루에 한 장의 사진만 포스팅하기 시작했습니다.

포스팅에 꽤 재미에 푹 빠졌던 시기가 대략 작년 1~4월초까지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꽤 많은 사진들이 '베스트 포토'에 뽑히는가 하면 그 중에 몇 장은 '오늘의 사진'에까지 등극하는 영광을 누리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재미로 시작된 포스팅이 점점 '베스트 포토' 선정에 목매이는 신세로 전락해갔습니다. 이것도 은근히 중독성이 강해서 하루라도 포스팅을 하지 않으면 손이 떨리는 금단현상을 보였고, 베스트포토에 오르지 못할 경우 받게되는 정신적인 쇼크도 상당했습니다.(우습지만 말입니다.) 특히 자신은 베스트라고 생각하며 포스팅했던 사진이 전혀 주목받지 못한 채 밀려나는 경우에 받게 되는 일종의 공황상태는 정신건강을 해칠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든 건 그때였습니다. 물론 그 후에도 생각날 때마다 한 두 번씩 포스팅을 하곤 했지만,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 만족함을 알고 그만 두기를 바란다)'라는 말처럼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면서부터는 포스팅의 횟수를 점점 줄여나갔습니다. 무 잦은 '영광'과 부질없는 '욕심'이 자칫 본연의 스타일을 망쳐버릴 지도 일말의 두려움이 작용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점점 지나친 승부욕이 들끓어 오르면서 네이버 포토갤러리에 올인하려는 승부근성이 작용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사진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하는데, 욕심이 지나치게 커지다 보니 의도가 퇴색해져 버렸습니다.


요즘도 곧잘 포토갤러리에 들어가서 사진들을 보곤 합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눈여겨 보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도 잊지 않습니다. 사람의 의식과 관점이 얼마나 다양한 지 깨닫게 되고, 기존과 형식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세계를 조합하고 구축해나가는 작품을 볼 때면 감탄을 금치못한 채 부러운 눈으로 숨죽여 지켜볼 때도 많습니다.
수많은 이미지가 흘러넘치듯 인터넷 곳곳에서 범람하고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이미지들이 대부분인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수많은 이미지 중에서 제대로 된 이미지, 즉 잘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내 사진이라면, 내 사진 한 장을 감탄하며 치켜세우는 사람들이 있다면 사진생활은 분명 더 즐겁고 흥미로 가득 채워질 겁니다.  


남에게 인정받는 것은 분명 큰 즐거움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즐거움이 아닙니다. 자신이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으며 세상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시선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것을 사진으로 표현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일깨워 주는 그런 즐거움입니다.  그로인해 일정한 틀을 형성하고 영역의 테두리 안에서 세상을 담으려는  전혀 뜻밖의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도 사진을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네이버 포토갤러리를 적극 추천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자신의 사진을 평가받고 싶다는 단순한 욕심으로 시작되지만, 나중엔 다양한 시선의 사진들을 접하게 되면서 사물과 빛을 바라보는 시선이 높아질 것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습니다. 단, 너무 '베스트 포토'에 목매고 연연하다 보면 이런 깨달음은 금방 소각될 수 있으므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라고 제 경험담과 함께 충고를 합니다

어느 정도 상식이 용인된 범위 내에서, 다양하고 독특한 시선들이 공존하는 사이트를 꼽으라면 단연 네이버 포토갤러리를 꼽습니다. 
네이버 포토갤러리는 자신의 한정된 시선에게 꽤 많은 자극과 영감을 불러넣는 산파역할을 할 것입니다. 자신의 사진을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며칠 전 네이버 포토갤러리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갤러리n'의 한 목록에서 멈춰서고 말았습니다.
'2009년 오늘의 포토를 말하다'라는 목록인데, 작성일자를 보니 올해(2010년) 2월에 포스팅된 것이었습니다.  2009년에 올라온 수많은 '오늘의 포토' 중에 9점을 뽑아서 일종의 'Best of Best' 형식으로 작성된 것인데 그곳에 낯익은 제 사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뜻 정인님께 그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그제서야 났습니다.

사뭇 반갑기도 하면서도 오랫동안 사진을 등한시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함께 싹텄습니다. 
재미없으면 절대 못할 사진, 이제 사진은 통과의례를 넘어 운명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