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번여행] 그레이트오션로드의 시작 아폴로베이







오트웨이 국립공원에서 짚라인과 트리탑 투어를 마친 우리는 숙소가 있는 아폴로베이로 이동합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가 그친 하늘에선 흘깃흘깃 푸른 하늘이 보였고, 햇살까지 비칩니다. 눅눅하게 가라앉은 기분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차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가니,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머지 않음을 비로소 실감합니다.

조안나비치로 들어가는 갈림길에서 해변 쪽으로 조금 더 직진하니 야트마한 둔덕이 인상적인 뷰포인트가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주저없이 차에서 내렸고 해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언덕 풍경에 한껏 취해봅니다.
 
해변이 아름다운 아폴로베이라는 작은 마을이 저 너머에 웅크려 있습니다.
214km에 달하는 해안도로인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 7대 뷰포인트 중의 하나로 등극한 아폴로베이는, 해변이 아름답기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연결하는 마을이기 때문에 도로 주변으로는 식당과 모텔 등이 즐비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하고 소박한 느낌 때문에 참 정감이 가는 작은 해변마을입니다.












날이 개이고 파란 하늘이 나타나자 셔터속도도 안정적으로 확보되었습니다.
이젠 최대 망원에서도 삼각대의 도움없이 흔들림없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육중한 몸매의 캐논 100-400mm f/4.5-5.6를 꺼내 마치 난사하듯이 풍경의 곳곳을 스케치하기 시작합니다.
 여행과 망원렌즈에 대해 몇 번 언급해드렸지만, 이번에도 망원렌즈의 덕을 톡톡히 봅니다. 비록 무게 때문에 선뜻 들고 가기가 부담스러운 게 유일한 흠이지만 여행 때마다 망원렌즈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니 이젠 필수렌즈가 되어버렸습니다.
 
구름을 뚫고 나온 한 무더기의 햇살이 언덕 위를 부드럽게 애무하는 모습을 보니, 한 편의 목가적인 영상이 스쳐갑니다.
푸른 초원 위로
 점점이 흩어진 양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치 스위스에 와있는 듯한 착각까지 듭니다.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설산이 뒷쪽에 보였다면 꼭 그랬을 겁니다.

스위스가 아니래도 충분히 아름다운 호주의 풍경이지만, 문득 스위스를 떠올리니 선듯하게 가슴이 시려옵니다.
10년전쯤 아내와 유럽을 배낭여행하면서, 너무 환상적인 스위스의 풍광에 반해 스위스만큼은 꼭 다시 오자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여전히 약속을 지키지못한 제 가슴은 늘 죄스러움으로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폴로베이의 Costal 모텔의 방입니다. 벽에 걸린 12사도 바위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워낙 관광객들이 많이 거쳐가는 곳이라 그런지 몰라도 방은 깨끗하고 정갈한 편입니다.

주방도 갖추고 있어서 미리 식재료를 준비했다면 저곳에서 요리까지 해 먹을 수 있었을 겁니다.




붉은 색으로 식당 전체를 치장하고, 아시안 계통의 장식물과 문양으로 꾸민 라 빔사(La Bimsa)라는 레스토랑입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동남아시아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장신구가 우리를 맞습니다.



테이블을 마주하고 있는 두 모녀의 어색한 모습.

마치 우리의 풍경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대화를 시도하는 엄마와는 달리 테이블 밑으로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내는 딸...

대화가 단절된 가족의 풍속도가 호주의 아폴로베이에서도 이어지는가 봅니다.




레드와인이긴 해도 약간 드라이한 맛 때문에 제 입에도 잘 맞습니다



강렬한 붉은 바탕에 독특한 라 빔사(LaBimsa) 레스토랑의 문양.

레드와인을 권하는 웨이트리스.

호주, 특히 빅토리아지방의 와인은 품질과 향이 좋아 꽤 알아준다고 합니다.




일행들이 주문한 각가지 음식들...
오랜만에 양고기를 주문했고, 어떤 분은 생선요리를, 어떤 분은 닭요리를...

또 어떤 분은 쇠고기 안심을 주문했었죠.

이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것을 주문한 분은 바로 손따다닥님.

토끼고기가 바로 그것이었는데...

소,돼지,닭,양과는 또다른 차별된 맛 때문에

한 점조차도 도저히 먹지 못하고 포기해야 했습니다.




사람이 뜸한 저녁의 아폴로베이는 그야말로 한적했습니다.




해변에서 정담을 나누고 있는 연인.

아름다운 아폴로베이 해변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사람없는 해변을 혼자 거닐었습니다.

만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거칠게 몰려오던 파도는 잠잠했고, 하늘은 여전히 흐린 구름에 가려 그 빛을 잃었습니다.

딱히 찍을거리가 없으니 발길조차도 모텔 쪽으로 향하고 있더군요.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7대 뷰포인트 중의 하나라고 하던 아폴로베이에서...

정담을 나누는 연인만 겨우 담아야 했습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 91km(Great Ocean Walk 91km)

아폴로 베이에서 글래넘플Glenample까지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온 몸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만큼 좋은 대안도 없습니다. 즉, 도보여행이 그것입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Great Ocean Walk)라는 프로그램으로 일컬어지는 이 트래킹은 그레이트 오션 로드 트래킹의 대명사와도 같은 것입니다. 아폴로베이에서 글래넘플
Glenample까지의 91km를 걷는 7박8일동안의 이 여정은 해안 뿐만 아니라 강과 원시림같은 숲을 만나며 광활한 호주 빅토리아주의 자연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보다 더 해안선 가까이에 놓여있는 오솔길을 따라서 오붓하게 걷게 되는데요, 파도에 침식되어 굽이치는 해안절벽과 12사도 바위가 있는 포트캠벨 국립공원, 호주의 다양한 동식물과 식생을 만날 수 있는 오트웨이 국립공원 등을 한꺼번에 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만찮은 거리와 시간때문에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문제가 되시는 분들에겐 구간별 트래킹을 권해드립니다.



아폴로베이의 표지판들...



광란의 밤을 보냈음에도 누구보다 일찍 새벽에 깨어납니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짐을 정리한 뒤 바깥으로 나오니 신선한 공기가 거짓말처럼 폐부 속으로 파고듭니다.

또다시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시작하는 날...

아름다운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해안선을 따라 걷는다고 생각하니 설레임이 뭉클거리며 피어오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두운 하늘빛 때문에 좋은 풍경을 담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주유하는 호주 아저씨.



누군가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우편함들.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 깔린 하늘 저편으로...

뭔가를 찍기위해 늘 부지런한 손따다닥님은 찍을거리를 찾아나갔습니다.



어느 조용한 민가



거짓말처럼 하늘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검은 먹구름 사이로 흘낏흘낏 고개를 내민 파란 하늘...

전조처럼 새들이 날고, 그 언덕길을 따라 그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기분좋은 웃음으로 우리들에게 포즈를 취해주신 아이스크림먹는 아저씨.

 Thank you~!



멋진 역장님의 사진찍는 뒷태...



하늘을 가득 매웠던 먹구름들이 시나브로 물러가고 파란 하늘이 나타났습니다.

사실, 트래킹을 할 땐 구름이 많으면 한결 걷기 편한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사진을 찍기 위해선 어느 정도 파란하늘이 돋보이는 날이 좋습니다.

 



막간을 이용해 찍은 사진을 살펴보는 킴효님.



늘 그렇듯, 열정적으로 샷을 날리는 손따다닥님.



다리너머 그 길 위로, 마침내 그들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