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여행에서 인물사진 찍는 법






여행에서 인물사진 찍는 법



인물사진은 크게 스냅 사진과 포즈 사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흔히 스냅사진은 피사체가 되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포즈나 행동을 담을 때 많이 활용하는 기법입니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재빨리 찍는다고 해서 '순간사진' 즉, 스냅사진이라고 하는데, 보통 포즈사진(pose shot, 연출사진)의 반대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얼굴 위주의 촬영보다는 어떤 인물의 상황을 재빠르게 낚아채는 것이 스냅사진의 가장 큰 매력인데요, 일상이나 여행에서 자주 찍는 캔디드 사진(Candid shot)도 스냅사진의 한 종류에 해당합니다. 


당연히 캔디드사진은 여행에서 가장 많이 활용될 뿐만 아니라 이번 포스팅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될 인물사진 기법입니다. 어떤 인물의 순간을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과장없이 생생하게 찍는 사진을 보통 캔디드 사진이라고 합니다. 캔디드 사진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사진가가 바로 '결정적 순간'으로 유명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입니다. 물론 브레송처럼 결정적인 순간을 제대로 담아낼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여행에서 가장 많이 찍는 사진이 바로 캔디드 사진입니다. 


이런 스냅사진과 반대되는 개념이 포즈 사진(연출사진)입니다. 

작가의 요청이나 요구에 의해서 주로 촬영되는 여행에서의 연출사진은 보다 초상적인 개념의 사진입니다. 작가의 의도가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인물의 섬세한 표정이나 포즈를 요구할 수 있고, 연작의 형태로도 사진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다큐사진의 거장, 스티브 맥커리 역시 '포즈사진'을 통해 그만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의도한 포즈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물들과의 소통과 교감이 중요한데요, 그런 과정들이 여행사진의 재미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잘' 찍는 법보다는 '어떻게' 찍는가에 지극히 방법론적인 부분을 나열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다 보니 사진취향이 다른 분들과는 다소 상충되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인물사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어려운 사진작업이면서도 또 반대로 상당히 재미있는 작업임엔 틀림없습니다.
사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찍고 싶은 대상을 섭외하고 친해지는 과정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인물사진이 그냥 막 찍으면 될 것 같지만, 서로 소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찍는 인물사진은 아무 느낌도 없는데다 사람의 표정마저 시큰둥해서 별로일 때가 많습니다. 한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삶이 고스란이 묻어나기 마련인데 그걸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해내기 위해선 사람간(피사체가 되는 현지인과 사진사)의 소통과 공감이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즉 낯선 카메라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 사람 특유의 표정과 포즈를 잡아내기 위해서 사진가는 다양한 방편의 소통을 해야 합니다. 물론, 언어를 통한 대화가 가능하다면 그것만큼 이상적인 것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언어가 통할 리 없는 낯선 땅에서 교감을 나누고 허락을 받고, 사진가가 의도하는 표정과 포즈를 담기 위해서는 자칫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겁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몸짓과 손짓, 때론 발짓과 표정까지 총동원하다 보면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건 금방입니다. 친밀감이 쌓이다보면 렌즈 앞에서도 상대방의 표정과 포즈는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때를 기다리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꽤 복잡할 것 같은 이런 과정들이 거의 순식간에 이루어질 때도 상당히 많습니다. 사실 이런 과정들이 진짜 '여행의 재미'입니다. 
포트레이트는 그야말로 그런 재미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자연스러운 사람의 포즈를 담으려면 캔디드 사진이 그 대안입니다. 

사진가의 지시나 의도에 의해 촬영되는 포즈사진은 '진실성의 결여'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캔디드 사진은 가장 자연스러운 현지인들의 모습이나 행동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데, 특히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촬영 소재로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시장에서 일을 하거나 무언가를 먹고 있거나 길을 건너는 사람의 모습 뿐만 아니라 집 안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 등도 촬영 소재의 범주에 넣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의미없는 이미지의 나열보다는 사진 속에 사진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겠죠.


보통 캔디드 사진은 얼굴 위주의 초상사진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상황이나 행동을 재빨리 포착해서 찍는 사진을 일컫습니다. 흔히들 사진을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일컫는데, 특히 캔디드 사진에서는 기다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동작을 미리 예측하고 그 예측을 통한 기다림이 전제가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상에서 부단한 연습을 해야 합니다. 
 














