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여행] 다시 찾은 새벽시장, 아산초크




 


새벽같이 일어났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간단한 장비를 챙겨서 새벽 거리로 나섰다.
카트만두의 분주한 아침이 시작되는 곳인 아산초크를 다시 찾아가는 길이었다.

밤새 떨쳐버리지 못한 서늘한 냉기가 여전히 어깨를 짓눌렀고
가로등조차 없는 낯선 골목길은 은근히 불안감을 조장시키고 있었다.

몇 걸음 걷다가 어두운 골목길에서 엊저녁에 우리를 태워준 릭샤꾼을 다시 만났다.
혼자 나서는 길에 대한 두려움도 약간 있던 터라 주저함없이 그의 릭샤에 올랐다.
이른 새벽인데도 향불이 피어나고 있는 작은 사원을 가로 질러 릭샤는 달렸다.


유난히 몸이 가벼운 내가 타서 타서 그런지 어제와는 달리 릭샤는 제법 속도를 내며 달렸다.
앞에 사람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릭샤꾼은 가벼운 휘파람으로 경고음을 날렸다.
저녁의 분주함도 좋지만 아침의 상쾌한 바람과 함께 릭샤꾼의 기분 좋은 휘파람 소리에 마음이 들떴다.
흥건히 고인 간밤의 악몽을 떨쳐내고자 가슴을 활짝 펴고 새벽공기를 힘껏 마셨다.
카트만두 특유의 새벽느낌이 성큼성큼 다가와 피부 끝에 매달렸다.
상쾌한 바람이 불고 긴 여정에 지쳤던 세포들이 하나 둘 깨어나 새로운 여행에 대한 흥분으로 마냥 들뜨게 했다. 


낡고 오래되긴 했어도 카트만두의 골목길은 사람냄새가 가득 배여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골목길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바쁜 발걸음부터
여전히 나같은 손님을 태우고 지나치며 외쳐부르는 자전거 릭샤꾼들의 함성소리,
장사를 준비하는 가게주인의 부산한 손놀림과
언뜻 들여다본 향연기가 새어나오는 집 안의 빛바랜 세간살이들과
깨끗하게 골목 어귀를 쓸고 있는 여인네의 잰 비질까지 삶의 체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다시 찾아간 새벽의 아산쵸크에서...

 

 

 

 

다시 찾아온 아산초크는 여전히 분주했다.
카트만두의 새벽이 시작되는 아산초크.
그 새벽 시장의 힘찬 활기와 삶이 마치 고향에라도 온 것처럼 따뜻한 느낌이었다.
첫날처럼 50mm f1.8 렌즈만 끼우고서는 주변거리를 어슬렁거렸다.
시장 사람들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았고 행인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기도 했다.
그저 그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재가치가 느껴지는 곳이 아산초크였다.

낯선 게 나타나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면 행인이 알 수 없는 말로 설명을 해주기도 했었다.

카메라로 연신 뭔가를 촬영하고 있으면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금새 그들의 삶 속에 묻혀 지나쳐버리기 일쑤인 곳이 바로 아산초크였다.

 

 


 

 

 

새벽 장사를 준비하는 분주한 사람들...

 

 

 

 

 

 

 

 

 

그 넉넉한 웃음들...


 

 

 

 

 

 

 

 

 

어딜 가나 사원이 곳곳에 있는 네팔...
그들의 신들은 바로 곁에 있었다.
아산쵸크의 풍경...




 

멀뚱하게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릭샤꾼에게 다가가 담배를 건내고 불을 붙여줬다.
굳이 다시 데려가 달라고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릭샤꾼은 마냥 나를 기다렸다.
서로 담배를 피우면서 시장의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우린 아무런 애기조차 나누질 못했다.
한 방향을 쳐다보며 같이 서 있긴 했지만 아마도 그 풍경에 대한 해석만큼은 제 각각이었을 지도 모른다.
가만히 살펴보니 시장에서 가장 바쁘게 장사하는 곳이 유독 눈에 띄였다.
바로 ‘짜이’를 파는 곳이 그곳인데 릭샤꾼에 물어보니 “짜이”라면서 마시는 시늉을 했다.
손짓으로 ‘당신과 나, 같이 마실래요?’하며 돈을 몇 장 꺼내자 10루피라며 꼭 그만큼의 돈을 집어갔다.
착한 사람…
10루피에 두 잔. 따뜻한 짜이를 마시며 네팔리들처럼 아침을 시작했다.

