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아내를 위해 카페에서 촬영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단렌즈를 제대로 사용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거의 매일 바디캡으로 끼우고 다닙니다. 제가 주로 사용했던 단렌즈는 50mm f/1.8과 85mm f/1.2였는데요, 아무리 FF바디라고 할지라도 준망원에 속하기 때문에 촬영하는데 여간 번거러운 게 아니어서 35mm를 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단렌즈답게 극강의 화질을 뽑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35mm f/1.4f렌즈 특유의 투명한 느낌의 발색을 보여주기 때문에 촬영할 때마다 만족감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최대개방인 1.4로 촬영했을 때도 색수차가 억제될 뿐만 아니라 캐논의 L렌즈답게 선예도 또한 뛰어나서 출시된 지 꽤 오래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은 화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격이 워낙 고가인데다 방습방진이 안되는 단점을 안고 있어서 조만간 35mm Ⅱ가 나온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개별 사진샘플만 시간날 때마다 소개해드리고 이 렌즈에 대한 간략한 사용기는 기회가 되면 다음에 몰아서 한꺼번에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으로 사용기를 적을 생각을 하니 제가 다 흥분되는군요.
단렌즈는 발줌을 활용해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로 화각이 넓을 경우 다가가야 하는데, 길고양이에게 낯선 사람이 접근은 좀처럼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고양이들을 향해 쉼없이 짖어대는 순돌이(우리집 강아지)까지 동행했으니 접근은 용이하지 않았습니다.
길고양이 사진 잘 찍으시는 분들의 스킬이 정말 부럽더군요. 먹이로 유인했거나 소통을 통해 고양이에게 접근했겠지만,
어떤 방법이든 시간이 필요했을테니까요.
대부분 조금 자란 새끼들로 숲 속에 웅크려 있다가 어미로 보이는 암컷이 접근하자 우르르 달려드는 것으로 보아 어미와 새끼로 구성된 무리인 듯 했습니다. 이들 무리말고도 주변 공원에는 꽤 많은 고양이들이 있었는데, 친근한 것아 영역의 경계를 따로 두지 않은 친족계통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봅니다.
▲ 이 고양이 무리의 어미로 보이는 암컷, 풀숲에서 잔뜩 긴장한 채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습니다.
캐논 EF 35mm f1.4 L USM
▲ 얼굴색깔이 꼭 반으로 나뉘어져 마치 '아수라백작'을 연상시켜서 즉흥적으로 녀석의 이름을 '아수라'라고 지었습니다.
하지만, 아수라는 제가 다가가자 혼쭐이 빠지도록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녀석의 독특한 모습을 증명사진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캐논 EF 35mm f1.4 L USM
▲ 길고양이들을 향해서 유감없이 짖어대는 순돌군.
캐논 EF 35mm f1.4 L USM
▲ 따뜻한 햇살이 내리비치는 나무곁에 앉아있다가 내가 접근하자 바짝 긴장을 하는 고양이
캐논 EF 35mm f1.4 L USM
▲ 딱 이 정도 거리까지만 접근을 허용하는 새끼 고양이
캐논 EF 35mm f1.4 L USM
▲ 어린 새끼들은 어떤 동물이든 귀엽습니다.
특히 경계하는 그 여린 눈빛은 정말 깨물어주고 싶더군요.
캐논 EF 35mm f1.4 L USM
▲ 내 접근을 탐지한 위의 두 녀석들이 쏜살같이 도망간 그 자리엔...
또다른 녀석들이 잔뜩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몰려들었습니다.
낯선 이방인의 침입이 꽤 성가셨을 겁니다.
캐논 EF 35mm f1.4 L USM
▲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잔뜩 몸을 웅크린 한 녀석...
캐논 EF 35mm f1.4 L USM
▲ 무리의 안전을 위해 나무 위에서 경계를 서던 녀석이 내가 접근하자 아주 날카로워진 모양입니다.
캐논 EF 35mm f1.4 L USM
▲ 조심스럽게 한 두 걸음씩 다가가도 물러나지 않는 대범한 녀석...
녀석의 강경한 태도에 오히려 움찔한 건 저였습니다.
캐논 EF 35mm f1.4 L USM
▲ 풀프레임(FF)바디에서 상당히 투명한 색감을 선보이는 35mm f1.4.
한 걸음 다가가서 소통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어떤 스냅샷도 문제없이 찍을 수 있는 렌즈가 아닐까 합니다.
@ 부산 해운대 신도시 대천공원 內
캐논 EF 35mm f1.4 L U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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