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를 담고...
구릉에 서 있는 홀로나무를 담고...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양귀비를 담고...
그렇게 돌아서니 빛과 그림자에 물든 둔덕들이 또다른 춤을 춥니다.
거친 질감의 밀밭들이 온통 바람에 흩날릴 때도
구름의 형상이 수백번 모습을 달리할 때도
그 자리에서 말없이 버티던 홀로나무들도
빛과 그림자에 반응을 하며
무언의 언어를 내뱉습니다.
여행...
그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시나브로 지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여행의 미몽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합니다.
몇 장의 사진을 끄적이고, 토막난 여행의 기억들을 애써 꺼집어 냅니다.
그 날들의 기록들은 온전히 한 장의 사진으로 남지만,
셔터를 눌렀다고 해서 모든 사진을 세상 밖으로 내놓는 건 아닙니다.
물론, 셔터를 누르는 순간만큼은 극한의 행복으로 치닫습니다.
순간의 정점을 사진 속에 담는 일은 분명 행복한 작업입니다.
그러나, 조용히 자리에 앉아 한 장 한 장 애써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면
휴지통으로 직행해야 할 사진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
절망처럼, 후유증처럼 피어납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사진을 찍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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