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하지 않은 희망처럼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 싱그럽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서둘러 새벽일터로 나가는 어부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깨닫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왠지 가슴이 한 켠이 아려옵니다.
그 아름다운 곳에서 쉼없이 담던 일출의 장관들이었는데, 오랜만에 나간 송정은 왠지 낯섭니다.
대충 일출각을 잡고 삼각대를 펼치니 주변에 계신 낯익은 얼굴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내옵니다.
점점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를 기억해 주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어 그저 반가울 뿐입니다.
이제는 사진을 찍기위해 송정을 찾기보다는 짧은 산책처럼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찾습니다.
깨어나지 않은 멀건 정신과 꾀죄죄한 몰골로 나서는 송정이지만, 기분좋게 한 컷 날리고 마시는 모닝 커피 한 잔의 여유와
사진이라는 취미를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과 나누게 되는 따뜻한 정담이 오히려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뭔가를 함께 공유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밤새 내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불안감과 긴장들이 해돋이와 함께 말끔히 사라집니다.
매일 똑같은 일출사진을 왜 찍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제가 일출사진을 즐겨찍는 의미는 그래서 남다릅니다.
일출, 그 버릴 수 없는 감동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송정의 해돋이는 아름다웠고, 사람들은 넉넉했습니다.
그렇게 가을이 찾아오나 봅니다.
'대한민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옥정호가 있는 국사봉에서 바라본 운해 (22) | 2010.10.20 |
---|---|
가을이 차방차방 익어가는 밀양의 위양못 (25) | 2010.10.19 |
신불산 억새평원에서 본 아름다운 운해 (24) | 2010.10.09 |
부산의 랜드마크인 오륙도를 바라보며 파도를 담자 (26) | 2010.10.01 |
부산의 대표적인 달동네, 감천동의 태극마을 (25) | 2010.09.29 |
해무에 쌓여 신비스럽게 보였던 광안대교 (23) | 2010.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