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번여행, 호주걷기여행의 백미, 그레이트 오션 워크







오늘은 어제 잠시 소개해드린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본격적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하룻밤 묵었던 아폴로베이에서 글래넘플까지의 91km를 트래킹하는 코스입니다.
한 마디로 호주의 올레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총 7박 8일 여정의 이 코스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보다 더 해안선 안쪽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걷게되는데요, 이 트레일을 따라 걷는 걷기여행의 행태와 길을 총칭해서 그레이트 오션 워크라는 일종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습니다. 해안 오솔길 뿐만 아니라 해변과 강을 건너고 울창한 삼림을 통과하게 되는 이 코스는 호주인들의 생태보존에 대한 노력과 자연사랑에 대한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출발을 앞두고 거짓말처럼 자욱하게 하늘을 덮고 있던 먹구름이 걷히고 걷잡을 수 없는 햇살이 사방에 빛나고 있었습니다.
빛 좋은 벤치에서 둘러앉아 우리의 둘쨋 날 숙소였던 보쓰피트Bothfeet에서 공수해온 도시락을 맛있게 까먹고, 일행이 된 영국 어르신들과 함께 길을 나섭니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우리가 소화해야 할 트래킹 구간은 비록 5km밖에 되지 않는 짧은 코스지만 파도와  뿌연 연무가 굽이치는 해변을 가로질러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백미라고 일컫는 12사도 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구간중의 하나를 걷습니다.

몸과 마음은 피크닉을 온 것처럼 가볍습니다.
등에 달라붙는 햇살이 뜨거워 입고 있던 두툼한 외투를 배낭에 밀어넣고는 느릿하게 트래킹을 시작합니다.






둘쨋날 숙소였던 보쓰피트Bothfeet에서 공수해온 훈제연어 볶음밥.

그 전날 마신 술 때문에 기름기있는 느끼한 밥이 거슬릴 법도 한데,

너무 맛있어서 게걸스럽게 먹어치웠습니다.



비록 잠시동안의 인연이지만 우리와 함께 5km의 트래킹을 함께 할 영국인 노신사.

식사 후 호수주변을 산책하고 계시는데, 곧잘 우리 주변으로 다가와 붙임성있게 말도 건내십니다.

그들을 볼 때마다 우리도 저렇게 늙어가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군요.




수염을 덮수룩하게 기른 현지인도 볕좋은 이곳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하루에 한 번씩 호수의 수질을 점검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맛있게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수질을 점검하는 요원.



12사도 바위를 볼 수 있는 전망대 화장실이 이곳에서 6.5km 거리에 있다라는 뜻이겠죠.

미리 볼 일을 봐두라고 합니다.



아마도 이곳이 오트웨이 국립공원과 포트캠벨 국립공원의 경계선인 듯 합니다.

12사도 바위들이 있는 곳이 포트캠벨 국립공원이고, 이곳에서 불과 6.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니까요.



그레이트 오션 워크Great Ocean Walk 이정표는 이렇게 트레일의 초입마다 친절하게 놓여져 있습니다.

지금은 가이드를 대동하고 트래킹을 하고 있지만, 가이드없이 혼자 트래킹을 한다고 해도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겁니다.



근처에 민가가 있나 봅니다.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초록색 우체통.



새벽까지 비가 내린 탓에 길은 촉촉히 젖어 있습니다.

이럴 땐 스패츠가 유용합니다. 꼭 눈길이 아니라도 비 온 뒤 스패츠는 이곳에선 기본 액세사리인 듯 합니다.



클립톤 해변Clifton Beach까지 1.7km 걸리고 40분정도 소요된다고 적혀있네요.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해안선을 끼고 달리는 도로인만큼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수많은 해변과 만나게 됩니다.

잠시 목을 축이고 다시 걷습니다.

여름이 무성하게 다가온 듯이 햇살은 따갑습니다.




나즈막한 관목숲을 지나자 어느새 시야가 확 트이면서,

멀리 12사도 바위가 나타났습니다.

남극해에서 불어오는 파도와 바람은 여전히 거세서,

그야말로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저 밑에 보이는 작은 해변이 클립톤 해변인가 봅니다.

 




여름의 초입이라 그런지 길가엔 다양한 색깔의 꽃들이 활짝 피어서 우리를 반깁니다.



언덕에 올라서서 12사도 바위를 감상하는 일행들...



이어지는 작은 능선을 따라 걷는 이번 코스는 아주 순탄합니다.

게다가 틈틈히 아름다운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어서 사치스러운 느낌마저 듭니다.




비온 뒤라 그런지 헤이즈(옅은 연무)가 작렬합니다.

게다가 투명한 햇살까지 여과없이 땅으로 쏟아지니 노출 맞추기가 만만찮습니다.

쨍한 풍경사진의 가장 큰 적인 헤이즈와 과다노출이 뷰파인더에 자욱합니다.




언덕을 넘는 우주소녀 큐큐님.





트래킹 중에 망원렌즈로 담은 그곳의 풍경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피사체마저도 헤이즈 때문에 뿌옇게 나옵니다.

풍경사진을 찍기엔 최악의 조건입니다, 그야말로 절망적이라고 할만큼...

LCD를 보면서 한없이 좌절하며 한 숨을 쉬어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고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우주소녀 큐큐님은...

나비처럼 성큼성큼 걸어갑니다.



떼샷을 찍기 위해 외장형 스트로보까지 장착한 엔케이님.

이렇게 햇살이 강한 날엔 얼굴 등에 그림자가 지기 때문에 스트로보의 고속동조를 이용해 촬영하면 된다는...^^

목적지에 거의 다 와 갈 무렵 떼샷(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돌아섰더니,  

반대편 하늘은 파란 물감을 뿌린 듯 파랗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욕 나올 뻔 했습니다.)

 

 


훈남인 역장님의 머리 위에도 파란 하늘이 걸려있습니다.

트래킹의 끝무렵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안타까움의 물결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그렇게 짧지만 안타까운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끝이 났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걸어본 길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그런지 좋은 사진을 남기지 않아도 여전히 유쾌했습니다.



짧은 우리의 여정을 자축하며 파란 하늘에 대고 샴페인을 올려 건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