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여행] 사막이 있는 풍경





 

 

오아시스 도시의 끝에서 만나는 모래사막은 낯설고 생소했다.
우루무치에서 투르판으로, 투르판에서 다시 선선으로 이동하면서 황폐하게 말라버린 벌판을 이미 바라보긴 했지만, 예전부터 상상해왔던 모래 구릉이 아니라 듬성듬성 잡초가 피어난 황무지의 모습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선선이라는 유서깊은 오아시스 도시에 이르면 거짓말처럼 모래 구릉이 나타나는데 바로 쿠무타크库木塔格사막이다.
모래사막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해서 마치 병풍처럼 도시의 남쪽부분을 휘감고 있는데 도시에서 바로 연결되는 모래 사막으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타림분지의 동남쪽, 투르판과 하미 사이에 위치해 있는 오아시스 도시 션션. 
            곤륜산맥의 북쪽기슭을 따라 오아시스 지대를 연결하는 서역남도로 들어가는 길목에 오래 전 누란(樓蘭)왕국이 있었다. 
            누란왕국은 기원전 2세기부터 서기5세기 전후로 실크로드 상에 실제로 존재했던 소왕국.
            유라시아 동서교통로의 요충에 위치한 까닭에 누란은 흉노와 한나라로부터 끝없는 침략과 간섭에 시달렸고, 
           
훗날에는 월지가 인도로 이주해 세운 쿠샨제국의 속국이 된다. 


 
           이 과정에서 왕족들이 세 나라에 차례로 볼모로 끌려가는가 하면,
점령군에 의해 국호가 바뀌고 강제이주까지 당하는 비애를 겪는다.  
           하지만 오랫동안 유적과 유물을 발견할 수 없었기에 전설속의 잊혀진 왕국으로 인식되어 오고 있었는데,
          
1929년 신비의 호수 로프 노르(Lop Noir)를 찾던 스웨덴의 탐험가 스벤 헤딘에 의해 유적이 발견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난다.
           2천년 전의 누란왕국은 실크로드의 시점인 둔황을 출발해서 오다보면 만나게 되는 오아시스 왕국으로 로프 노르 호수를 끼고 있어서  
           대상들에게 물과 식량, 필수품들을 보충할 수 있는 거점으로 중국의 변방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부와 문명을 축적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번성하던 누란왕국은 어느날 역사의 무대에서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누란왕국은 오랫동안 유적과 유물이 발견되지 않아 그저 전설 속의 '신비의 왕국'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누란왕국이 왜 멸망했는지, 뒤에 왜 국명을 션션국으로 바꾸게 되었는지 대한 어떤 기록도 정확하게 남겨져 있지 않다. 
           다만, 오늘날의 연구로 타림분지에는 아리안계 혹은 이와 유사한 종족이 살았고, 또 일부에서는 터키족이 살았다라고 한다.
           오아시스의 부에 관심이 많았던 흉노의 끊임없는 공략 또는 북위의 침공으로 멸망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타림분지의 모래퇴적으로 인해 자연하천이던 로프 노르호의 이동과 함께 운명을 달리했다는 설도 있다.



           후일법현(399년에 인도에 들어간 중국 동진 때의 스님)이 선선을 지날 때엔 이곳은 이미 '죽음의 땅'이었고
          
다시 스벤 헤딘에 의해 발견될 때까지는 모래 속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누란왕국의 사막화가 가속화되자,
'초원은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고, 사막모래는 더 이상 들어올 수 없다
           (綠不退, 沙不進)'라며
누란의 공주는 신에게 간절히 호소하였고 그 결과 확장되는 사막화를 막아 오늘날의 선선이 있게 하였으며 
           
공주는 인어가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공주의 그 꿈이 이루어졌는지 현재 전세계적으로  확장일로에  있는 사막화 현상은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른바 사막화 정체현상을 이끈 것은 공주의 간절한 염원이, 아닌 누란인들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은 결과가 아닐까.





불과 100미터도 안되는 모래산을 오르는데도 힘에 부대껴서 몇 번이나 숨을 헐떡이며 쉬어야 했다.
고운 모래 입자가 맨발에 닿는 그 독특한 감촉은 말할 수 없이 좋았지만, 한 걸음 뗄 때마다 그 만큼 뒤로 미끄러지다 보니 몇 걸음 오르기도 전에 이내 진이 빠져 버렸다.
건조한 사막지대라서 숨통을 턱턱 막는 불쾌한 더위는 없지만 여과없이 쏟아지는 강한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된데다 여전히 적응 안되는 시차 때문에 몸은 스펀지처럼 무거워져서 흐느적거리는 연체동물처럼 피곤이 겹겹이 흘러내렸다.

