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 아씨시의 푸른 하늘































토스카나 지방을 여행하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는 차량을 렌트해서 여행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았다.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토스카나 지방쪽은 차량을 렌트할 작정이었는데 유럽여행 카페에서 동행을 찾을 수 있었다.
모두 4명의 동행이 구해졌는데 그 중 한 명은 다른 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고 나를 포함한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동행이 되었다.

새로운 동행들과는 로마의 테르미니역에서 만났고 근처의 렌트카 사무실에서 차량을 인계받을 수 있었다.

'크라이슬러 300C 2.7L A/T'

중소형차나 중형차를 기대했었는데 이탈리아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대형차였다.
다행히 영어 네비게이션이 내장되어 있어서 이탈리아 지리에 둔감한 우리에게는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유류값이 만만찮을 것 같은 예감이 번뜩 들었다.


그렇게 자동차여행이 시작되었다.
'아씨시'라고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자 막 검색을 마친 목적지가 그대로 흑백모니터에 나타났다.
깔끔하고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길을 찾는데는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
며칠동안 우리가 믿어야 하는 건 바로 이 네비게이션...
그렇게 네비게이션을 믿으며 그녀(?)가 지시하는데로 이동을 시작했다.


복잡한 시내를 로마 시내를 빠져나오자 어느새 우리의 차량은 고속도로로 진입하고 있었다.
하늘은 맑았고 도로는 여유로웠으며 좌석은 안락했다.





 

 













 



 

그날의 아씨시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가을하늘을 선사했다.
목적지에 다와서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성공적인 첫주행을 완수했다는 기쁨이 동행들 사이에 바이러스처럼 번졌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성 프란체스코 성당으로 향했다.

 

제라늄으로 장식된 거리와 따뜻한 풍경, 분수가 있는 광장 등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중세도시 아씨시는 성 프란치스(1811-1226)의 고귀한 생애를 이어받은 도시다.
아씨씨의 중앙광장인 피아차 텔 코무네는 고대로마 사원인 템피오디 미네르바 기둥으로 유명하고
맞은 편에 있는 팔라초 코무날레에는 이 지역 중세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피나테카 코무날레 미술관이 있다.








 

 
















 

 

 


시원한 광각렌즈가 이때만큼 위력을 발휘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건물의 왜곡 때문에 구조적으로 조금 불안정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광각렌즈가 아니었으면 절대 표현하지 못했을 이 광활함.
뜨거운 움브리아 태양이 아씨시의 곳곳을 눈부시게 비추고 있었다.
여유로운 여행자들과 눈빛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이내 미소를 교환하며 서로에게 축복을 나눠주기 여념이 없었다.


드넓은 움브리아 평원이 펼쳐져 있는 성 프란체스카 성당의 뜨락에 그렇게 섰다.

아씨시의 푸른하늘과 빛나는 태양이 우리의 여행을 축복하는 듯 했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고 서광처럼 빛나는 우리의 여행이 잘 끝나도록 기도했다.

단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푸르름에 눈이 물들 것 같은 날들...








 

 


























 

 


망원렌즈를 꺼내 움브리아 평원의 구석구석을 스케치했다.
지극히 이탈리아적인 이런 풍경들이 왠지 마음에 들어서 쉴새없이 찍고 또 찍었다.
몇 컷 찍다보면 으례 그 풍경이 그 풍경일 텐데도 눈부신 아씨시의 하늘과 태양은 찍을 때마다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아담한 풍경이 왜 이렇게 끌리는 것일까.

지극히 농촌스러운 이런 풍경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다름'이 선사하는 은근한 매력에 마음을 뺏겨버린 모양이었다.
이탈리아 여행 내내 뭔가를 빠트린 허전함에 고개를 갸우뚱거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다름 아닌 내 앵글에는 '사람'의 모습의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서 의사를 교환하면서 소통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그런 일련의 과정이 거의 생략되어 있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남들 다 찍는 건물사진과 풍경사진을 찍으면서 나만의 독특함이 많이 희석되어버렸다는 아쉬움...
그래서 이탈리아 여행은 실패라고 스스로 단정지은 채, 또 그렇게 애써 사진찍기를 거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아씨시에 바라본 움브리아 평원의 아스라함과 푸른 하늘은 한줄기 위안과도 같았다.
시간만 많다면 며칠동안 묵고 싶을 정도로 정감히 가는 도시.



















 

 

차가 있으니 편리했다.
달리다가도 마음에 드는 곳이 나타나면 차를 세웠고 그곳에서 색다른 풍경과 사람들을 만났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여행의 즐거움을 그렇게 차량을 렌트함으로써 즐길 수 있었으니 그건 분명히 또다른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