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선운사로 떠난 가을 단풍여행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초가을이면 도솔천 인근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무릇도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수련한 색감의 단풍이 뽐내듯 늘어진 가지마다 한웅큼씩 걸려있는 가을의 선운사를 약속이나 한 듯 다녀왔습니다. 이미 노란 이파리가 져서 벌거벗은 채 서 있는 은행나무를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예년보다 못한, 거기다 볼품없어 보이는 단풍색감에 나도 모르게 한 숨이 터져나왔습니다.
 
서정주 시인은 붉은 동백꽃을 보기 위해 선운사로 갔다가 때가 일러 보지 못하고 걸쭉한 육자배기 가락을 목이 쉬게 부르는 막걸리집 아낙에게로 달려갔다고 하지만, 아쉬운 단풍이라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어야 했습니다.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솔천 주변은 단풍촬영을 위해 모여든 수많은 사진가들로 넘쳐났습니다. 예년에 비해 수량도 적은데다, 석교 공사를 하는 통에 도솔천의 물색은 뿌옇게 흐려 있었습니다.
장노출로 도솔천 주변을 찍으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반영은 그나마 괜찮게 나오길래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진은 유난히 반영사진이 많습니다.
 
어느 곳이나 그렇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아침시간이 가장 좋습니다.
사진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빛이나 색도 은근하게 살아날 뿐만 아니라 옅은 안개나 물안개 등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담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관광객들이 많지 않기 않기 때문에 찍을 수 있는 앵글의 영역은 다양해집니다.
 
하지만, 하루 안에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 일정 때문에 그저 단풍을 찍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했습니다.
아쉽지만, 어쩌면 이번 단풍여행이 단풍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까요...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가을을 카메라에 담고 싶지만, 짧은 가을은 그걸 허용하지 않네요.



물 속에 담긴 가을의 흔적들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오솔길은 어느새 떨어진 노란 은행 이파리가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단풍나무가 길게 늘어진 도솔천의 풍경.

어쩌면 도솔천을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미지가 아닐까 합니다.

도솔천 주변은 이미 많은 사진가들이 도열하듯 앉아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도솔천 위에 비친 반영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자신만의 화각에 심취해 있는 사진가들의 다양한 포즈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머지않아 선혈처럼 도솔천 위로 뚝뚝 떨어질 단풍이지만,

여전히 그 아름다움은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어쩌면 바로 보는 단풍보다 물에 비친 단풍색이 훨씬 아름다울 때가 많습니다.
붉은 색에 그림자가 더해지니 강렬함이 다시 살아납니다.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가끔 세상을 뒤집어서 보고 싶다는 유혹을 느낍니다.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시선은 결국 사람의 감성을 메마르게 합니다.

뒤집어서 바라보는 세상은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텐데도...

애써 외면하는 게 현실인 듯 합니다.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중년들은 젊음과 건강을 붙잡기 위해 산행을 떠나고,

어르신은 도망가는 세월을 잠시라도 붙잡고 싶어서 사진을 찍는게 아닐까요?

어르신, 오랫동안 건강하세요.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짙은 가을의 흔적들...

선운사 가을의 끝자락에 그곳에 섰습니다.

언제나 돌아서는 걸음에 아쉬움은 남기 마련인가 봅니다.

수려한 단풍을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기고 싶지만...

그것보다 카메라의 힘을 빌리는 게 요즘의 내 모습이 되어버렸습니다.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이런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는 날은 너무 짧아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가을이 아름다운 것이겠죠.

마지막 순간에 빛을 발하는 열정을 닮은 붉은 단풍색이 그래서 나온 것 같습니다.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선운사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색깔의 단풍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물도리를 찾기 위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던 중에 마침내 물이 도는 곳을 만났습니다.

사실, 물도리를 만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또는 사진사들)이 그냥 지나치고 맙니다.

사진속의 물도리는 장노출로 표현했기 때문에 제법 빨리 도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막상 물이 도는 곳을 가더라도 생각했던 것보다 물살이 약하게 돌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주변에 흐르는 시간도 물처럼 아주 천천히 돌아서 인식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아름다운 사람들의 가을...

그들의 머리 위로 눈부신 가을볕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무성하게 내린 절정의 가을색들.

그나마 인근에서 이 부근의 단풍색이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스님과 보살님...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쉬 가는 가을이 아쉬운교?  내년에 또 보입시더~!"

(이 사진도 반영입니다. 사진을 뒤집었는데도 실제처럼 깨끗하게 나왔습니다.)

@ 고창 선운사 2010 가을
 

 


촬영장비 : 캐논 EOS 5D + 17-40mm f/4  + 24-70mm f/2.8  + 85mm f/1.2  +100-400mm f/4.5-5.6 

+ 삼각대 + 릴리즈 + (ND그라데이션 필터 + ND필터 : 물도리를 장노출로 촬영할때 사용)