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 형형색색의 골목, 베네치아 부라노섬







 

[이탈리아 여행] 베네치아 부라노섬


몇 년 전에 다녀왔었던 이탈리아 여행에서 내가 베네치아로 향했던 단 하나의 이유는 부라노섬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짧은 여정을 쪼개서 다녀온 그때의 베네치아.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낯고 좁은 베네치아의 골목길을, 그것도 추적추적 내리는 가랑비를 맞으며 부라노행 바포레토를 타기 위해 선착장을 찾아가던 기억들은 여전히 생생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막 도착한 부라노... 초입의 작은 카페에서 마시던 진한 에스프레소의 여운은 자극적이기까지 했다.

이번 베네치아 여행에서도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다가온 건 다름 아닌 부라노섬이었다.
베네치아에서 바포레토를 타고 40여분 간의 물길을 달리면 만나게 되는 원색의 섬, 부라노. 구름 한 점 없이 말간 하늘 위로 엄청나게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다시 한 번 부라노 초입에 있는 작은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부터 들이켰다. 입 안에 맴도는 알싸한 커피향의 여운은 잔뜩 긴장한 정신을 가라앉혔다. 
그렇게 부라노섬에서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그다지 감성스럽지 못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은 부라노의 골목들은 강렬한 원색으로 다가와 스멀스멀 드러누운 셔터 본능을 일깨우고 있었다. 사진은 직관적이고 단편적이지만 현란한 색감에 포커스를 맞췄다. 단순한 색감에 치중하기보다는 그곳에 사는  보라노 사람들을 향해 집중했다.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동선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아무 골목이나 들어가 이곳저곳을 기울이며 마치 숨겨놓은 사과를 탐닉하 듯  사진을 찍었다. 

금새 오후의 느긋한 햇살이 기우는가 싶더니 이내 찾아온 [개와 늑대의 시간]
남아있던 관광객들마저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창백한 가로등을 배경으로 저녁 무렵의 부라노섬을 배회했다. 아침과는, 또는 늦은 오후와는 전혀 색다른  분위기의 부라노는 촉촉하면서도 차분한 매력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