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봄꽃이 자욱했던 비오는 날의 통도사 극락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 얼마전에 다녀온 통도사로 다시금 봄꽃사진을 찍으러 다녀왔습니다.
통 도사는 주위에 많은 암자를 거느리고 있는 거대 사찰인데요, 통도사의 홍매화도 유명하지만, 서운암의 들꽃이나 운치있는 극락암의 주변풍경이 워낙 좋아서 봄꽃여행을 떠나기에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개인적으로 봄여행지로 적극 추천하는 곳입니다.
 
특 히 이렇게 비가 흩날리고 안개가 자욱해지는 초봄의 경우, 홍매화만 찍지 마시고 주변의 암자를 돌아다니면서 여유롭게 주변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아보십시오. 특히 통도사 극락암은 홍매화 뿐만 아니라, 산수유, 멋진 돌다리, 초입의 소나무 숲이 잘 어우러질 뿐만 아니라 정원에는 독특한 무지개 다리까지 놓여있어 색다름을 선보입니다. 부산, 경남 지역에 계시는 분들은 일부러 멀리 가지 마시고, 통도사 극락암으로 봄꽃여행을 다녀오셔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되실 겁니다.
 
이 번 포스팅은 홍매화 위주의 포스팅이 아니라 주로 솔밭에 자욱하게 깔린 안개와 비 쪽에 중점을 뒀습니다.
예전부터 안개가 자욱한 날에 꼭 한 번 극락암의 솔밭을 찾고 싶었는데요, 오늘에야 비로소 소원을 성취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엉망이니 기대하지 마시길.... 하필, 우리가 올라가는 시간에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화각에 맞는 렌즈를 갈아끼울 여유도 없이 대충 찍고 말았습니다.



한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뜰에 가득했던, 비오는 날의 극락암.

수령이 짧은 홍매화 나무들이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담벼락에 소복히 노란 꽃잎을 터뜨린 산수유.

아마도 다음 주말이면 아름다운 산수유 꽃들이 저 곳에 가득할 겁니다.

단, 담벼락 쪽에 몇 그루가 심어져 있으니 너무 많은 기대는 마십시오.



산허리를 휘감은 안개가 솔밭을 자욱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우산 위에 토닥토닥거리며 떨어지는 빗소리만이 정적을 깨웁니다.



경주 삼릉의 솔밭과 안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지만,

창연한 고찰의 뒷산인만큼 때론 영험함마저 깃들어 있는 듯 합니다.



비 오는 날 숲에 가면 침잠하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마치 나를 돌아보는 거울과도 같은 안개숲...

그 속에서 오랫동안 누군가를 그리워 합니다.



자박자박 걷는 내 발소리만 귓전에 흥겁합니다.

여전히 비는 소리없이 내리고,

솔밭과 대숲이 있는 그 길을 따라 조용히 걷습니다.



소나무, 대나무, 바위

그리고

부끄러운 내 모습을 가린 안개만...

그곳에 있습니다.



함께 그 숲에 오른 지인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나는 언제나 뒷태 전문 사진가...



수북하게 쏟아지는 비만 아니었더라도 그곳에 더 오래 머물렀을 겁니다.

35mm f1.4만 달랑 끼운 내 카메라는 저런 앵글밖에 만들지 못하더군요.

다양함의 결여,

궁핍한 앵글...



잠시 차를 세우고 저 길 너머로 우산 쓴 사람이 걸어오길 기다렸습니다.

특히,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걸어오면 좋은 그림이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도...

내 머릿속에 그려놓은 이미지의 여인은 결코 나타나지 않았고...

저는 지나가는 차만 찍어야 했습니다.

훌쩍~!



솔밭 사이로 뚫려있는 극락암 초입의 도로






퍼붓는 비를 내 카메라에 담고 싶었습니다.

다리 위에 걸터서서는 누군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는데...

운좋게도 스님이 지나가십니다.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않으니 속상하더군요.





내리는 비와 가지 끝에 매달린 빗방울...




공양시간이 다 되어 다시 내려온 통도사에서...




비에 젖은 홍매화의 영롱한 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