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감포 문무대왕릉의 아침







경주 감포 문무대왕릉의 아침


문무대왕릉이 있는 경주 봉길 해수욕장 초입에 다다르자 어둠 속에서도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전날 일기예보를 확인도 않고 그저 산책 삼아 떠난 길. 여명이 트면서 수평선 위로 보이는 거대한 구름군(群)들로 인해 사실 도착하고서도 한동안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문무대왕릉이 있는 경주 봉길 해수욕장의 바다 내음이 맡고 싶었고, 잠시 눈으로라도 그곳을 보고 와야겠다는 마음만 있었습니다. 벌써 며칠 째 내 몸에 기생하고 있는 감기 기운 때문에 사진에 대한 의욕은 바닥을 기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있는 문무대왕릉의 아침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패잔병처럼 너덜해진 의욕에 조금씩 불을 지피고 있었습니다


두터운 구름띠 때문에 일출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올라온 태양빛은 그래도 선연한 붉은 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단지 눈으로만 보기엔 너무 아름다운 붉은 색에 이내 현혹되고 말았습니다. 붉은 빛은 이내 물안개 속으로 스며들어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싶더니 잔잔하게 해변을 거닐고 있던 갈매기들을 자극했던 모양입니다. 수많은 갈매기떼들이 이내 그 붉은 하늘과 바다 위로 부유하듯 떠올랐습니다. 갈매기들의 군무와 붉은 빛이 스며든 물안개가 웅장한 파도소리와 더하여 한 편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느낌이었고, 주변은 일대 장관을 이뤘습니다. 숨막힐 듯 아름다운 풍경~! 바다 물안개는 마치 유기체처럼 살아서 꿈틀거렸고 그 추이에 따라 다양한 형상으로 비춰졌습니다. 


[살아있음이 이런 것이구나~!] 

불면의 밤을 보낸 후 겨우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흔들렸던 마음이 그제서야 스르르 가라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안타까운 한 주검과 우연히 마주친 이후 정신은 한동안 미혹되어 있었고 실어증 환자처럼 언어마저 상실했던가 봅니다. 마치 마네킹처럼 늘부러진 채  죽어있던 그녀의 모습이 끝없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참담한 시간들... 부정할 수 없는 혼란들이 밀려왔고, 때론 정체성마저 흔들릴 지경이었습니다. 차가운 푸른색이 성그렇게 내 몸에 달라붙었습니다. 블루... 그 우울한 결말과 뒤어어 공포처럼 덮쳐오는 모진 슬픔, 그리고 자학~! 회색의 아파트 위로  푸른 하늘이 휠끗 보이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지독하게 푸른 하늘. 마치 새처럼 푸른 하늘을 날아서 먼 곳으로 가버린 익명의 그녀~!

 

마음을 추스리고 싶어서 떠난 길... 그렇게 문무대왕릉에서 환희와도 같은 일출을 만났습니다. 

사실, 의도적으로라도 그 날의 일출을 그렇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며칠동안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더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은 불안감이 싹트기 때문입니다. 색과 빛이 춤추는, 물안개와 갈매기떼들이 넘실대던 그 바닷가. 그곳에서 잠시 묵혀두었던 애증을 던지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