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 보성녹차밭에서 즐거움을 찍다





그렇게 온 산하를  붉게 물들이던 단풍시즌도 끝나버리면, 눈길은 이제 운해와 안개, 물안개가 자욱한 출사지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보성녹차밭도 그 중의 한 곳입니다. 이곳도 거의 매년 늦가을이면 연중행사처럼 다녀오는 곳이라서 새삼 새로울 게 없지만, 운해에 대한 기대감은 언제나 절정에 이르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부산을 떠나 남해고속도로를 달릴 때만 해도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자욱한 안개 때문에 '혹시나'하는 기대감과 함께 대박에 대한 설렘을 가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녹차밭 인근에 다다르자 전에 안개는 흩어져 뿌연 헤이즈가 되어 곧 기대는 실망으로 추락하고 맙니다.
언제나 그렇듯, 그나마 예전에 좋은 장면을 담았으니 오늘은 그저 좋은 아침 공기를 마신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풍경사진은 이래서 참 어렵습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습도가 90%이상인데다 바람이 거의 없어서 안개가 생성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는데도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이런 식입니다. 어떨 땐 먼 곳으로 출사여행을 왔음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조차 꺼내지 않을 때가 많으니 풍경사진에서 날씨의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블로그를 한답시고, 어정쩡한 사진이라도 찍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날도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없이 밥만 먹고 돌아갔을 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가 조금 떠오르자 강한 빛이 숲 속을 헤집고 다녔다는 겁니다.
사람이 있는 풍경을 만들기 위해 출사나온 사진동호회에서 강제차출된 회원들이 쏟아지는 빛 속에서 모델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설정이긴 했어도 함께 하는 재미있는 사진놀이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빛을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나중에는 양봉에서 사용하는 훈연기를 만드는 도구까지 나왔고, 삼나무길 일대는 뿌연 연기로 한 때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게 사진을 찍다보면 정말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훌쩍 가버립니다.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재미있는 사진놀이를 비유해서 표현하는 말같습니다. 과유불급이라고 하지만, 이미 흥건하게 사진에 중독되어 버린 나는 이 재미있는 놀이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을 듯 합니다.


@보성녹차밭 대한1다원, 2010 가을


@보성녹차밭 대한1다원, 2010 가을


@보성녹차밭 대한1다원, 2010 가을


@보성녹차밭 대한1다원, 2010 가을


@보성녹차밭 대한1다원, 2010 가을


@보성녹차밭 대한1다원, 2010 가을


@보성녹차밭 대한1다원, 2010 가을


@보성녹차밭 대한1다원, 2010 가을


@보성녹차밭 대한1다원, 2010 가을


@보성녹차밭 대한1다원, 2010 가을


@보성녹차밭 대한1다원, 2010 가을


@보성녹차밭 대한1다원, 2010 가을


@보성녹차밭 대한1다원, 2010 가을


개인적으로 사진의 모델이 되는 게 그다지 달갑지 않습니다.
왠지 카메라 앞에만 서면 표정뿐만 아니라 동작이 쭈삣쭈삣해서 영 자세가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결정적으로 숏다리라는 핸디캡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제가 모델로 나서지 않고서는 안될 그런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른 분들의 카메라 앞에 나서는 것이 새삼 두렵고 싫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찍힌 두 장의 샷입니다.
눈꼽도 제대로 못 떼고 나간데다, 덥숙룩한 머리를 감추기 위해 비니까지 눌러섰더니 몰골이 영 말이 아니었지만, 다행히 실루엣으로 잡혀서 그런데로 볼만은 하실 겁니다. 꽤 많은 분들이 제 날씬한(?) 뒷태를 담으셨는데도 절친인 우정님에게서 받은 두 장의 사진밖에 없습니다.
동호회를 돌아다니면서 제 사진을 수거해 봐야겠습니다.
저 정도의 퀄리티라면 좋은 사진이 많을 텐데도, 하드 속에서만 썩혀두시려는 지 좀처럼 포스팅할 생각들을 않으시더군요. 
닥달이라도 해서 제 뒷태가 담긴 사진들을 받아내고 더불어 이 기회에  제 뒷태 특집이라도  한 번 열어봐야겠습니다.
 
어떤가요? 제 뒷태... 볼만하신가요?*^^*


@보성녹차밭 대한1다원, 2010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