신장지역은 한국과는 3시간의 시차가 있긴 하지만  북경의 표준시를 적용시키기 때문에 결국 1시간의 시차만 인정되는 셈.
신장 사람들에겐 꼭두새벽이라 할 수 있는 아침 7시에 일어나면 해가 지는 저녁 10시까지 아주 긴 하루를 보내야 했다.
이동 중에 틈틈히 토막 잠을 자 두긴 하지만 그것마저도 하루이틀 지나다 보니 피로를 가중시키기는 마찬가지였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는 모래산 정상이 그렇게 멀리 느껴지긴 그때가 처음이었다.




 






 





사막도시 선선으로 가는 길에 만난 어느 위구르인 부부...















100m도 안되는 나트마한 모래산을 힘겹게 오르고 있는 일행들.
하루종일 달궈진 모래 위를 걸을 때면 마치 찜질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고운 모래입자들이 발가락 사이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기분은 묘한 오르가즘을 느끼게도 하지만,한걸음 걸을 때마다 도리어 밑으로 밀려나는 안타까움은...
장딴지에 힘이 더욱 실리게 하는 고통 그것이었다.



 


 














늦은 햇살에 길어지는 그림자들.
바람이 만들어 낸 모래 물결들...
















한참을 걸어올라왔지만 여전히 입구는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나즈막한 모래산의 정상에 오르니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아시스 도시가 푸른 녹음에 쌓여있다면 쿠무타크 사막은 마치 겉잡을 수 없이 굽이치는 거센 파도처럼 끝없이 요동쳤다.
생전 처음, 육안으로 바라보는 모래 사막이라서 그런지 감동은 더 했는 지 모르겠다.
비록 공원화 되어버린 탓에 인위적으로 추가한 건물이나 도로가 흉물스러워 보이긴 했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위용만큼은 정형화시킬 수 없었으리라,
한 동안 모래산 정상에 앉아서 자리를 뜨질 못했다.

























 

모래산 정상에 올라서서 그렇게 한참을 조망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사막이 현기증나도록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 끝없는 길을 나침반도 없이 걸어갔을 과거의 대상들...
측정할 수 없는 길이에 대한 불안감이 그제서야 싹텄다.

 



















































바람이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모래사막.




















선선이라는 오아시스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백양목들.
딱 저만큼이 도시와 사막의 경계가 되는 셈이다.
고대 누란 공주의 간절한 소망이 만들어 낸 신비한 결과물...

 



 















늦은 오후의 붉은 햇살을 받으며 그는 사진 찍기에 심취해 있다.
벌써 이곳 시간으로 저녁 10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지만 마지막 햇살은 강렬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낮게 드리워진 모래 언덕 사이로 붉은 햇살이 시나브로 스며들고 있었다.













 

도시에 인접해 있기 사막공원의 입구에는 저렇게 마실 나온 현지인들이 한가롭게 사막의 오후를 즐기고 있다.
입구 쪽만 하더라도 제법 초록색의 사막풀들이 듬성듬성 자라나긴 하지만, 막상 반대쪽을 둘러보면 풀 한 포기조차 없는 거대한 모래 사막이 굽이치고 있다. 
















400mm 렌즈로 당겨서 바라본 낙타의 행렬.
이곳은 쌍봉낙타의 보호구역이기도 하다.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앞세우고 사막 사이로 난 도로를 내려오고 있는 사람들...

 















시간이 흐르면서 사막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짙게 음영이 드리워진 부분이 있는가 하면 반사된 모래빛에 빛나는 둔덕도 보였다.
늦은 하오의 빛을 받아 둔덕은 낮게 그림자를 드리웠고 빛을 받은 모래 언덕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사진에 대한 지독한 노출 편집증 때문에 사막의 전체를 담아오지 못한 게 그래서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 지도 모르겠다.
오후 10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태양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또렷하게 빛났고 어느새 모래산 정상에는 우리 일행들 말고는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해거름이 지면 질 수록 위세를 떨치던 햇살도 쇠약해져서 그늘진 모래 언덕으로 내려가니 한기가 돋을 정도였다.

 












관광객을 위한 낙타 행렬도 보이고 모래를 이용해서 만든 모래 조각물들 같은 인공 구조물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