 

 

 

 

 

 

 

헉~무섭게 나를 째려보는 아저씨~


 

 

 

 

 

 

 

 

 

그들의 일상적인 아침 풍경

 

 

 

 

 

 

 

 

 

일거리가 없어도 새벽부터 앉아있기는 마찬가지...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는 건 아니었다.

새벽부터 시장바닥을 훓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낯선 이방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눈빛을 흘리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럴때면 카메라를 들기조차 무서울 정도였다.
하릴없이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사내들이 꼭 그랬다.
원래 눈빛이 그래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땐 바라보는 눈빛이 섬뜩하기까지 했다.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인 네팔엔 이렇게 무작정 놀고 있는 사내들이 많다.
공업시설이 전무한데다, 마오 반군과의 정치적 소요도 그렇겠지만 일족의 뱃속만 챙기는 무능한 정치인들 때문에
여전히 네팔의 서민들은 지독한 가난에 허덕이며 매일을 연명해 가는 실정이었다.

용기를 내어 그들 곁에 앉았다.

낯선 이방인을 향해 관심을 보이지만 눈빛은 여전히 성그랬다.
시장통에 파는 짜이를 사서 같이 나눠 마시고 눈빛을 교환하고 찍은 사진을 그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들의 입가에 비로소 미소가 피어났고  우리는 저절로 친구가 되었다.
섬짓한 눈빛은 단순한 호기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무거운 고정관념을 한꺼풀이라도 벗겨내면 세상은 달리 보이는 법이다.

고단한 일상에서 잠시 홀가분하게 벗어나 떠난 이런 여행법이야 말로 매력의 또다른 얼굴이 아닐까 한다.

 

 

 

 

 

 

 

 

 좁은 장소에서 저렇게 많은 친구들이 함께 장사 아는 건 아니겠죠?

 

 

 

 

 

 

 

 

 

마오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어도 먹고 살아야 한다~!

 

 

 

 

 

 

 

 

 

고단한 삶~!

 

 

 

 

 

 

 

 


 

"나마스테"
 예쁘게 손을 모으고 인사하는 아이~
 

 








한참 홀짝홀짝 짜이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뒷켠에서 컹컹짖으며 개가 달려들었다.

그때의 그 개였다.
일명, 사원의 파수견으로 명명했던 그 개~!
낯선 이방인인 내가 끝내 못마땅했던 지 이를 잔뜩 드러내며 위협을 가했다.
옆에 있던 릭샤꾼이 쫓아내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신기한 녀석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유독 이방인인 나만 꼭 찍어서 경계와 위협을 한없이 가하는 걸 보면
분명 신내림이 내린 '개'일지도 모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낯선 이방인이라기보다는 이교도라고 표현하는 게 녀석의 입장에선 꼭 맞아떨어졌을까.


 

 

 

 

 


 

 


  갖고 오신 것도 많으신데, 다 파시고 가세요~!



 

 

 

 

 

 

 


 

                                                                        사원 앞에서 구걸하는 한 노파

 

 




 


시장을 떠돌며 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부지런히 담았다.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것은 가슴 가득 담아갔다. 그들에게 다가갔고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뒤에 꼭 출력해 주는 걸 잊지 않았다.
그것이 그들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코 나 혼자만의 유희를 위한 사진이 아니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사진이길 바랬다.
그들과 내 추억이 일치할 때의 그 기쁨이란, 사뭇 감동스럽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작은 추측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비록 작다고 생각하는 그 사진 한 장을 들었을 때의 그 기분좋은 표정들이 오히려 나를 들뜨게 했다.
릭샤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에게 100루피를 건낸 뒤 가볍게 인사를 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