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의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







늦은 가을의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


푸른 안개가 살짝 깔려있는 새벽의 담양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은 그야말로 고즈넉했습니다. 

아직 채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간, 인적조차 드문 그곳에서 늦가을의 진한 냄새가 났습니다. 불과 일주일전까지만 푸른끼가 돌던 메타쉐콰이어 가로수들은 한결같이 짙은 노란 색으로 옷을 갈아 있었습니다. 손끝을 아리게 하는 서늘한 한기조차도 그리울 것 같은 가을의 끝자락~! 그렇게 담양의 메타쉐콰이어길을, 그렇게 마지막 가을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서 다시 찾았습니다. 바닥에 뒹구는 낙엽들이 허무와 고독을 종용하지만 애써 태연한 듯 그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감성적으로 변한다고 하던데, 저는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이성적인 성격으로 시나브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가을이면 가슴을 뭉클하게 하던 짙은 우울과 슬픔의 입자들이 어느샌가 말끔히 사라지고 말았으니까요. 오히려 무던하게 세상을 방관하는 나쁜 버릇만 생기고 말았습니다. 감정이 개입되지 없는 방관이란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습니다. 쓸쓸한 가을을 그렇게 보내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처럼 머릿 속은 엉망으로 꼬여있었고, 그럴 때마다 닳아버린 감성을 일깨우기 위해 디오니소스처럼 술에 의존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선명한 현실의 아름다운 풍광들은 때론 위선처럼 프레임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어쩌면 가을이 주는 지독한 휴우증은 오랫동안 견고하게 쌓아놓은 아집의 아픈 부분을 서서히 자극하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이 서걱이며 불 때마다 시나브로 가을이 성큼 물러났고 그렇게 조금씩 마음은 생채기를 쌓고 있었나 봅니다. 담배를 배어물면 머리를 풀고 날아가는 허망한 연기의 운명처럼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해서 더욱 그랬습니다.


메타쉐콰이어 이파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가로수길... 그곳에서의 슬픈 단상(斷想).

어쩌면 세상에 대한 방관이라기보다는 처절한 관조였을 겁니다. 

그리고, 쌓인 푸념을 퍼부을 수 있는 이런 공간에 제게 있음을 감사히 여깁니다.


- 사진은 담양 메타쉐콰이어(메타세쿼이아가 바른 표현) 가로수길과 나주 전남산림자원연구소에서 촬영했습니다.

 


 

  




















































































▲ 하와이 촬영여행(2014.1.21(화)~27(월))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