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향기 가득했던 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





머나먼 옥정호까지 걸음을 했으니 인근에 위치한 정읍의 구절초 테마공원을 찾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전북 임실과 정읍에 걸쳐 있는 옥정호는, 앞의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기온차가 심한 봄,가을이 물안개와 운해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어서 많은 사진가들이 찾는 사진 명소.
가을이 되면 옥정호 안에 있는 붕어섬(외앗날)은 붉은 색으로 옷을 갈아입어 더욱 멋진 자태를 뽐내기 때문에 이 시기엔 삼각대 하나 세울 자리조차 없이 사진사들로 붐빈다. 옥정호 촬영을 마친 대부분의 사진사들은 옥정호 사진 포인트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정읍의 구절초 테마공원으로 달려가 촬영을 이어가게 되는데, 마치 정례화된 코스처럼 모든 사진사들이 그렇게 몰려다닌다.
 
우리가 찾은 지난 일요일은 정읍 구절초축제의 마지막 날.
운해를 촬영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늦어졌는데, 대기는 봄날처럼 따뜻한 날씨 탓인지 어느새 뿌연 헤이즈로 가득했다. 
풍경사진 찍기에 가장 좋지 않은 날을 만난 것이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내가 꽃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것.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주막에 걸터앉아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며 피곤을 쫓으려 했는데 금새 얼큰한 취기가 올라왔다.
한 숨도 못자고 달려온 통에 알게 모르게 피곤이 눈두덩이 위에 잔뜩 달라붙어 있었던 모양이다. 
취기를 안주 삼아 남자들만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늘 그렇듯이 사진에서 시작된 주제는 블로그로 옮아갔고, 블로그의 방향성에 대해 나름대로 꽤나 열변을 토하며 대화를 나눴다.
사진과 블로그라는 동일한 취미를 가진 동무들과의 대화는, 진지하면서도 즐거울 수밖에 없다. 
 
즐거운 산책을 하듯 구절초 테마공원을 느리게 돌아다녔다.
사진사들이 곳곳에서 그들만의 앵글로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간헐적으로 스냅샷을 날리는 것으로 사진놀이를 대신했다.  
콧끝을 알싸하게 자극하는 기분좋은 국화꽃 향기에 유혹되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입하지 않고 관조하듯  꽃밭을 바라보는 것이 구절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상을 했다.
가을에나마 잠시 흐드러지게 피어 나비와 벌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고, 사람들에겐 볼거리와 마실거리의 재료로 이용되는 구절초인만큼 그저 눈과 코로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구부러진 소나무 사이로 바람이 일면, 서걱이는 구절초들에게선 진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