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 토스카나의 태양







 

- 이태리 여행에 대한 프롤로그




다시 여행이다.
세번째 가는 이태리.

일년에 한 두 차례 다녀오는 해외여행이라곤 하지만, 비행기를 막 탔을 때의 느낌은 언제나 새롭다.

작은 설레임과, 미세한 경련같은 긴장들이 가슴 속을 휘젖고 다닌다.
이 정도면 익숙해졌을 것이라 자위를 해보지만, 이륙할 때의 그 짜릿함같은 쾌감은 마치 카타르시스처럼 야릇하다.


여행은...

막 비행기를 내려서 트랙을 밟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아니, 하나하나 준비물을 점검하고 루트를 짜고 비행기를 예약하는 준비과정부터 여행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준비할 때의 그 막연한 환상은 얼마나 여행을 안달나게 하는 지 경험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잘 안다.


바쁜 업무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라는 말은 순전히 핑계라고 덮어둔다고 해도...

짜집기로 편집된 예전의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로 인해 이태리에 대한 '환상'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다.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이라 함은 보편적인 이태리에 대한 선입견과 유사하다.

그 보편적인 선입견은 곧 내가 가졌던 체험과 맞아 떨어져서 때론 불쾌하고 짜증스런 이미지로 남아있다.

흔히 말하는 집시, 소매치기, 유럽의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의 지저분함,

남자들의 바람끼 많은 눈빛(내가 남자라 이건 예외로 치더라도) 등이 그 대표적인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이태리를 그리워 했다.

간이역의 작은 카페에서 홀짝거리며 마셨던 진한 에스프레소 향처럼 짙은 그리움...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하고, 지저분한 동네를 돌아다니긴 했지만, 언뜻 차창밖으로 펼쳐진
한 편의 아름다운 명화같은 풍경이 내내 뇌리 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흥적인 충동에 이끌려 선뜻 계획을 잡는 걸 보면 나란 인간은 참 단순하고 평면적인 인간이 아닐까.

몇 잔의 화이트와인을 마시고도 긴장은 내내 풀리지 않아 mp3를 들으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토스카나,




그래...


아기자기한 이태리의 자연환경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토스카나 지방의 시골 마을을 육안으로,

마음으로 때론 사진으로 담아보는 것이 오랜 꿈이자 숙원이었다.

독특한 풍광, 빛 잘 드는 나트마한 언덕마다 포도밭이 펼쳐져 있고, 으례 작은 성곽이나 마을들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던 곳.
사이프러스 나무가 일렬로 정렬해 있고, 낯선 바람과 태양이 와인을 맛있게 빚고 있을 것 같은 그 곳에 나는 가고 싶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로 시작하는 유명한 유행가 가사가 주는 묘한 이끌림 때문에라도...
잠시 스치며 바라보았던 그 아름다움에 매혹당한 모질고 질긴 내 집착의 끝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태리로 가야 했다.


몇 년 전,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졌다.

다시 이태리를 찾게 해달라고 그렇게 소망하며 던진 동전이 이제서야 화답을 해온 모양이다.

13시간 가량되는 파리까지의 긴 비행시간, 잠시 머물렀던 파리에서...
또, 로마로 이어지는 시간동안 나는 참으로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에 휘말려 많은 생각과 상념들을 넘나들었다.

단순명료하게 표현하자면, '이태리로 여행을 갈 수 있어 너무 좋다'라는 말로 집약될 수 있다.
처음 여행을 하는 아이처럼 들떠 있었고, 기압이 상승하면 봉지가 부풀어오르는 것처럼 
또 다시 만날 이태리에 대한 묘한 기대감으로 한껏 상승되어 있었다.

가이드북도, 지도도 어떤 여행정보도 없는 무계획적이고 저돌적인 여행...
몇 장의 종이 쪼가리엔 세 도시(로마, 나폴리, 베네치아)의 한인 민박집 전화번호만 적혀 있을 뿐이다.


그렇게 인도도 아닌, 미얀마도 아닌, 티벳은 더더욱 아닌...이태리로 떠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