보통 사진에서 close-up shot이라고 불리는 얼굴사진은 감정을 보다 깊이 있고, 자극적으로 보일 때 많이 활용합니다. 얼굴사진이 부담스럽다면 상반신샷(Bust shot)도 괜찮습니다. 인물사진에서 촛점을 맞춰야 하는 곳은 당연히 눈입니다. 눈에는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애환이 스며든 듯한 슬프고도 깊은 눈과 짙게 패인 주름살이 인상적인 노인을 찍을 때는 누구라도 프레임을 가득 채운 close-up shot을 찍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렇듯 초상사진에서는 눈이 사진의 생명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데요,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피사체가 되는 모델과의 친밀도가 각별해야 합니다. 여행에서의 모델은 당연히 여행지에서 만난, 그것도 자신이 꼭 찍고 싶은 현지인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프레임을 가득 채우는 close-up shot을 찍을 때는 줌렌즈를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아무리 모델과 친해졌다고 하더라도 너무 바짝 들이대는 광각렌즈로 찍게 되면 자연스러움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델의 입장에서도 적절히 거리를 두고 찍는 망원계통의 줌렌즈에 부담감을 덜 느끼게 됩니다.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모델로부터 자연스러운 포즈를 유도해 내어 작가의 의도를 십분 반영한 사진을 찍게 할 겁니다. 














여행에서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팬포커싱을 이용하여 배경이 되는 그곳이 어딘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라고 합니다. 물론 여행사진에서 배경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사실이지만 모든 여행사진에서 똑같이 그 규칙을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느냐에 따라 이런 규칙은 바뀌어야 합니다. 여행에서는 피사체가 되는 사람의 인종적인 특징이나 의상 등의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장소를 가늠케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오히려 배경은 어두우면서도

전면은 밝은, 그런 곳에 피사체를 세우고 찍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즉, 여행에서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배경에 그다지의미를 부여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제가 여행지를 물색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이 바로 '전통'과 관련된 부분들입니다.

아직도 세상에는 전통의상을 입고, 조상에게 물려받은 낡은 집에서 생활하며 전통의 방식대로 요리를 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한국에서의 한복은 특별한 날에 입는 특별한 옷이 되어버렸고, 그나마 그 특별한 한복마저 없는 사람이 부지기수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서구식 옷을 입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화려한 전통의상의 색감에 반해 여행간 곳이 있을 정도입니다. 바로 베트남 북부의 박하 일요시장이 그곳인데요, 소수민족인 화몽족 여인의 의상은 사진여행자인 내 눈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비단, 화몽족 여인만 그런가요. 베트남과 중국 남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소수민족은 물론이고, 티벳인들, 몽골인들, 타지크인들, 중동의 베두인족들, 인도인들, 라다크인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고래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의상을 일상에서 입고 생활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앙아시아의 많은 민족들은 유목민으로 초원을 떠돌며 고래의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의 것은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이어왔을 사람들의 전통을 찍는 것만으로도 사진여행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관광상품화된 박제된 전통이 아니라, 거친 환경 속에서도 전통의상을 입고 현재를 살아가는 있는 그대로의 현지인들을 카메라에 담아보시기 바랍니다.









빨리 장면을 캡춰해야 하는 스냅사진과는 반대로 포즈사진을 찍을 때도 상당히 많습니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다보면 사람들과  현지인들과 친해지게 되고, 편안한 상태에서 소통이 가능해므로 사진찍기가 한결 수월해질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사진 찍히는 현지인들을 약간 번거럽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한 인물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촬영법과 렌즈를 활용해서 사진 속에 스토리텔링적인 요소를 삽입할 수 있는 자신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사진들은 주로 연작형태로 찍는 게 좋은데요 사진의 일관성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피사체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포즈 사진을 찍더라도 한시라도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느낌의 사진은  포즈사진을 찍은 전후에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부끄러워서 웃거나, 솔직한 감정으로 애기를 나눠는 장면 등은 오히려 포즈사진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어쩌면 카메라 앞에서 섰을 그 사람의 진실한 순간이 그때만큼 잘 표출될 때는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모르니 이럴 때는 연속촬영모드로 설정해놓는 게 좋습니다. 
 










여행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인물사진은 줌 대역이 50mm에서 135mm까지의 표준 또는 준망원 계열의 렌즈를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50mm나 85mm등의 단렌즈, 24-70mm같은 표준렌즈, 70-200mm같은 망원렌즈 등의 렌즈가 활용성이 뛰어난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렌즈의 강점만 잘 활용한다면 그 어떤 렌즈로라도 못찍을 인물사진은 없습니다.


특히 초광각이나 광각렌즈를 이용한 인물사진은 참 재미있습니다.  주변부에 피사체를 둘 경우 자칫 얼굴이 길어보이는 등의 왜곡현상이 발생하긴 하지만, 흥미롭고 극적인 효과를 내는데는 이만한 렌즈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망원렌즈는 자연스러운 장면을 촬영할 때 요긴합니다만 너무 무겁기 때문에 장시간의 여행에서는 계륵의 소지가 다분한 게 흠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