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 지중해의 다섯 마을, 친퀘떼레를 아시나요?






 




 

친퀘떼레(Cinque Terre)

 

몬데로소 알마레로부터 남동쪽으로 리오마조레까지 이어지는 리비에라 디 레반테 위로 펼쳐지는 바위 해변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친퀘테레라는 이름은 까마득한 절벽 맨 귀퉁이에 늘어선 다섯 마을 몬테로소 알 마레, 베르나차, 코르닐리아, 마나롤라,
리오 마조레를 일컫는다.
때 해로를 통해서만 닿을 수 있었던 이곳에는 아직도 마을을 모두 잇는 도로가 없다.


센타에로 아추로로 알려진 오래된 길을 걸어 해안을 따라가면 마을이 나타나고
퀘테레 백포도주를 생산하는 계단식 포토밭의 멋진 경관도 감상할 수 있다. 
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모두 각각의 독립성을 유지한다.하지만 최근 인구 감소가 마을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친퀘테레 북서쪽 모퉁이에 위치한 가장 큰 마을 몬테로소 알 마레는 모래 해변의 넓은 만을 굽어본다.
그곳에서 아래쪽 해안에 위치한 베르나차는 가파른 계단(아르파이에)으로 연결된 거리들이 있다.
바위가 많은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코르닐리아는 시간의 흐름과 무관해 보이며,
비슷하게 보이는 마나롤라는 비아 델레모레(연인들의 길)를 걸어서 15분 거리면 닿는 리오 마조레와 연결된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마는 바닷가에서 자라온 탓에 그 애정은 각별한 편이다.
부산 앞바다가 훤히 바라보이는 영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중고등학교 때는 해운대에서 보냈기 때문에 바다는 늘 내곁에 있었다.


숱하게 자멱질을 해댔던 영도 이송도의 그 앞바다에서 여름 한 철을 보내기도 했었다.
짙은 햇살에 까맣게 타버린  얼굴이 너무 부끄러워 차마 짝사랑하던 여학생 앞에 나서지도 못했던 까까머리 시절도 있었다.
구불구불한 함지골 언덕을 돌아가면 나오던 고등학교,
나는 바람과 바다와 해송을 주제로 시를 적어내려가면서 비로소 사춘기를 맞이했다.


30개월동안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하면서도 마치 모태처럼 간절하게 바다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모진 훈련과 작업이 쉼없이 이어지다 행운처럼 맞이하게 된 첫휴가.
한달음에 달려 내려오던 기차가 구포를 막 지날 때부터 나는 짙은 그리움같은 바다 비린내를 맡으며 얼마나 감격했던가.
구구절절히 추억담까지 풀어서 나열하지 않아도 나는 바다를 너무 좋아한다.


소렌토에서 포지타노로 향하던 그 해안절벽도 꽤나 멋있었지만 라 스페치아에서 다섯개의 마을(친퀘테레)로 연결된 도로도 상당히 아름다웠다.
물론 바위 절벽에 걸려 있는 다섯개의 마을의 독특한 경관에도 매료되긴 했었지만 그 길의 익숙함에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친퀘테레를 잇는 그 길만큼 양장처럼 길고 구불하진 않았지만 내겐 너무 익숙한 달맞이 고갯길을 달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중해 특유의 코발트 바닷색은 시선을 현혹시킬만큼 아름다워서 우리는 감동의 질감이 깊어지면 질 수록  차를 세웠다.
나중엔 탔다 내리는 것도 번거러워서 돌아가며 번갈아 도로변을 걷기까지 했다.
여전히 지중해의 태양은 빛났고 하늘은 더없이 맑았으며 바람은 산뜻하게 불어와 콧등을 스쳤다.


첫번째 마을인 리오 마조레를 지나치자 좁은 언덕위로 빼곡히 늘어선 포토밭이 나왔다.
계단식 언덕과 농장은 무려 18km에 달하는 바위해안을 따라서 이어져 있다고 하니 인간의 자생력은 그야말로 감탄스러웠다.


친퀘떼레의 안내지도라도 구하려고 잠시 관광안내소에 들렀는데 담당하고 있는 뚱뚱한 여자는 퉁명스럽고 불친절했다.
게다가 이탈리아 특유의 액센트가 섞인 영어억양은 그렇지 않아도 짧은 영어때문에 낭패를 겪는 내게 곤욕을 선사했다.
조금전까지의 그 좋던 친퀘떼레의 느낌은 그녀로 인해 반감되고 말았다.
아무리 관광대국인 이탈리아라고 하지만 한국과 같이 우수한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었나 보다.

관광을 굴뚝없는 산업이라고 흔히들 애기한다.
관광객이 늘어나면 날수록 관광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은 증대될 것이고
이로인해 일자리 수요도 늘어나서 국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관광수지의 흑자는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지며 정책적으로 국민보건 증진이나 교양의 향상 시킬 뿐 아니라 지역격차도 줄어들게 한다.
그래서, 현대에 들어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면에 적극 나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밀려드는 수많은 관광객들 때문에 오히려 사회질서가 혼란스러워지고 치안이 위협받으며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이 훼손되기도 한다.
때론 개인의 사적인 생활까지 침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관광업에 종사하지 않는 현지인이라면 관광객을 대하는 게 여간 번거럽지 않다.
특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에서는 관광객의 유입으로 인한 발생하는 문화적인 충돌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

그거야 관광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에 한 국한된 애기라고 하더라도
관광안내소의 그녀에게서 받은 불친절한 모욕은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불쾌하고 더러운 기분같은...








 


































































































































세번째 마을인 베르나차에 차를 세웠다.
더이상 주차할 수 없다는 주차요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부득불 우긴 탓에 주차장 한 켠에 겨우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사실,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친퀘테레를 방문할 것이며 파스텔풍으로 칠해진 그 마을을 돌아볼 것인가.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가득 짊어지고 마을까지 이어진 가파른 길을 따라 내려왔다.


가파른 길 위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의아해했는데 마을로 진입하자마자 양상은 180도로 돌변했다.
좁은 골목을 가득 채운 관광객들로 인해 작은 마을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하긴, 대부분의 관광객이 라 스페치아에서 열차를 타고 이곳으로 이동해오기 때문에 우리처럼 차량을 가지고 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좀 전에 도로를 걸어오면서 내려다봤지만 마을끼리 이어진 소로를 따라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도 꽤 보였다.
어쩌면 가장 편리하고 쉬운 방법으로 이곳을 찾은 건 우리밖에 없었다.



코르닐리아는 수많은 관광객의 모습을 빼버리면 그야말로 전형적인 이탈리아의 어촌마을이었다.
듬성듬성 칠이 벗겨져 비듬처럼 세월의 질감을 보여주는 낡은 벽들과 바람에 나부끼는 빨랫감들...
고기잡이 나갈 때 사용할 어구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어촌마을...


누가 현지인인지 누가 관광객인지 구별할 수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지만,
작은 예배당 앞에서 기도를 드리는 할머니들을 바라보면 그들이 이곳의 현지인임을 알 수 있다.
사람사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작은 골목들이 또 촘촘히 이어졌고 작은 터널을 지나면 바다가 보이는 작은 공간이 나오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바다는 한국의 그것과 너무 많이 닮아 있어서 오히려 정겹다.


한 때 어린 시절을 보냈던 영선동의 그 바닷가 마을처럼 정갈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는 코르닐리아.
기분좋게 말라가고 있는 빨랫감들이 추억을 더욱 부추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