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녹차밭의 아침








보성 녹차밭의 아침


올해도 어김없이 보성 녹차밭을 몇 차례나 달렸습니다. 봄에는 자욱한 운해, 또는 빛내림, 그리고 제대로 빛받은 하얀 목련을 찍기 위해 달렸고 늦봄에는 작업하는 녹차의 첫잎을 따는 분주한 작업현장과 녹차밭의 패턴을 위해 갔었고,  늦가을(또는 초겨울)에도 초봄처럼 자욱하게 깔려있는 운해와 그 속을 비집고 나오는 명쾌한 빛내림을 보기 위해 또 달렸습니다. 보성 녹차밭에서 느닷없이 첫 눈을 맞는가 하면, 늦가을의 수줍은 자태같은 단풍들도 몇 컷 담을 수 있었고, 오랜만에 보게 된 빛내림과 운해까지... 그럭저럭 올해는 적잖은 행운이 따라주는 보성 녹차밭 출사가 된 셈입니다.


12월의 보성 녹차밭은 그야말로 고즈넉했습니다. 그만큼 관광객들의 왕래가 뜸하다 보니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늦은 오전까지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지금 보성 녹차밭에 가면 계곡 사이로 밀려오는 안개와 그 속을 뚫고 나오는 빛내림의 대장관을 목도할 수 있어 더 좋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받은 셈입니다. 그럭저럭 이파리의 색감도 여전히 푸르고, 보성 녹차밭 대한 1다원 초입의 삼나무길부터 잔잔히 깔린 안개길을 걸으며 그야말로 호젓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안개의 습도 때문에 추위가 마치 바늘을 찌를 것 같은 서늘함 때문에 망설이긴 했지만, 의외로 이 날은 강한 햇살 때문인지 춥지도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진가들로 북적이는 울산의 강양항이나 경주의 대왕암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조용함을 느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헤이즈가 없다보니 해가 뜨는 순간부터 햇살은 너무 강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플레어 때문에 한참 애를 먹기도 했지만 그 경이로운 풍광 앞에서 내내 숨죽이며 셔터를 눌러야 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날들의 기록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