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골목여행, 끊어질 듯 이어지는 소통의 공간







문득 모로코여행을 준비하려고 여러군데 사진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니 아름다운 골목사진들이 꽤 눈에 띄였다.

닫힌 듯 열려있고 어두운 듯 밝은 빛이 스며드는 골목의 풍경들이 왠지 낯익어서 유심히 살폈다. 마치 카쉬카르의 구시가지를 빼다박은 듯 닮아있었다.  같은 이슬람 문화권인데다 건조지대이기 때문에 더욱 유사하게 보였을 것이다. 단지 사진만 봤을 뿐인데도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낮은 담벼락이 다닥다닥 붙은 골목에서 소년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골목은 향수를 자극하는 매개체같다. 덕분에 세상을 유람할 때 빠지지 않고 찾게 되는 곳도 골목이 되어버렸는데 굳이 일부러 찾지 않아도 대부분의 허름한 숙소가 골목의 귀퉁이 쯤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치기 마련이었다.

 

사실, 골목의 정의를 명확하게 내릴 재간은 없지만, 골목은 바로 그 사람들의 '삶'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만 막연하게 든다. 골목에 들어서면 그곳의 삶들이, 그 삶의 흔적들이 여과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때 골목이라는 공간에서 살았다는 동질감 때문에 더 살갑게 다가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끊어질 듯 이어지는 오래된 골목은 소통의 상징이며 삶의 본질이 아닐까.

 

 

 

 
"일요일 아침에 찾아간 카쉬카르의 구시가지는 아직 깨어나지 않는 고요함이 안개처럼 깔려 있었다. 

낭을 굽고 있는 빵가게에선 점원들의 손길은 분주했고 늘어놓은 양고기는 새벽부터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인해 금새 동이 났다. 먼지 풀풀 날리게 빗질하는 아낙이 있는가 하면 우유장수에게 따뜻한 우유를 건내받는 아이도 눈에 띄였다. 이곳에서는 너무나 일상적인 풍경일테지만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곳만의 이국적인 풍경들이 그래서 독특하고 재미있는 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시선은 무덤덤할 수 밖에 없지만 조금 빗겨서서 바라보는 풍경은 새로운 감흥에 젖어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인적이 끊긴 어두운 미로를 걷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색다른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미로처럼 얽혀있는 골목을 돌다보면 어느 곳에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함지막하게 들려왔다. 하나같이 맑은 눈빛으로 할로를 외치는 아이들, 손을 흔들어주거나 사진을 찍어주면 어느새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했다. LCD를 보여주면 금새 넘어질 듯 까르르거리며 웃는 웃음소리가 긴장한 이방인의 가슴을 열게 했다. 구시가지의 골목은 사람들의 오랜 손길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낡고 오래되어 지저분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이내 벗어 던져야 했다. 의외로 골목 안은 정갈하고 깔끔했다.

가끔씩 어두운 골목을 걷는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었다. 셔터스피드가 나오지 않아 흔들린 사진이 찍히곤 했지만 느낌을 담는 것이니만큼 구애받지 않았다."

 

- 중국 실크로드 여행기 中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만수네'에서 짜이를 마셨다. 그 좁은 골목의 한 켠에 앉아서 뜨겁고 달콤한 짜이를 마시면서 비로소 인도에 왔음을 느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가끔 대화할 동행이 있어 즐거운 짜이 마시기. 나름의 방법으로 인도를 즐겼다. 

 

"만수네"로 들어가는  골목은 막혀 있었다. 

자칫 단절이 주는 불안감과 공허감에 빠질 때도 있지만, 때론 수많은 소통과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나로선 그 단절이 주는 미학을 외면하기 일쑤였다. 언제부터인지 내 여행은 그랬다. 무질서하게 열려진 세상으로부터 흐트러진 나를 찾아가는 가벼운 스트레칭같은 것이라 여겼다. 40대가 가지는 이 사회의 중압감으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  잠시 시스템처럼 움직이는 한국이라는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스스로를 짧게나마 가두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좀 더 거창하게 애기하자면, 자아를 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일환 쯤으로 치부해두고 싶었다.

 

- 인도 여행기  中에서 

 

 

 

영도에 들렀다. 
70년대의 골목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영선동은, 삶의 공간이었다.

넓은 바다가 보이고 외항에 정박한 배들이 조류에 밀려 뱃머리를 돌리고 따뜻한 봄햇살이 비치면 한가로운 고양이가 느릿하게 하품을 하는 곳. 

하꼬방 같은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다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은 촘촘히 이어졌고...


익숙하고 낯익은 풍경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꼭 그 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여름날이면 곧잘 수영을 즐기던 한적한 이송도는 넓다란 해안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외항을 가로질러 남해대교라는 커다란 구조물이 놓이고 주변엔 잠식하듯 아파트가 알음알음 들어섰지만 여전히 영선동은 그 시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영도에만 오면 소년 시절을 회상하는 게 버릇처럼 되었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늘 샛방을 전전해야 하는 궁핍한 삶이 어린 가슴엔 상처처럼 딱지가 되었다. 가난하고 힘든 삶이었지만 그나마 가족의 웃음소리는 그치질 않았다. 고생하셨던 젊은 아버지와 엄마, 어린 두 동생들과 나눈 아름다운 추억들을 떠올리면 왈칵 눈물이 났다. 스크래치 자국이 자글자글한, 컨트라스트 강한 흑백필름의 영상처럼 가슴 깊숙한 곳에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지독하게 가난했어도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그때의 삶들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내 삶은 너무 사치스러운데다 소모적이다. 그걸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서늘해진다. 

 

- 부산 영선동의 봄 中에서



▲ 부산 영도 청학동


 부산 영도 영선동



 부산 해운대 우동 벽화마을
 


▲ 부산 감천동 태극도 마을


 


이탈리아 부라노섬


  이탈리아 부라노섬

 


네팔 박타푸르



네팔 카트만두 아산초크



 

캐나다 퀘벡시티
 


캐나다 몬트리올


캐나다 몬트리올 

 중국 베이징 후퉁
 


 중국 베이징 후퉁
 


 중국 베이징 후퉁

 


인도 바라나시


 인도 델리
 


 인도 델리 바하르간지


 

 중국 카쉬카르



 중국 카쉬카르
 


 중국 카쉬카르

 

 일본 홋카이도
 


 일본 홋카이도


 

 호주 멜번
 


 호주 멜번
 


 호주 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