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인물사진을 찍는 몇 가지 방법 #1 포즈샷


 

 

 

여행에서 인물사진을 찍는 몇 가지 방법  #1 포즈샷

 

인물사진에 대한 강좌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진행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방향을 조금 달리해서 그동안 제가 찍은 사진을 기준으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여기에서 인물사진이란, 포즈샷이라고 할 수 있는 포트레이트 뿐만 아니라 동작이나 상황 등을 찍는 스냅샷들도 당연히 포함시켰습니다. 그동안 제가 공부하고 경험적으로 체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극히 제 주관적인 흐름으로 진행될 수 있음을 먼저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 자연스러운 포즈샷을 찍고 싶다면 먼저 친해져라


의도적으로 포즈샷을 많이 찍는 편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찍게 되거나 꼭 찍고 싶은 경우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한 번이라도 모델 출사를 다녀와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아무리 예쁜 모델이라고 해도 첫 만남에 그 모델의 느낌을 제대로 담는 작업은 상당히 힘듭니다. 단순히 예뻐서 샷을 날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그렇게 되면 경직된 모델의 포즈나 인상에서 놓치게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아집니다. 그 모델의 표정과 포즈를 내가 의도한 대로 표현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먼저 모델과 친숙해지는  과정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얼굴도 익숙해져야 하고 유대관계도 어느 정도 끌어내다보면 조금 전까지의 냉냉하던 분위기는 금새 급반전하게 됩니다. 친밀한 기류는 모델의 포즈나 표정을 끌어내는데도 한결 쉬워질 뿐만 아니라 촬영도 순조롭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여행 중에 찍는 인물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무턱대고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예의없는 행동은 아무리 사진을 좋아하는 인도인들이라도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유도하고 싶다면 손짓발짓으로라도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친숙해지는 시간과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그러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 교토 미야가와초


 

 

촬영후기

위의 사진은 교토 미야가와초에서 마이코 체험을 하는 일반인들을 광각렌즈 16-35mm Ⅱ로 찍은 것입니다. 날이 어두워서 580EX Ⅱ의 고속동조를 이용했습니다. 광각렌즈이기 때문에 꽤 근접거리에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움찔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줬다는 것은 그만큼 친밀도가 쌓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그녀보다는 그녀의 남자친구와 서로 짧은 영어로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는데요, 이런 자연스러운 포즈는 그래서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행 중에도 광각렌즈를 꽤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굳이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친밀감만 형성되면 광각렌즈를 이용해서 충분히 현지인들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 독특한 왜곡 때문에 촬영 후에 LCD를 보여주면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찍은 사진을 뽑아주지 않았지만 캄보디아나 인도 등을 여행할 때는 찍은 사진을 그 자리에서 바로 뽑아주니 어떨 땐 더 열성적으로 포즈를 취해주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 인도 라다크 레


 

촬영후기

인도 라다크를 여행하면서 만난 어린 라마승을 당시 사용하던 광각렌즈 17-40mm를 이용해서 찍었습니다. 

위의 마이코 체험하는 여인과 구도는 거의 비슷합니다. 의식하지 못했는데 제가 이런 구도의 사진을 선호하나 봅니다. 왼쪽에 인물을 넣고 오른쪽에 레의 광활한 독특한 전경을 담으려는 의도였습니다. 어찌나 바짝 카메라를 들이댔던지 어린 라마승은 부끄러운 미소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워낙 햇살이 강한 지역인데다 정오 무렵에 촬영했기 때문에 컨트라스트가 너무 짙은게 조금 흠인데요, 이때는  장시간 나홀로 떠난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짐의 하중을 줄이고자 스트로보를 챙겨가지 못했습니다. 

 

 

 



▲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촬영후기

앙코르 톰 인근의 한 법당에서 향을 태우시던 보살 할머니를 시그마 12-24mm Ⅱ 최대 광각으로 촬영했습니다. 주 피사체가 되는 할머니를 크게 부각시키면서 법당 뒤의 부처님과 함께 계시던 분들을 한 앵글 속에 담고자 욕심을 부렸던 것인데요, 처음에는 피하시던 할머니도 포토프린터로 즉석에서 사진을 뽑아드리니 다시 포즈를 취해주시는 열의까지 보여주셨습니다. 주변사람들과 사진을 돌려보면서 유쾌하게 웃는 그 모습들은 오랫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듯 합니다.


시주도 당연히 했습니다. 사진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서의 시주가 아니라 으례 법당에 왔으면 그 정도 시주는 기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친해지는 과정이야 다양하겠지만 저는 절대 돈부터 드리진 않습니다. 물론 돈을 주고서라도 찍어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돈을 주면서까지 찍고 싶은 인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고, 부탁해서 양해를 구하면 백이면 구십정도는 승낙을 하시니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 보세요. 

 

삶이 묻어나는 진득한 사람사진을 찍고 싶다면 말입니다.

 

 

 



▲ 네팔 카트만두 파슈파티나트 사원


 

촬영후기

네팔 카트만두 등의 도심을 여행하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고 긴 수염을 하고, 장신구를 두른 사두들을 곧잘 만나게 됩니다. 사진 찍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독특한 외모에 끌릴 수밖에 없는데요, 수행을 하는 사두들은 대부분 사두들은 모델(?)을 조건으로 돈을 요구합니다. 수입원이 따로 없는 사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겠지만, 한국의 사진가들 중에는 의외로 돈을 내고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합당한 금액을 지불하고서라도 반드시 찍어야 할 여행사진의 소중한 [피사체]입니다. 얼마 되지 돈에 인색해서 이런 좋은 촬영소재를 놓친다면 그만큼 여행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여행의 소재에는 해당 나라의 [전통]까지도 포함되기 때문에 흔치 않은 기회는 그때 그때 잡아야합니다. 

