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세오의 새벽


로마의 새벽길을 걷다 보면 그 호젓함이 온전히 온 몸으로 느껴진다.

채 여명도 트지 않은 새벽, 노란 나트륨등이 어두운 가도를 비추고 있고,

간헐적으로 오가는 차량들만 간간히 이 도시의 깨어있음을 알린다.

골목 끝자락에 꼭 하나쯤은 있기 마련인 찻집에서 쓴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면

느슨했던 정신이 바짝 긴장을 하며 저절로 의욕이 탱천해 진다.



여행 내내 잠이 부족한 날들이 이어질테지만,

밤은, 또는 새벽은 또다른 공간을 볼 수 있고 찍을 수 있는 귀한 시간.

그까지 잠쯤이야 한국으로 돌아가면 많이 잘텐데 하는 생각으로

일행들과 함께 길을 나선 참이었다.


인적없는 콜로세오.

내게는 너무 익숙한 곳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게 와보고 싶었던 곳.

아니 절실하게 찍어보고 싶었던 곳 중의 한 곳이리라.

한낮의 콜로세오는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 없는, 번잡한 곳이긴 해도

이천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안은듯한 새벽의 콜로세오는

몰락한 공룡처럼 그저 어둠 속에 웅크려 앉아 있을 뿐이었다.



하릴없이 여명이 트고, 동녘은 이미 푸른 빛이 완연하다.

아름다운 개와 늑대의 시간...

장노출로 찍는 콜로세오는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그렇게 물웅덩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21세기의 콜로세오를 담는다.


호젓함을 느끼고 싶다면 새벽에 깨어나라.

그리고 배회하라.

그게 어디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