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휘감는 여행의 기대감 때문에라도 그랬겠지만, 멋진 추억을 남기고 좋은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일말의 압박감이 작용했던 모양이다.
독한 위스키를 연거푸 들이켰는데도 정신은 말똥말똥했다.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몇 자 끄적이기도 했지만 머릿속은 오히려 꼬인 실타래처럼 혼탁했다.
비행기 안에서 막연하게 느꼈던 불안함은 어느새 비라는 실체로 현실화되었다.
악연처럼 요즘의 내 여행에는 유독 비가 잦은 편이었다. 오트웨이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차창 밖의 풍경은 내 마음처럼 아득한 회색빛이었다.
심드렁해진 마음으로 차창밖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지만, 좀처럼 감흥이 일지 않았다.
지난 5월에 보았던 멜번의 파란 하늘을 한껏 기대했었는데, 지나친 기대감은 절망으로 변해서 모든 게 공허하게 느껴졌다.
사람 마음이 이래서 간사한 모양이다. 조금전까지 느꼈던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말끔히 와해되어 버리고 첫번째 방문때보다도 더 좋은 조건이기를 무턱대고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멜번공항에서 오트웨이 국립공원으로 이동하는 길의 풍경들...
낮게 드리운 잿빛 하늘 속으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우리를 태운 승합차는 달리고 있었다.
여행을 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사먹는 것이 바로 과일이다.
특히 청포도는 여행때마다 사먹는 단골 아이템.
유럽여행 때도 그랬고, 인도나 중국, 몽골, 베트남 등의 여행때도 빼놓지 않고 사먹곤 했었다.
본격적인 여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탈진하기 시작하는 몸에 생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도 과일로 비타민을 보충해야 했다.
휴게소의 작은 모퉁이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미남 총각.
연평도 포격이 있고 난 다음날이라 그런지, 이 청년은 대뜸 '남한인이냐, 북한인이냐'를 물었고,
북한의 연평도 사격에 대해 'crazy'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하기도 했다.
연신 내리는 아득한 빗줄기를 뚫고서도 차는 빠른 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맺힌 차창 너머의 풍경과 차안의 공기는 사뭇 괴리감이 생길 정도였다.
그나마 오트웨이 국립공원 입구에 다다르자 비는 잦아들었다.
입구 공원에서 그네를 타는 아이와 엄마를 카메라에 담는다.
호주에서는 아이를 찍는 게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를 찍을 때는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
으시시한 원시림의 저 너머에서 우리의 모습을 몰래 엿보는 육식공룡의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지는 것 같아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위에 설명한 숲길걷기 뿐만 아니라, 철제다리 위를 걷는 트리탑 워크Treetop walk, 이런 원시림을 잠시나마 공중에서 느낄 수 있게 만든 짚 라인 투어Zip Line Tour를 관장하는 그런 곳이다. 짚 라인는, 와이어를 이용해서 숲과 숲 사이의 일정한 거리를 마치 날아가듯이 이동하는 레포츠를 의미하는데, 군대에서 유격할 때 타보곤 하던 '레펠'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가격은 성인 $115, 어린이 $82.5(호주달러)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호주의 대자연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가이드들의 설명을 듣고, 장비착용을
하는데도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기들이었지만, 가장 핵심은 '안전'.
그러기
위해선 가이드들의 지시사항만 잘 준수하면 된다.
아무래도 줄과 줄을 튼튼하게 이은 뒤,
철제
도르레와 와이어에 의지해서 하는 레포츠이다 보니 무엇보다 준비과정은 세심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첫 코스는 워낙 짧다 보니 출발은
산뜻했다.
선발로
나선 내 뒤를 이어 킴효님이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짚라인을 타고 있다.
철제 도르레와 안전장비를 착용한 채
울창한 숲길을 가로질러 걸었다.
움직일
때마다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내 압도하는 원시림에 묻히고 말았다.
태고의 신비를 갖춘 오트웨이 국립공원의
원시림.
비 자락이
조금씩 긋는 오트웨이 국립공원은 그 신비로움이 절정으로 치닫는 기분이다.
순번이 가장 빠른 내가 먼저 나무에
올라와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일행들은
나무 아래에서 기다리며 잡담을 나누고 있다.
정해진 순번대로 올라오면 이렇게 숙달된
조교가 도르레 끝에 달린 바퀴를 와이어에 연결시켜준다.
각 코스당
대략적인 길이는 70-150m 정도.
2명의
가이드들이 함께 움직이는데, 먼저 올라간 가이드는 이렇게 앞에 올라온 대기자들을 와이어에 연결시켜주고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와이어 중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자,
가이드가
환하게 웃으며 보조줄을 던져준다.
날카로운 고함을 지르며 와이어를 타고
오는 킴효님.
그래도
그녀의 입가엔 즐거운 미소가 가득하다.
군대에서
타던 레펠과는 달리 와이어의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기 때문에...
탄력이
제대로 붙지 않으면 그만 중간에 서고 만다.
물론
가이드가 보조줄을 던져주기 때문에 오히려 그 순간도 새로운 재미로 기억될 수 있다.
30-40m 높이의 나무덩걸에 놓여있는
텐트들...
각
코스들은 이런 텐트와 텐트들을 연결해서 이동한다.
아...아슬아슬...
도전에
실패나는 손따다닥님...
때론 이런 다리도 건너야 한다.
다소 인원이 많았던 탓에 8개의 코스를
두 시간에 걸쳐서 탔다.
우리의
무게를 지탱해줬던 철제 도르레와 바퀴들이잘 놓여지고...
25m의 평균높이 위에서 바라보는 자연은 색다른 느낌이다.
호주인의 자연사랑과 이와 연동한 에코투어의 실체를 잘 느낄 수 있는 곳.
공중정원을 걸으며 천혜의 원시림을 즐길 수 있는 트리탑 워크.
유모차를 끌고 가는 아빠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했던 호주 멜번, 빅토리아주 여행... 이제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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