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린 짧은 글과 몇 장의 여행사진





 

 

오래된 몇 장의 사진을 보정하다 

문득 내 기억력의 한계를 절실히 깨닫는다.

뻔히 알고 있던 익숙한 지식들의  소멸이 뜬금없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백짓장처럼 머릿 속이 하얗게 되고 말았다.

그로 인해 한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서 그저 눈동자만 하릴없이 굴려야 했다.


'소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것이다.

도대체 기억이 나질 않았다.

흐름은 알겠는데, 익히 알고 있던 세부적인 방법들이 도통 떠오르질 않았고

활성화되어 있던  기억들이 뚝뚝 끊긴 필름처럼 분할되기도 했다.

흐름마저도 원래의 방식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일쑤였고,

전체적인 흐름의 이해마저 용이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낯설고 혼란스러웠다.


기억력 감퇴가 비단 작금의 현상이 아니긴 해도

요즘처럼 그 정도가 심했던 적은 없었다. 

시나브로 나이가 들어가는 모양이다.

담배와 술에 찌들고, 때론 강력한 스트레스에 충격을 받은 기억세포들이

시간의 추이와 함께 버텨내지 못할 지경까지 치닫고 있는 듯 했다.

감히 거역할 수 없는 게 시간의 흐름이라고 하지만...

느닷없이 찾아오는 낯설면서도 다양한 현상들 때문에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 들 수록 깊어가는 고민의 정도와는 반비례하게

옅어져 가는 감수성은 또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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