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운문사, 고즈넉한 가을을 즐기다




청도 운문사, 고즈넉한 가을을 즐기다


어제의 짧은 포스팅에서도 남겼지만, 막간을 이용해 청도 운문사와 경주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청도 운문사는 지금 시기가 단풍여행의 적기인데요, 올해는 유난히 날이 따뜻한 탓에 노란 은행나무와 붉은 단풍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 합니다. 청도 운문사의 경내엔 500년된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는데요, 이번 주말 바야흐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고 하니 기대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청도 운문사 은행나무 공개시간 11/9~10 오후 1~4시)


청도 운문사를 찾았을 때는 막 뜬 햇볕이 겨우 산허리춤을 비추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유독 춥지 않은 이번 가을이라고 하지만, 쓸쓸함과 동시에 냉기가 손끝을 자극했습니다. 말간 새벽의 단풍길을 따라 스님들이 걸어오고 계셨습니다. 도란도란 애기꽃을 나누며 걸어오시는 분들이 계시는가 하면 털모자에 바릿배낭을 맨 채 홀로 걸어가는 스님들도 보였습니다. 붉은 가을단풍과 말갛게 풀칠한 법복이 주는 신비로운 분위기에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게 했습니다. 절제되고 은근한 스님들의 걸음걸이와 만추의 운문사, 그리고 콧끝을 사아하게 스치는 냉냉한 새벽공기... 머릿속이 개운해졌습니다.


인적없는 청도 운문사를 그렇게 산책하듯 걸었습니다. 아침볕이 은행나무 끝에 맴돌자, 마침내 가을풍경은 절정에 이른 듯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지난 밤 차가워진 대기와 땅이 햇살을 받자마자 스물스물 안개를 게워냈습니다. 안개와 빛, 붉은 단풍색과 노란 은행나무색이 어우러진 청도 운문사의 가을은 그야말로 환희로 빛났습니다. 만추(滿秋)... 놓칠 수 없는 청도 운문사의 풍경을 또 그렇게 맞이했습니다. 번잡하거나 소란스럽지 않아 좋고, 잔잔하게 깔리는 법고 소리, 뜨락의 말간 가을 햇살과 노랗게 익어가는 은행나무, 그리고 총총이 걸어가는 스님들의 발걸음이 있어서 그 운치를 더 하는 곳, 청도 운문사... 이 아름다운 풍경 앞에 잠시 말문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의 언어 따위는 그저 무상함으로 스칠 뿐이었습니다. 다양한 느낌이 혼재하는 만추의 운문사를 잊지 못해 가을이면... 그것도 이른 새벽이면 어김없이 발걸음은 이곳을 향하겠죠.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북대암까지 올라 운문사의 전경을 조망하고, 가을색이 완연한 운문댐 주변의 산자락을 둘러보며 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깊은 가을 속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그제서야 제 마음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