 

찍어야 할 순간을 놓치면 또다른 기회는 쉽사리 오지 않습니다. '다음에 찍으면 되지...'하고 돌아서게 되면 그 [다음]은 영영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게 사진입니다. 좋은 빛, 찍고 싶은 상황이나 모델의 포즈가 앞에 있다면 재화를 지불해서라도 촬영하는 게 좋습니다.

그게 [진실의 순간 Moment of truth]을 기록하는 사진가의 의무이기도 하니까요.


캐논 24-105mm f4.0 렌즈로 촬영했습니다.

주 피사체가 되는 사두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어두운 배경을 선택했습니다.

 

 

 





▲ 요르단 암만



촬영후기

요르단 여행 중에서 만난 암만의 한 여대생입니다. 

그녀의 커다란 눈빛과 손톱에 칠해진 화려하고 다양한 색감의 매니큐어가 유독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슬람 사회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모델을 부탁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어디서 듣긴 했지만 다행히 그녀는 어린 여대생이었고 친화력이 강한 유쾌하고 호방한 성격을 지닌데다 동양인인 우리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커다란 눈과 화려한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을 함께 찍고 싶다는 제안에 기꺼이 포즈를 취해 주었습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우연성'이 개입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느닷없이 주어진 우연성을 친밀감이라는 양념에 덧칠하다보면 의외의 인연과 추억을 엮게 됩니다. 이런 [우연]은 단체여행보다는 혼자 여행에서 얻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무래도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그만큼 현지인들의 접근을 더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단체여행은 단체가 주는 배타감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요, 아무리 단체여행을 떠났을 지라도 현지인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즐거운 여행이 되게 하는 원동력일 뿐만 아니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습니다. 빗장을 풀고 열린마음으로 여행과 사진을 즐기시길...

 

캐논 35mm f1.4 렌즈로 촬영했습니다. 

실내라서 어둡기도 했지만, 그녀의 큰 눈과 화려한 매니큐어를 표현하려면 단렌즈가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했습니다.

 

 

 





▲ 선운사



 

촬영후기

지난 가을, 선운사에서 만난 한 소녀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렌즈는 초광각인 시그마 12-24mm Ⅱ.

소녀보다는 소녀가 건내주는 노란은행잎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래도 수줍게 은행잎 다발을 건내는 소녀의 표정이 오히려 은근하게 표현되었고 때마침 마치 하트모양으 로 떨어지는 은행나무 이파리도 함께 찍었습니다. 인물 자체보다는 상황과 인물의 표정에 중점을 두고 촬영했습니다. 당연히 초광각 영역인 12mm로 촬영해서 주변상황이 많이 왜곡되긴 했지만 적절하게 주변 상황과 소녀의 표정이 잘 버무러진 탓에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사진 중의 하나입니다.

 

포즈샷이라고 해서 굳이 인물에게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비록 소녀의 얼굴에 포커스가 맞춰지진 않았지만 소녀의 부끄러워 하는 표정만으로도 가을을 즐기는 소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을테니까요.

 

 

 




▲ 중국 웬양

 

촬영후기

고운 오후빛이 쏟아지는 웬양의 승촌시장...

그 빛을 제대로 담고 싶은 욕심에 무작정 시장 뒷편에 있는 작은 골목으로 들어섰었습니다. 화사한 전통의상을 입고 늦은 점심을 즐기고 있던 하니족 여인들이 무리지어 그곳에 있었고 카메라를 든 저의 출현을 호기심어리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오후빛이 너무 좋아서 막내가내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고, 곧 흔쾌한 허락의 답변이 날아왔습니다. 빛을 등지고 그녀를 찍자 부드러운 오후빛이 렌즈 가득 흩어졌습니다. 만나기 쉽지 않은 빛을 만났고  전통 옷을 입은 하니족 여인들까지 모델이 되어주니 여행은 한껏 호사로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녀들이 찍힌 사진을 즉석에서 뽑아주니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고, 쌀국숙를 내밀며 식사를 권하는 여인도 있었습니다.

여행사진의 즐거움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마음에 드는 장면을 찍을 수 있다는 것과 현지인들의 정성어린 대접(?)까지 받을 때 극대화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항상 인물 촬영 위주의 사진여행을 떠나시는 분들에게 꼭 휴대용 프린터와 필름을 권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사진은 85mm f1.2로 촬영했습니다. 

하니족 여인 주변으로 번진 할레이션이 인물사진을 한껏 부드럽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 바티칸


 

촬영후기

세상의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곳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이 미국인 화가는 그가 직접 그린 그림집을 선뜻 내밀었습니다. 

그의 그림집들을 하나하나 부러움의 눈으로 넘겨보면서 여행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불타게 했는데요...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자 흔쾌히 그가 그리고 있는 그림까지 함께 보여주면서 포즈를 취해줬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계는 허물어지기 마련입니다.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만이 지닌 가치관과 신념이 부러울 때가 많은데요... 때론 그것들이 어두워 보이지 않는 내 삶의 길에 작은 등불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런 포즈샷은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을 더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한 작은 기념품이기도 합니다.

 

 

 


■ 그 외 다양한 포즈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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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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